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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배상 후폭풍]SC제일은행, 'PB 명가' 리테일 전략 리빌딩 고민⑩추정손실액 6000억 이상…5년치 신탁수수료로도 배상액 충당 못해

고설봉 기자공개 2024-04-01 12:41:34

[편집자주]

금융감독원의 홍콩 H지주 ELS 배상안이 발표되면서 판매사들이 느끼는 압박도 커졌다. 당국이 나서 배상을 권고하는만큼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내부적 부담이 크다. 매번 소비자피해를 배상하면 향후 상품 판매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가운데 떠안아야할 유무형적 부담도 상당하다. 장기로 예상되는 배상 기간에 따른 영업력 타격도 불가피하다. ELS 배상안에 따른 판매사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8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C제일은행이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 결정을 앞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배상액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위기감이 감돈다. 몇 년간 벌어들인 신탁수수료수익의 두배가 넘는 금액을 일시에 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ELS 배상안의 영향으로 SC제일은행의 리테일 영업전략이 변화를 맞게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형 시중은행 틈에서 PB명가로서 입지를 굳히며 성장해온 SC제일은행의 성장전략이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글로벌 SC의 비이자이익 극대화 전략

28일 SC제일은행 이사회는 이사회를 열고 홍콩 H지수 ELS 배상 관련 논의를 펼칠 예정이다. 이날 늦은 오후 이사회 논의를 거친 뒤 이르면 이날 내로 자율배상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이미 다른 판매사들이 이사회 등을 거쳐 자율배상을 확정한만큼 SC제일은행이 배상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사회 및 경영진들의 부담은 클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배상안 논의 자체에 대해 내부적으로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또 배상안 등을 외부로 발표할지를 두고도 여러 의견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금융감독원의 배상안을 수용해 대규모 배상에 나설 경우 리테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은 영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로 대주주가 교체된 뒤 국내 리테일 전략을 전환했다. 대출 의존도를 낮추고 비이자상품에 집중하는 고부가·효율성 전략을 들고 나왔다. 그 중심에는 PB가 있었다.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한 PB영업을 앞세워 비이자수익 극대화를 노렸다.

PB영업이 강화되면서 비이자상품 판매 규모도 커졌다. SC제일은행은 대출자산 규모 등에 비해 ELS나 ELF 등 비이자상품 판매고가 높은 편이다. 이번 홍콩 H지수 ELS 판매량이 많은 것도 PB를 중심으로 촘촘하게 구축된 판매망에서 상품을 대거 판매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홍콩 H지수 ELS 은행권 판매잔액은 약 24만3000계좌에 걸쳐 약 15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SC제일은행의 판매잔액은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 8조1972억원,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183억원 등에 이어 여섯번째로 많은 판매고를 기록 중이다.

국내 최대 규모 자산을 보유한 KB국민은행은 원화대출금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335조4686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SC제일은행의 원화대출금 규모는 40조4155억원을 기록했다. SC제일은행의 대출금 규모는 KB국민은행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 다른 판매사들과 비교해도 SC제일은행의 대출자산 규모는 15% 내외를 차지한다.

이처럼 SC제일은행은 대출자산을 늘려 이자수익을 극대화하는 것보단 ELS 등 비이자상품을 판매해 신탁보수 등 수수료수익을 늘리는 전략을 택해왔다. 가계대출 확대를 통해 수익저변을 넓히며 성장한 국내 은행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외국계 은행의 특수성을 살려 틈새 시장을 노린 결과다.


◇5년간 신탁수수료 1200억원…ELS 배상액 최대 수천억원

이번 배상안 수용 이후 SC제일은행의 리테일 전략은 변화를 맞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몇년치 신탁수수료보다 더 큰 규모의 배상액을 지급해야하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향후 이사회 및 경여진 등에선 비이자상품 판매를 원점에서 재검토 하는 등 회의론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SC제일은행의 판매잔액 대비 고객 손실액은 약 6420억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손실률 53.5%를 SC제일은행의 판매잔고에 대입해 추정한 금액이다. 이를 기초로 향후 배상비율 등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상비율을 40%로 설정하면 배상총액은 2568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확정 금액은 아니다. 향후 불완전 판매 및 불건전 영업행위 등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 결과와 개별 고객들의 가입경로 등을 비교해 졍확한 배상비율이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이미 금감원의 배상안에선 판매사 책임을 50% 정도까지 높게 설정했다. 배상비율 산출을 위한 판매사요인 중 기본배상비율은 최소 20%~최대 40%다. 여기에 판매사가중으로 3~10%를 더한 수치다.

SC제일은행이 최근 5년 신탁상품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신탁수수료수익은 12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2019년 211억원, 2020년 302억원, 2021년 225억원, 2022년 215억원, 2023년 3분기 누적 188억원 등이다.

최근 5년 동안 벌어들인 신탁수수료수익보다 이번에 홍콩 H지수 ELS 배상에 투입되야할 재원이 단순 계산으로 2배 가량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신탁상품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 전체보다 이번 ELS 사태 해소를 위해 투입해야할 비용이 훨씬 많은 셈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이자상품 판매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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