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 필리핀법인 청산…미완의 동남아 공략 22년만에 역사속으로, 현신균 대표 주도 해외사업 드라이브에도 지역별 '편차'
이상원 기자공개 2024-04-08 13:07:42
[편집자주]
모든 법인(法人)의 탄생과 지분 관계 형성에는 배경과 목적이 있다. 기업은 신사업 진출, 해외시장 개척, 합작 등을 위해 국내외에 법인을 만들거나 지분 투자에 나선다. 이는 연결 회계에 흔적을 남긴다. 나름의 이유를 갖고 이뤄지지만 모든 관계가 영속하지는 못한다. 지분을 매각하거나 최악의 경우 청산을 택하기도 한다. 법인을 없애거나 주식을 매도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실적 부진이나 본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 여러 이유로 자취를 감춘다. 이는 기업의 사업 전략을 전망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더벨이 기업의 연결 회계에서 법인이 명멸하는 과정을 내밀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5일 1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 CNS가 필리핀 법인을 설립 22년 만에 청산했다. 동남아 시스템 통합(SI)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첫 거점으로 필리핀에 진출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결과다. 이제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법인이 미완의 과제를 이어받아 동남아 사업을 이끌게 됐다.그 성과 평가는 현신균 대표가 짊어지고 있다. 2022년 취임 후 디지털 영역 글로벌 1위를 목표로 제시하며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국가에서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반면 동남아에서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재작년 사우디아라비아 법인도 청산하는 등 지역별로 성과가 엇갈리는 모습이란 점도 주목된다.
◇지속된 실적 악화, 10여년 전부터 청산 준비
LG CNS는 2001년 5월 필리핀 법인을 설립했다. 2000년 말 5000만달러(약 675억원) 규모의 필리핀 등기부 전환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원활한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특히 이곳을 거점 삼아 인접 국가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 프로젝트를 따내겠다는 계획이었다.
정작 등기부 전환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필리핀 법인은 뚜렷한 성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 설립 초반 본사에서 13명의 인력을 파견하고 현지인 채용을 70명까지 늘리며 힘을 실어줬지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계속 적자에 시달려 온 것으로 파악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LG CNS는 일찌감치 법인 청산을 준비해왔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필리핀에서 철수하기 위해 법인을 청산한 것이다. 다만 10여 년 전부터 청산 절차를 진행해오다 작년에 마무리됐다"며 "국가마다 상황이 다른데 필리핀은 청산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LG CNS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필리핀 법인의 실적은 오랜 기간 연결기준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법인이 보유한 부채와 자산 등만 보고될 뿐이었다. 2012년 LG CNS는 필리핀 북부 카비테 지방정부의 태양광 발전 사업에도 참여하며 살아나는 듯 했지만 당시 이미 청산에 대한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법인 확산에 필리핀법인 역할 축소, 지역별 성과 편차 '아쉬움'
LG CNS는 2000년대 초 필리핀과 함께 중국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베이징을 중심으로 광저우, 톈진 등에 거점을 마련하며 동남아와 함께 중국 시장 공략에 집중해 왔다. 이후 네덜란드에 유럽법인을 만들고 미국, 인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콜롬비아, 말레이시아, 일본,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13개 국가에 해외법인을 운영했다.
필리핀 법인 청산을 결정한 데에는 해외법인의 증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국가에 대한 사업은 필리핀 법인이 담당했다. 하지만 이제는 해당 국가에 직접 거점을 마련해 필리핀 법인의 역할이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현재 동남아 지역의 중심은 베트남 법인이 이어받았다.
LG CNS는 연초 해외에는 처음으로 베트남에 빌드센터를 설립했다. 이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다. LG CNS는 이곳을 통해 베트남과 인접한 국가들에 대한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현지 IT 인력들도 대거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중심에는 디지털 영역 글로벌 1위를 꿈꾸는 현 대표가 있다.
현 대표는 2022년 취임 후 줄곧 해외 사업을 강조해 왔다. 더는 국내에 머물지 않고 해외로 뻗어 나가야 지속적인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작년 말 기준 IT 관련 용역 매출에서 수출은 22.8%의 비을 차지했다. 19%였던 전년 대비 3%포인트 증가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법인별로 들여다보면 지역별 편차가 나타난다. 작년 말 기준 해외법인 전체 매출액은 8508억원이다. 전체 매출 5조1127억원 가운데 16.6%를 차지했다. 이 중에서 미국과 유럽, 중국 법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동남아 법인 3곳은 19.3% 수준에 그쳤다. 2022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법인을 청산하며 중동 시장에서도 발을 뺐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재무개선' AJ네트웍스, 조달비용 '확' 낮췄다
- '9년만에 엑시트' 한앤코, 한온시스템 거래구조 살펴보니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온시스템 인수한다
- [수술대 오른 커넥트웨이브]2대주주 지분매입 나선 MBK, 주식교환 카드 꺼냈다
- [이사회 모니터]이재용 에이비프로바이오 대표, 바이오·반도체 신사업 '드라이브'
- 와이투솔루션, 주인 바뀌어도 '신약' 중심엔 美 합작사 '룩사'
- 아이티센,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본격 출범
- 아이에스시, AI·데이터센터 수주 증가에 '날개'
- [이사회 모니터]서정학 IBK증권 대표, ESG위원회도 참여 '영향력 확대'
- SW클라우드 '10주년' 폴라리스오피스, “초격차 밸류업”
이상원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LS전선, 자회사에 자금 지원 '구리 신소재사업 속도'
- [IR Briefing]실적 주춤 삼성디스플레이, '사업 다변화' 작업 속도
- 삼성전자, 러·우 전쟁 장기화에도 현지연구소 '버티기'
- [IR Briefing]갤럭시에 MZ세대 반응, 모든 제품에 AI 탑재한다
- 역대급 실적 대한전선, 수주잔고 2조 육박
- '화웨이 대체자' 삼성전자, 유럽 오픈랜 시장 선점 속도
- [이스트소프트는 지금]게임즈 대표에 칼 빼든 김장중 회장, 잘못에 예외없다
- [이스트소프트는 지금]SW에서 AI로 체질개선, 핵심은 '시니어 케어'
- LG전자, 러·우 전쟁 장기화에 모스크바연구소 철수
- LS에코에너지, 1분기 날았다 '모기업과 시너지 본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