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을 움직이는 사람들]'초고속 승진' 김정일 대표, 신재생에너지 '진두지휘'④전무에서 대표이사까지 4년…필름사업부 흑자전환의 주역
박완준 기자공개 2024-04-12 07:39:42
[편집자주]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이 승진 5개월 만에 4개 계열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몇 년째 공석인 회장 자리까지 단 한걸음 남았다. 다만 지난해 코오롱그룹은 줄곧 '효자노릇'을 해오던 소재 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실적이 급감하면서 쓴맛을 봤다. 코오롱글로벌도 마찬가지다. 건설경기 둔화로 영업이익은 10분의 1토막이 났다. 코오롱그룹은 지금껏 외형 확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익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코오롱그룹의 승부수는 새 리더십이다.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을 중심으로 전면에 배치된 전문가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더벨은 올해 코오롱그룹의 성장을 주도할 리더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8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오롱그룹의 주요 인물들은 오너가를 막론하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김정일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사장도 전문성과 현장 경험으로 내로라할 만한 인사다. 특히 부사장 선임 1년 만에 능력을 인정받아 대표이사로 초고속 승진한 인물로 그룹 내 입지가 탄탄하다는 평가다.김 대표는 평소 소탈하고 직원들과 스스럼 없이 소통하는 최고경영자(CEO)로 통한다. 특히 현장을 방문한 임직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음에도 얼굴과 이름을 모두 알아봐 내부에서도 놀랐다는 반응이다. 업무도 매출과 영업이익 등 숫자적인 부문을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을 만큼 꼼꼼한 성격을 가졌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수익 다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인물이다. 특히 지난해 건설부문과 자동차부문을 쪼개는 인적분할을 단행하기로 하면서 김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자동차 사업이 떨어져 나가면서 사업 재편에 따른 안정적인 수익구조 창출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1961년생으로 서강대(경영학과 전공)를 졸업하고 1987년 코오롱상사에 입사해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코오롱 기획조정실과 네오뷰코오롱,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그룹 내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쳐 코오롱글로벌 대표까지 오른 인물이다.
김 대표는 입사 초기부터 업무에 대한 열정이 컸다는 후문이다. 당시에도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사내에서 젊은 인재 육성을 위해 운영한 '경영전문대학원(MBA) 지원 프로그램'에도 선발됐다. 그는 회사의 지원을 받아 미국 메릴랜드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김 대표는 귀국 후 1994년 코오롱그룹의 핵심 부서인 기획조정실로 자리를 옮겼다. 기획조정실은 그룹의 사업재편과 미래 전략을 구축하는 핵심 부서라 그룹 내 가장 기민한 인물로 낙점됐다는 평이다.
임원진에 이름을 올린 건 2001년이다. 코오롱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을 영위하는 네오뷰라는 벤처기업에 전격 투자를 결정하며 지분 99% 이상을 사들여 출범한 네오뷰코오롱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였다. 그의 나이 40살에 불과했다.
하지만 네오뷰코오롱은 주력인 OLED 사업의 부진으로 매년 수백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만성적자에 빠졌다. 특히 2008년 무상감자를 실시해 1400억원 규모의 결손금도 털어냈지만, 2015년까지 2000억원이 넘는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속된 손실에 아우디, 폭스바겐 판권을 인수하고 네오뷰코오롱을 현재의 코오롱아우토로 사명을 바꿨다.
'기획통'으로 불리던 김 대표에게 네오뷰코오롱의 경력은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부진한 성적표에 상무에서 전무 승진도 17년이 소요됐다. 다만 2018년 두 번째 기회를 얻은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필름사업부를 총괄해 경영 능력을 입증받았다.
전무에서 대표까지 4년 만에 승진. 김 대표가 처음 맡은 임무는 필름사업부의 흑자전환이었다. 필름사업부는 2018년까지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코오롱인더의 영업이익을 갉아먹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가 필름사업부를 총괄한 다음 해 1분기 첫 흑자를 달성했다.
특히 김 대표가 총괄한 폴더블폰에 적용되는 투명PI 필름인 CPI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 수익성이 증대됐다.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한 김 대표는 그룹 내 '필름 전문가'로 불리며 전무로 선임된 지 3년 만에 코오롱인더 부사장(2021년)으로 올라섰다.
김 대표는 부사장 취임 1년 만에 대표이사 사장까지 승진했다. 대표이사 승진 첫해부터 그룹 전체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을 맡아 전면에 서게 됐다. 주력 사업인 건설부문 '키맨'으로 낙점된 순간이다.
◇건설업 불황…인적분할 후 '신재생에너지 사업자' 목표
김 대표는 코오롱글로벌 취임 첫해인 2022년 내실 다지기와 리스크 관리에 집중했다. 본업인 건축·주택 부문에서 수주잔고를 쌓으며 안정화에 주력했다. 그 결과 코오롱글로벌은 매출 4조9009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건설부문 수주잔고도 매출액 대비 5배 이상인 11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7.5%를 기록해 최근 5개년 평균 영업이익률 6.3%를 거뜬히 넘겼다.
하지만 김 대표가 취임 2년 차를 맞은 지난해 코오롱글로벌은 사업재편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자동차부문을 분리해 신설회사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인적분할한 뒤 새로운 먹거리로 신재생에너지를 낙점했다.
특히 김 대표는 비주택사업인 육·해상 풍력사업을 확대하고 풍력 기반 전력·수소 에너지 생산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업시공에서 얻는 이익뿐만 아니라 향후 배당 수익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비주택부문에서 1조6412억원의 새 일감을 확보했다. 2022년 비주택부문 신규수주 1조1278억원과 비교하면 45.6% 증가했다. 수주잔고도 2021년 2조원에서 2022년 2조2100억원, 지난해 2조5000억원으로 우상향했다.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수주에 이은 설계와 구매, 시공 등의 사업 이익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배당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이 장점이다. 처음엔 지분 투자를 통해 배당 수익을 올리는 구조였으나,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채권 형태로 분기별 수익을 얻는 방식을 채택했다.
코오롱글로벌은 풍력발전 배당수익이 2027년 100억원에서 2030년에는 5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대표가 비주택부문 수주를 늘리는 등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배경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농금원 "2027년까지 농식품펀드 1조원 추가 조성"
- 머스트운용, 영풍에 주주제안 "자사주 소각하라"
- 코스닥 장수기업의 '뚝심'
- 'MBK 투자처' 메디트, 3Shape와 특허 소송 종결 합의
- [i-point]덕산그룹, 채용 연계형 외국인 유학생 동계 인턴십 모집
- 조병규 행장 연임 불발, 차기 우리은행장 '안갯속'
- [여전사경영분석]한국캐피탈, 업황 악화에도 순이익 경신…빛 본 다각화 효과
- [여전사경영분석]OK캐피탈, 하반기까지 이어진 영업 중단에 분기 적자
- [양종희호 KB 1년 점검]난세의 리더십, 치세의 리더십
- OK금융, 오너 일가 소유 대부업 정리 '속도'
박완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LG엔솔 밸류업 점검]'배당보다 투자 우선'…밸류업 공시에도 주가 제자리
- [SK그룹 인사 풍향계]체계 갖춘 대관 조직, 역량 강화까지 나설까
- [LG그룹 인사 풍향계]LG엔솔, 임원 승진 역대 최소…김동명 대표, '유임 성공'
- [Red & Blue]재무지표로 '위기설' 반박한 롯데케미칼, 저점 매수 기회될까
- [SK그룹 인사 풍향계]최창원 체제 첫 정기인사, '위기 속 혁신' 이뤄낼까
- [더벨 경영전략 포럼 2024]"관세보복 첫 표적은 삼성 진출한 베트남 유력…리스크 재점검 필요"
- [SK 이사회 2.0 진화]'정기 이사회' 12월로 앞당긴다…첫 키워드는 '속도'
- LX그룹 4세 경영 본격화....구형모 사장 승진
- '해외통' 대표 맞은 코오롱인더, 글로벌 고객사 확보 '총력'
- LX인터, 윤춘성 대표 연임…인사 키워드 '풍부한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