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맨파워 분석]연구원에서 CTO로, 신약 자신감 기반 박승국 부회장[대웅제약] ⑥대웅서 EGF 개발 이후 한올로…바토클리맙 '잭팟' 일등공신
김형석 기자공개 2024-04-15 09:03:18
[편집자주]
인사가 곧 만사다. 인재를 육성하고 배치하는 능력은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신약 개발을 위해 10년 이상 장기 투자가 필요한 제약바이오에 있어선 더더욱 인재관리가 중요하다. 인력때문에 파이프라인은 물론 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맨파워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달라지기도 한다. 더벨은 각사의 인사전략을 분석하고 핵심인물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2일 08: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호 바이오 신약인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 '이지에프 외용액', 나보타와 펙수클루, 엔블로까지. 모두 대웅제약이 개발한 신약이다. 이 같은 성과는 '밑빠진 독'이라는 국내 신약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대웅제약의 신약 연구에 빼놓을 수 없는 계열사가 있다면 한올바이오파마다.한올바이오파마를 인수하고 시너지를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 박승국 최고기술책임자(CTO)다. 두 회사를 모두 경험한 박 CTO는 양사의 가교역할을 한다. 오픈이노베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준 인물로 꼽힌다.
◇바이오 연구자, 대웅제약 신약 개발 '이정표'
작년 3월 박 CTO는 대웅그룹 부회장 겸 CTO로 승진했다. 계열사 한올바이오파마의 대표이사일 뿐이던 그가 오너십이 강한 대웅그룹에서 상징적인 '부회장' 타이틀을 달았다. 더욱이 전에 없던 CTO라는 직책을 부여받기도 했다. 주력사도 아닌 외부에서 인수한 작은 계열사의 대표이사였던 그가 그룹의 기술을 책임지게 됐다.
1963년생인 그는 서울대 농화학과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물공학과를 거치면 전문 연구자로서의 길을 걸었다. 박사 과정을 마무리한 뒤 그가 찾은 첫 직장 역시 생명공학연구원(KRIBB)이었다.
대웅제약과의 인연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2001년 대웅제약 생명과학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이지에프(EGF)' 개발에 성공했다.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로 순수 국내 생명공학 기술로 개발한 첫 사례였다. 이후 그는 공을 인정받아 이듬해 상무직급인 생명과학연구소장에 오른 데 이어 2007년에는 바이오기획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당시 중견 제약사였던 한올바이오파마의 바이오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올바이오파마는 1973년 설립된 곳으로 당시 연 매출은 1000억원을 밑돌며 대웅제약과는 규모 면에서 큰 격차가 있었다. 다만 R&D에는 진심인 회사로 정평이 나 있었다. 연 매출의 15% 이상을 R&D 비용으로 썼을 정도다. 당시 5% 수준이었던 대형 제약사의 R&D 투자 비중의 3배가량을 연구에 투자했다.
당시 한올바이오파마는 150건의 국내외 특허을 보유하고 있어 R&D 측면에서는 상당한 파워가 있었다. 항체개발 기반기술과 글로코다운 OR기술(메트포민 소형화) 등 핵심 파이프라인도 갖췄다. R&D에 진심인 박 CTO가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충분한 여건이었던 셈이다. 이후 그는 2013년 바이오연구자로 첫 대표이사에 올랐다. 김원배 동아에스티 대표와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 등 일부 R&D 출신 제약사 대표 사례는 있었지만 당시에는 드문 일이었다.
◇대웅제약 다시 한솥밥…연구자율성 아이덴티티 이식
공교롭게도 2015년 새로운 변곡점을 맞으면서 박 CTO가 다시 대웅제약과 연을 맺게 됐다. 대웅제약이 한올바이오파마를 인수하면서다. 글로벌 제약사 도약을 목표로 신약개발에 드라이브를 걸던 대웅제약에 있어 한올바이오파마는 꽤 탐나는 회사였다.
당시 대웅제약은 윤재승 회장이 경영권을 쥔 상황으로 신성장 동력으로 신약개발을 점찍은 때였다. 한올바이오파마 역시 R&D 투자 비용 마련이 시급하던 시기라 서로 니즈가 맞물렸다. 실제 한올바이오파마는 대웅제약으로부터 566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대웅제약의 한올바이오파마 경영방침은 최대한 독립적인 경영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기존 한올바이오파마 경영진과 연구인력 대부분을 유임시켰다. 대신 윤 회장의 핵심 측근인 윤재춘 부회장을 파견해 공동대표직을 맡게 했다. 인수 목적이 파이프라인 확보 등 단순한 규모 확대에 있는 것이 아닌 신약 연구를 통한 시너지 확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과정에서 두 회사에서 연구 요직을 경험한 박 CTO의 역할은 커졌다. 대웅제약 역시 과거 EGF를 개발했던 그에 대한 신뢰도 있었다.
대웅제약의 한올바이오파마 인수 효과는 머지 않아 결실을 맺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2017년 자체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항체신약 파이프라인 'HL161(성분명 바토클리맙)'의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미국과 중국의 판권을 판매하며 거둬들인 금액은 7579억원(5억8350만 달러)에 달한다.
자가면역질환에 희귀질환도 포함돼 있어 패스트트랙(신속등재절차)으로 신약 품목 허가도 가능해 한올바이오파마는 향후 10년 동안 20억~30억 달러 정도의 기술이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박 CTO는 과거 대웅제약에서 15년간 재직하며 신약 개발 성공 등 성과를 냈던 점이 한올바이오파마 인수 이후 핵심 역할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며 "당시에 드물었던 연구자 CEO로 그를 신임한 뒤 거둬들인 성공은 향후 대웅제약의 R&D 철학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룹 R&D 총괄로…파이프라인 재정비 주력
지난해부터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은 박 CTO는 한올바이오파마를 너머 그룹 R&D를 총괄하고 있다. 그가 현재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대웅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의 파이프라인 구획 선정이다. 한올바이오파마의 바이오 신약 연구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대웅제약 전체 파이프라인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먼저 한올바이오파마는 바이오를 기반으로 한 자가면역치료제와 항암치료제 연구에 집중하도록 한다. 자가면역치료제 중에선 신약 물질인 바토클리맙이 핵심이다. 올해 하반기 임상3상 탑라인(주요 지표)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주요 파이프라인은 HL187다. 대웅제약과 2016년부터 개발해 온 이 물질은 T세포나 NK세포에서 면역반응을 제어하는 TIGIT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해 전임상을 완료하고 올해 본격적으로 임상1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대웅제약 파이프라인의 핵심은 합성신약이다. 저분자(스몰 몰큘)를 중심으로 한 자가면역치료제와 비만 합성섬유증, 당뇨치료제, 뇌신경제치료제 등 4개를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선정했다. 이 중 대표적인 당뇨치료제는 엔블로다.
박 CTO는 더벨과의 통화에서 "그룹 전체의 R&D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올바이오파마와 대웅제약의 파이프라인 분류가 필요하다"며 "과거 대웅제약이 한올바이오파마 인수를 했을 당시에도 한올바이오파마의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대웅제약에 이관한 적이 있었던 만큼,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양사가 성장하기 위한 R&D 파이프라인 정비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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