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3.0]'캐시카우' SK렌터카 매각 승부수, AI 확장 위한 1보 후퇴⑤매각완료 시 부채비율 323%→183%…이익 구멍 메우기 과제
정명섭 기자공개 2024-04-19 07:39:23
[편집자주]
SK네트웍스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변신'이다. SK그룹의 모태가 된 직물 사업을 시작으로 종합상사(1.0), 렌털(2.0), 투자형 사업회사 등 경영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정체성을 바꿔왔다. 다음으로 시선이 향한 곳은 인공지능(AI). SK그룹 오너가 3세 최성환 사장 체제가 시작되면서 AI 투자 속도는 한층 더 빨라졌다. AI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대기업까지 앞다퉈 연구개발(R&D)과 대규모 투자에 나선 유망 분야. 더벨은 SK네트웍스 3.0 시대를 여는 '최성환호'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7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네트웍스의 SK렌터카 매각은 회사의 인공지능(AI) 사업 확대 의지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결단이다. SK렌터카는 SK네트웍스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알짜 계열사다. SK네트웍스 경영진이 수익성 감소 우려에도 SK렌터카 매각을 단행한 건 차량 렌털 사업이 AI와 접점이 낮다고 판단한 결과였다.SK네트웍스는 이번 딜로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할 것으로 전망되나 SK렌터카의 빈자리를 메울 새 캐시카우를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SK렌터카, 이익 기여도 1위지만 AI 연계성은 낙제점
작년 기준 SK렌터카가 SK네트웍스 연결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18.4%다. 휴대폰 유통부문(49.7%)에 이어 둘째로 높은 수치다. 2019년 SK네트웍스에 인수될 당시만 해도 11% 수준이었으나 매년 꾸준히 늘어 2022년에는 트레이딩 매출을 넘어섰다.
이익 기여도는 가장 높다. 지난해 SK네트웍스의 연결 당기순이익에서 SK렌터카는 617억원을 보탰다. 본업인 휴대폰 유통부문 당기순이익(158억원)보다 4배, SK매직 당기순이익(438억원)보다 1.5배가량 높다. 덕분에 SK네트웍스는 0.9~1.1%에 머물던 영업이익률을 작년에 2.6%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SK렌터카는 롯데렌탈에 이어 국내 시장점유율 2위(15.4%) 렌터카 업체라는 시장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SK네트웍스가 SK렌터카 매각을 결정한 건 AI 기술과의 낮은 연관성 때문이다. SK렌터카의 주요 사업은 차량 렌털과 중고차 판매다. 차량 렌털은 완성차업체로부터 차량을 매입한 후 고객에게 2~6년 정도 대여해주고 그에 따른 요금을 받는 비즈니스다. 고가 자산을 장기적으로 운용한다는 점에서 금융상품과 성격이 유사하다. 렌털 계약이 끝난 차량은 중고차로 판매된다.
차량의 경우 SK네트웍스나 SK렌터카가 직접 제조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보니 통제 권한 밖에 있다. 매입한 차량을 렌트하는 사업 운영 과정에서도 AI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 SK렌터카가 그간 AI 기술을 활용한 사례는 차량 추천 서비스 정도였다.
반면 생활가전 렌털 사업을 하는 SK매직은 직접 제품을 제조하고 있어 SK네트웍스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 이에 SK매직은 SK네트웍스가 인수한 데이터 솔루션 기업 엔코아와 올해 AI 사업을 주도하는 계열사가 됐다. SK매직은 올해 안에 반려동물 가구, 고령 가구 등을 대상으로 한 신규 AI 가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SK렌터카의 사업 모델과 향후 전략 연계성을 검토했으나 AI와 거리가 먼 데다 금융업과 성격이 유사해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매각 완료 시 부채비율 200% 밑으로…이익 메울 방안 고심
SK네트웍스가 SK렌터카 매각으로 얻게 될 차익은 2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작년 말 기준 SK렌터카의 장부가액은 6780억원이다. SK네트웍스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논의한 SK렌터카 매각 금액은 약 8500억원이다. 조건 협의 과정에서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 SK네트웍스는 재무건전성이 크게 개선된다. 작년 말 연결기준 SK네트웍스의 부채비율은 323%다. 연결 재무상태표에서 SK렌터카를 제외하면 부채비율이 183%로 낮아진다. SK네트웍스의 부채비율이 200% 미만으로 떨어지는 건 최근 10년 사이 처음이다.
이자비용 부담도 크게 완화된다. 차량 렌털 사업의 경우 차량 구입 비용을 대출과 채권 발행 등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이자비용 발생이 필연적이다. SK렌터카는 지난해 이자비용으로 911억원을 썼다. 2021년부터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이자비용이 2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을 평균자산총계로 나눈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도 2022년 1%에서 지난해 0.1%로 급감했다.
향후 과제는 SK네트웍스가 SK렌터카 연결 제외로 줄어든 이익을 어떻게 채울지다. 기존 사업인 휴대폰 유통과 트레이딩, SK매직 등이 단기간에 빈자리를 채울 정도로 성장할 가능성은 작다.
투자 자산의 회수도 아직 요원하다. 엑시트할 정도로 의미있는 성장을 거둔 기업은 2018~2021년에 걸쳐 234억원(지분 3%)을 투자한 컬리 정도다. 컬리의 기업가치는 2021년에 4조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1조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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