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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중소형주부터 배당주까지…'가치투자 정석' 신영운용 김화진 본부장1조대 메가펀드 신영고배당 운용…5년간 아웃퍼폼

황원지 기자공개 2024-04-30 07:50:14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4일 10: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영자산운용은 국내 가치투자 매니저들의 사관학교로도 유명하다. 허남권 전 대표의 지도 아래 꾸준히 주니어 운용역을 키워 다음 세대 펀드매니저로 성장시켜 왔다. 가치주, 배당주가 하우스의 주료 전략인 만큼 주니어들에게 운용 기회가 많이 부여되는 구조 덕분이다.

김화진 배당가치본부장도 신영자산운용의 정석 코스를 밟아 성장한 가치투자 매니저 가운데 한명이다. 2007년 중소형주 펀드매니저로 첫발을 내딛었고 우선주, 배당주 등 다양한 섹터에서 가치투자 전략을 활용하며 커리어를 쌓았다. 단련의 시간을 거쳐 이제는 신영운용의 간판 펀드매니저로 하우스를 이끌어가고 있다.

◇성장 스토리: 호시우행 가치투자의 길…1조 공룡펀드 매니저로 성장

김화진 본부장은 2004년 신영자산운용에 입사했다. 이화여자대학교 통계학과를 졸업한 김 본부장은 대학생 때부터 금융에 관심이 많았다. 금융권으로 진로를 정한 그는 신영자산운용에 첫 발을 내딛었다. 리스크관리본부에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펀드매니저에 관심이 커졌다. 결과가 명확하게 나오는 직업이라는 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회사에 요청해 직무를 바꿔 2007년 펀드매니저로 커리어를 다시 시작했다.

김화진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본부장

처음 맡은 건 중소형주 펀드다. 2008년 10월 중소형주 지수를 벤치마크로 하는 기관 사모펀드 운용을 맡았다. 김 본부장은 중소형주가 자신의 운용 성향과 맞았다고 회상했다. 시간을 투입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특징 때문이다. 대형주는 시장에서 주시하고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아웃퍼폼이 쉽지않다. 하지만 중소형주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외된 종목이 많아 열심히 종목을 발굴할수록 수익률이 오를 여지가 열려있다.

김 본부장은 “중소형주는 시장에서 커버하고 있는 애널리스트도 적었다”며 “직접 기업에 탐방을 가는 등 발로 뛰면서 종목을 발굴하고, 수익률로 연결되는 경험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중소형주로 실력을 다진 김 본부장이 다음으로 맡은 건 우선주 펀드다. 2010년 설정한 ‘신영밸류우선주’ 공모펀드의 시작부터 운용을 맡았다. 김 본부장은 “펀드 설정후부터 10년 넘게 맡았던 자식같은 펀드”라며 “이 펀드를 운용하면서 장기투자의 힘을 깨달았다”고 애착을 드러냈다.

우선주는 보통주에 비해 시장의 관심이 크지 않은 섹터다. 거래량도 크지 않은 데다, 주가 상승 이벤트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신영밸류우선주도 설정한 지 만 3년이 될 때까지만 해도 수익률에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2013년부터 배당주 돌풍이 불면서 우선주도 함께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주가가 급상승했다. 김 본부장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2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을 만큼 성과가 뛰어났다”고 말했다.

신영자산운용의 간판 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을 맡은 건 2018년이다. 김 본부장은 2012년 배당가치본부로 이동하면서 신영고배당 등 여러 펀드를 맡아 배당주 운용을 배웠다. 그러던 2018년 밸류고배당을 이끌던 박인희 전 본부장이 회사를 나가면서 간판 펀드를 넘겨받았다. 이후 지금까지 국내 주식형 액티브 공모펀드 매니저 중 유일한 1조 펀드 운용역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통찰력-평정심-자만경계 중요”

김화진 본부장은 “투자 철학은 결국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가치투자 매니저들이 꼽는 원칙이다. 김 본부장만의 또다른 전략은 뭘까.

김 본부장은 이를 위해서 필요한 조건으로 3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통찰력이다. 그는 “현재 저평가된 종목을 골라 사는 건 상대적으로 쉽다”면서도 “하지만 그 종목을 비싸게 파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앞으로 비싸질 수 있는 종목을 찾아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향후 특정 기업의 이익이 성장하고 그 가치를 시장에서 높게 평가할 것을 예상하는 운용역의 선구안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두 번째로 강조한 건 평정심이다. 김 본부장은 “종목 선택을 잘 했다면 가치투자 매니저에겐 평정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평가된 주식이 시장에서 제 값을 받을 때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그 사이에 시장의 다른 섹터가 급하게 오르고 떨어지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을 따라가는 데만 급급하면 결국 투자를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는 자만심 경계다. 김 본부장은 “운용을 하다 보면 본인이 꼽은 종목이 잘 나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며 “이런 사례가 몇 번 반복되면 자신감이 붙고, 그러면 투자 비중이 점점 커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모든 결정이 정답일 수는 없다.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비중이 과도하게 높으면 해당 종목에 따라 펀드 수익률이 크게 출렁인다. 그는 "자만심을 경계하는 태도가 결국 리스크 관리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트랙레코드1: 하락장에 강한 국가대표 배당주펀드 ‘신영밸류고배당’

김 본부장은 신영자산운용의 간판 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의 책임운용역이다. 2003년 설정된 신영밸류고배당은 배당수익률이 높은 고배당주 및 저평가 가치주에 투자하는 펀드다.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어 배당여력은 충분하지만, 시장에서 저평가받고 있는 가치주에 투자한다. 이후 이 주식을 오랜 기간 보유해 배당수익과 시세차익을 함께 노리는 전략을 활용한다.

일반 가치주 펀드와는 구체적인 운용 전략에서 차이가 난다. 예를 들면 똑같이 철강 섹터를 유망하다고 보더라도, 가치주 매니저는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종목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배당주 펀드 매니저는 안정적인 배당 지속성이 높은 종목을 선택한다. 바운더리가 가치주 펀드에 비해 좁을 수 있지만, 배당수익이 꾸준히 들어오기 때문에 안정성은 더 높다.

신영밸류고배당 운용을 주도적으로 시작한 건 2019년이다. 2018년 박인희 전 본부장이 퇴사하면서 펀드 운용에 참여했지만, 주 운용역으로 활동한 건 이듬해 11월부터다. 지금까지 약 만 5년 가량을 주도적으로 운용해온 셈이다.

안정적인 성과를 유지해왔다는 평이다. 신영밸류고배당의 벤치마크 지수는 코스피지수를 90%, CD 91물 금리를 10% 혼합한 지수다. 김 본부장은 “펀드를 맡은 이후 매년 벤치마크지수를 초과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신영밸류고배당의 5년 수익률은 48.34%로 같은 기간 코스피(23.34%) 상승률을 25%포인트 초과했다.

김 본부장은 특히 하락장에서 떨어지는 폭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강점으로 들었다. 하방 리스크가 크지 않은 수준에서 매수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현재 시점에서 하락할 위험은 낮지만, 앞으로 3년 안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라면 매수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신영밸류고배당은 내부적으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준 시점을 약 3년 내외로 잡고 있다.

김 본부장은 “50% 떨어진 주식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100% 수익률이 나야 한다”며 “하락장이 왔을 때 덜 빠지는 펀드가 장기적으로 봤을 땐 더 성과가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인 국면에서는 시장에서 주목받는 섹터에 비해 수익률이 나쁠 수 있지만, 이러한 테마주는 오른 만큼 떨어지는 폭도 크기에 장기투자에선 힘을 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트랙레코드2 : 장기투자의 힘 가르쳐 준 ‘신영밸류우선주’

김 본부장이 두 번째 트랙레코드로 꼽은 펀드는 신영밸류우선주 펀드다. 2010년 출시한 이 펀드는 김 본부장이 런칭부터 주운용역을 맡은 펀드다. 2012년 배당가치본부로 이동해온 이후에도 2019년 5월까지 계속해서 운용했다.

신영밸류우선주 펀드는 투자자들이 우선주에 관심이 없던 시절 출시됐다. 허남권 전 신영자산운용 대표의 우선주에 대한 선구안이 바탕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는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의 절반도 하지 않던 시기다. 허 대표는 우선주가 너무 싸다고 보고 신영밸류우선주를 런칭했다. 다만 2010년 출시된 후 약 3년간은 우선주 섹터의 보합세가 지속되면서 수익률도 평이한 수준을 유지했다.

2013년 배당주 돌풍이 일면서 신영밸류우선주도 빛을 봤다. 배당주를 찾는 투자자들에게 보통주보다 높은 우선주의 배당 매력이 각광받으면서다. 김 본부장은 “펀드 런칭할 당시 보통주 대비 주가가 30% 수준이었던 우선주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우선주와 보통주 사이 괴리율이 70%에 달했던 셈이다. 하지만 배당주 열풍에 괴리율이 최대 10%까지 좁혀지면서 시세차익을 봤다.

김 본부장이 운용을 맡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신영밸류우선주의 운용 수익률은 160.83%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27.06%)와 비교하면 132.50%p 초과 수익을 낸 셈이다.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주식 수나 거래량 모두 작아 시장 자금이 몰리면 가격 상승폭이 더 가파른 편이다.


◇향후 계획: “어려운 공모펀드 시장, 믿음 주는 매니저가 꿈”

현재 주식형 액티브 공모펀드 중에서 순자산액 1조원을 넘는 건 신영밸류고배당 뿐이다. 2010년대까지 즐비했던 한국투자네비게이터, 미래에셋디스커버리, 인디펜던스 등 여러 공룡펀드는 자금이 빠지면서 쪼그라든 상태다. 메가펀드 운용역으로 홀로 남은 김화진 본부장의 어깨도 무거울 수 밖에 없다.

김 본부장은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접투자 바람이 불면서 공모펀드 시장이 많이 위축됐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매니저가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를 원하는 고객층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오랜 기간 증시를 초과하는 수익을 내면서 믿음으로 보답하는 게 목표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배당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 본부장은 “배당주는 배당을 재투자하면서 얻는 금리 효과가 쏠쏠한 데다, 타 섹터에 비해 안정적이기에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등 장기투자 자금이 커지고 있는 만큼 향후 배당주 펀드 운용에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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