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크레딧 명가 꿈꾸는 ‘공수겸장’ 안태진 글랜우드크레딧 상무자문·PE·대형 로펌 변호사까지 섭렵, ‘자타공인’ 크레딧 투자 전문가
이영호 기자공개 2024-04-11 08:02:05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8일 09: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랜우드크레딧은 자본시장법 개정에 발맞춰 2021년 8월 문을 연 크레딧 투자 전문 운용사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와 한지붕 가족이다.크레딧 시장 자체가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로 국내 크레딧 플레이어들의 업력 역시 기존 PE과 비교하면 길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굵직한 족적을 남기는 하우스들도 있다. 글랜우드크레딧은 그 중 한 곳이었다.
총 투자집행 금액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포트폴리오 기업으로는 △자이에스앤디(GS건설 자회사) △SK에코플랜트 △한화첨단소재가 있다. 모두 1000억원 이상의 중대형 딜이었다. 대기업의 자금 조달 이슈에서 소방관으로 자주 등판하며 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글랜우드크레딧의 활발한 딜 메이킹 배경으로 여러 가지 요소가 거론된다. 하우스를 이끌고 있는 ‘베테랑’ 이찬우 대표의 평판과 역량, 색깔 있는 운용역 구성, 글랜우드크레딧의 버팀목인 글랜우드의 존재 등이 손꼽힌다.
글랜우드크레딧은 이제 프로젝트펀드 투자에서 벗어나 1호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겨냥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에 더 많은 전문가들을 공격적으로 수급하며 다양한 크레딧 투자를 소화할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글랜우드크레딧에 합류한 인물이 있다. 바로 안태진 상무다. 안 상무는 지난해 하반기 영입됐다. 글랜우드PE가 대기업 카브아웃 딜의 명가가 됐듯, 글랜우드크레딧 역시 명가로서의 발돋움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범상찮은 이력, 광장 변호사 출신 운용역
안 상무의 이력은 범상찮다. 그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2008년부터 투자은행(IB) 경력을 시작했다. 사회 첫 커리어는 KB증권 IB본부 M&A팀에서부터였다. 어드바이저리 업무를 맡아 M&A 딜 자문을 서포트했다. 현재 PE업계에서 적잖은 인사들이 어드바이저리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흔히 볼 수 있는 행보였다.
2년 남짓 근무 자문사 생활을 마친 뒤 안 상무의 다음 행선지는 유진자산운용 PEF본부였다. 자문사 소속으로 여러 건의 M&A를 수행하며 PE들과 함께 업무를 진행했다. 안 상무는 자연스럽게 투자업계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결국 사모펀드 투자 업무 경험을 쌓고자 유진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겼다. 당시 유진자산운용은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고 있어 보다 다양한 딜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안 상무가 메자닌을 비롯한 여러 구조화 딜을 다루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부터였다. 유진자산운용은 바이아웃보다는 메자닌 투자에 집중하는 하우스였기 때문이다.
때마침 이찬우 글랜우드크레딧 대표도 그 당시에는 유진자산운용 PEF본부에 몸담고 있었다. 그 때를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망이 본격적으로 쌓이기 시작했다. 이 대표와의 만남은 훗날 안 상무가 법조인으로 커리어를 전환할 때, 그리고 글랜우드크레딧 운용역으로 돌아오는 데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투자업계에 발을 들인지 5년차가 되던 2012년, 안 상무는 로스쿨 진학을 꿈꿨다. 업계에서 주니어 운용역이 MBA 진학을 위해 해외 유학길을 떠나는 케이스는 종종 볼 수 있었다. 운용역으로서 배경과 지식, 네트워크를 쌓을 기회여서다. 안 상무처럼 로스쿨을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2012년 안 상무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유진자산운용 재직 중이었지만 별도 입학 준비기간이 길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덕분에 경력 공백 없이 학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로스쿨 진학은 투자업계와의 절연을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 로스쿨 진학을 결심하는 과정에는 함께 일했던 로펌 변호사들의 조언이 있었다. 실제 투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불거지는 법적인 이슈는 이해관계자들 모두가 무시할 수 없는 큰 변수였다. 그가 남들과 다른 길을 걷게 된 연유였다.
2015년 메이저 로펌인 ‘광장’ 변호사로 합류했다. 광장은 M&A, 금융거래 시장에서 큰 존재감을 뽐내는 하우스다. 그만큼 안 상무에게도 많은 딜이 주어졌고 그 기회를 성장 발판으로 만들었다.
안 상무는 그간 경력을 살려 광장 증권금융그룹 소속 파트너 변호사로 일했다. 증권금융그룹은 인수금융, 구조화금융 등 다양한 거래 자문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광장에서 그의 모든 경력을 통틀어 가장 긴 기간을 보냈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약 8년의 시간이었다.
그는 광장 재직 시절 어드바이저리, PE 때보다 훨씬 다양한 크레딧 딜 구조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재직 중에만 50건 이상의 인수금융, 구조화 금융, 메자닌 투자, 해외 크레딧 투자 등 여러 유형의 금융거래를 자문했다.
크게는 1조원이 넘는 딜에도 자문을 제공했다. 수천억원 규모 딜 역시 심심찮게 수행했다. 딜 자문사였지만 운용역 못지 않게 여러 크레딧 딜 구조 구축에 관여했다. 덕분에 투자구조에 대한 눈을 한층 더 키울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안 상무는 광장에서 파트너 지위까지 올라섰다. 남부럽잖은 직함과 안정된 사내 입지를 갖춘 셈이다. 그런 그는 글랜우드크레딧으로의 이직을 감행한다. 일종의 모험이었다. 이직을 현실로 만든 키맨은 이 대표였다. 이들은 공적으로, 사적으로 오랜기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다. 이 대표는 광장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던 그에게 글랜우드크레딧으로 합류할 것을 권했다. 이 대표는 안 상무에게 국내 크레딧펀드 시장을 개척,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9월 글랜우드크레딧에 입성했다. 굴지의 로펌 파트너 지위를 놓고 새 도전을 감행하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안 상무는 11년 전 로스쿨 진학 때처럼 한 번 더 도전을 택했다. 투자라는 무기에 법률이라는 방패까지 생겼다. 법 지식을 통해 투자 과정에서 발생할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어서다. '공수겸장'이라고 불릴만한 이유다.
광장에서 겪었던 수많은 크레딧 딜들이 새 도전의 원동력이었다. 국내 크레딧 시장도 향후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하던 차였다. 글랜우드크레딧에서라면 태동기인 크레딧 시장에서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리스크 최소화하는 '보수적 투자 구조' 지향
안 상무는 스스로의 성격에 대해 “불확실성을 감당하기보단 명확한 답이 있는 걸 선호하는 신중한 스타일”이라고 자평했다. 그 성격은 투자에서도 고스란히 투영된다. 보수적인 잣대로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고 손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가 변호사 업무에 만족감을 느끼며 살았던 점도 이와 맞닿는다.
투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모험적인 투자를 감행하기 보단 원금 손실을 막을 퇴로 확보에 먼저 집중한다. 그의 투자이력도 바이아웃 투자보다는 메자닌이나 구조화 대출과 같은 크레딧 투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이유다.
이러한 투자 철학은 글랜우드가 공유하는 투자 기조와 맞닿아 있다. 글랜우드는 투자자들에 대한 책임의식과 투자 대상회사와의 파트너십을 핵심 콘셉트로 강조한다. 선량한 관리자로서 출자자(LP)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무리한 모험이 아닌 안정적 성과를 지향한다. 안 상무의 궤적은 글랜우드 지향점과 일맥상통한 면이 있다.
글랜우드크레딧은 그의 투자 스타일과 경험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다. 안 상무가 하우스에서 맡은 역할은 전방위적이다. 투자, 펀드 조성, 사후관리 업무에 전반적으로 관여한다. 합류 시점이 글랜우드크레딧의 마지막 투자 이후였던 만큼 안 상무는 신규 투자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현재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하우스의 1호 블라인드펀드다. LP들과 접촉하며 투자금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펀드 목표 결성 금액은 3000억~4000억원으로 현재 2000억원 이상의 출자 확약을 확보하며 순항 중이다.
8년 만의 운용역으로의 복귀가 낯설진 않을까. 그는 "아니"라고 답했다. 변호사로서 사실상 투자업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온 덕분이다. 투자 무대에서 변호사는 투자 구조는 물론, 당사자 간의 의견 조율을 해오는 자리다. 글랜우드크레딧에서도 입장만 바뀌었을 뿐 그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안 상무는 변호사를 거치기 이전보다 오히려 강점이 더 많아졌다고 답했다. 그는 “일상적인 금융기관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특이한 거래구조를 접하면서 자금수요, 대응능력, 조건이나 만기 등 구조적인 측면에서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며 “유연성을 위해선 법적 리스크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데, 투자 셋업 단계부터 상대 니즈에 맞춰 거래구조를 제안할 수 있는 경험이 강점”이라는 말했다.
◇'법률 전문가' 특장점 지닌 '능력 있는' 운용역
안 상무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는 후하다. 특히 운용역으로서의 안목은 물론, 남들은 갖추지 못한 법률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특장점으로 꼽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글랜우드크레딧의 수장 이 대표는 "안 상무가 합류함으로써 글랜우드크레딧이 찾던 마지막 조각을 찾았다"며 "메이저 로펌 파트너 출신인 안 상무는 풍부한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딜 전반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유능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글랜우드크레딧의 지향점은 뚜렷하다. 여러 분야 출신의 인재들을 영입해 이들을 조화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 대다수 구성원들이 컨설턴트, 글로벌 뱅킹, 세무회계 등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보유한 전문가 출신이다. 거래 파트너에게 투자 전 주기에 걸친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고,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기업에 맞춤형 투자 구조를 제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문사 개입이 줄어들면서 최고 수준의 정보 보안을 유지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이 대표는 "크레딧 투자에서 특히 법률 전문가가 중요한 이유는 매우 복잡한 투자구조를 활용하고, 바이아웃과 다르게 투자기간 내내 특정 기업과 운용사가 명확한 계약관계 하에 동행하기 때문"이라며 "투자구조가 회계, 세무, 법률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거래 상대방에게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신뢰를 얻고 새 딜을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영재 유진자산운용 대표도 안 상무를 높게 평가하는 인사다. 진 대표는 과거 안 상무와 유진자산운용 PEF본부에서 함께 재직했던 선배 운용역이었다. 안 상무가 로스쿨로 떠난 뒤에도 꾸준히 소통하며 그를 눈여겨본 업계 고위 관계자다.
진 대표는 "주니어 시절에도 이미 딜을 주도적으로 처리할 줄 아는 유망주였고, 선배 입장에선 기대 이상 성과를 내던 후배였다"며 "갑작스럽게 로스쿨 행을 결정해 내심 놀랐는데 이제는 법률지식이라는 강력한 무기까지 장착한 거물이 돼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학과 출신답게 숫자 감각이 좋은데다 꼼꼼하고 성실한 성격이 운용역으로서 장점"이라며 "또 모나지 않은 무난한 성격인 덕분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신뢰감을 주는 인물로 앞으로가 더욱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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