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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해운사 사이클 점검]'쌓인 돈은 선단으로' 컨·벌크선 다 늘리는 장금상선⑤불·호황기 가리지 않고 키운 선단 규모…현금관리도 '탄탄'

허인혜 기자공개 2024-05-24 08:31:38

[편집자주]

외부의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산업이 어디 있겠느냐만 해운업은 특히 파고에 크게 휩쓸리는 업종이다. 호황기와 불황기라는 거대한 사이클 속 유가 흐름과 국제 정세 등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결국 해운사의 명운은 호황기에 얼마나 곳간을 쌓고 불황기를 어떻게 잘 헤쳐나가느냐에 달렸다. 선제 대응은 기초 체력이 있어야 가능한 법, 중견 해운사들이 불황기 대응에 더 고심하는 이유다. 해운업 불황기 초입에 들어선 지금 더벨이 중견 해운사들의 현황과 사이클 대응 방안, 앞으로를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1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금상선은 불황기와 호황기를 가리지 않고 선단의 규모를 확대해온 선사다. 선박·컨테이너 취득에 매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을 집행하고 있다. 신조선박 발주뿐 아니라 해운사 인수합병(R&D)을 통해서도 그룹의 선단 규모를 늘렸다.

돈이 생긴 기업의 선택은 크게 두 가지다. 위기에 대비해 현금을 더 비축하느냐, 여유가 생긴 만큼 선제적 투자에 나서느냐. 특히 뚜렷한 호황기와 불황기가 번갈아 찾아오는 시장이면서 동시에 미래 사업을 위해 인프라를 확보해야 하는 해운업은 고민이 깊다. 일부 상위권 선사들은 현금을 쌓았지만 장금상선은 후자를 골랐다.

◇인수합병·신조선박 발주로 키운 유형자산

선사들의 유형자산에는 선박과 컨테이너 등이 포함된다. 유형자산 취득액의 추이를 보면 장금상선이 매출액과 영업이익 대비 다른 상위권 선사들에 비해 선박 투자에 더 적극적이라는 점이 보인다.

감사보고서를 참고하면 연결기준 2022년 한해동안 5948억원, 2023년에는 6383억원이 유형자산 취득에 따른 현금유출액으로 잡힌다. 2021년에는 2255억원을, 2020년에는 1486억원을 썼다. 유형자산 자체의 규모는 2022년 1조8500억원에서 2023년 2조335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중 선박 자산이 2023년 2조186억원, 2022년 1조5486억원이다. 컨테이너 규모를 합하면 유형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장금상선을 공시대상기업으로 밀어올린 2019년의 유형자산 확대에는 M&A가 영향을 미쳤다. 2021년도 마찬가지다. 당시 흥아해운의 컨테이너사업을 분할해 지분 90%를 장금상선에 넘겼고 잔존 사업이었던 벌크선 부문도 차후 장금상선이 인수한다. 통합 후 선복량은 9만2314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로 커진다.

M&A만 선단 규모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신조선박 발주도 잦았다. 장금상선의 별도 투자금만 떼어봐도 선박·컨테이너 취득에 매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을 집행했다. 지난해 별도기준 선박 취득액은 229억원, 컨테이너 취득 금액은 141억원이다. 직전년도는 11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과 2020년에는 선박 취득액으로 각각 1074억원과 1252억원을 썼다.

장금상선의 선단 규모 추이는 공정자산 확대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조선박 등 유형자산이 늘어난 점을 장금상선의 자산 상승 요인으로 짚었다. 장금상선은 2023년 처음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됐다. 역시 유형자산 확대가 배경으로 꼽혔다.


◇중소형 컨테이너·유조선 두루 사들인 장금상선

유형자산 투자를 꾸준히 이어온 자신감은 특화 시장 구축, 그에 따른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나온다. 장금상선은 한때 한~중 항로의 70%를 차지할 만큼 점유율이 높았고 지금도 아시아 항로에서는 톱티어 선사로 꼽힌다. 벌크선도 함께 운영한다는 점도 장금상선의 장점이다. 덕분에 최근 10년간 흑자만 봤다.

장금상선은 주력 선박인 컨테이너선의 크기를 장거리 항로 중심의 글로벌 해운사만큼 키울 필요는 없었다. 중국을 필두로 한 아시아 항로와 항구를 거점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운송에 걸맞는 중소형급 컨테이너선 발주는 최근까지 이어졌다. 2022년 발주한 25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이 대표적이다. 여수보이저·인천보이저·울산보이저·광양보이저 등 4척으로 올해 초 인도가 마무리됐다.

최근 규모를 더 늘리고 있는 부문은 벌크선이다. 장금상선은 계열사 등을 통해 벌크선도 함께 운항하고 있다. 장금상선은 2010년대 VLCC(초대형원유운반선)을 두자릿수 이상 운항 중이었다.

벌크선 규모는 계속 확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약 6200억원을 들여 노르웨이 등 해외 선사로부터 8척의 선박을 매입했다. 미국 해운 플랫폼 업체 등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다. 모두 VLCC로 알려졌다. HD현대의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의 대형선박 자율운항 솔루션(HiNAS Control)을 주문하기도 했다.
장금상선 벌크선. 사진=장금상선

◇펜데믹에 잘 쌓은 현금, 무차입 경영중

현금여력은 얼마나 될까. 장금상선도 다른 선사와 마찬가지로 펜데믹 시기 현금을 꽤 쌓았다. 2021년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6560억원, 이듬해에는 1조2735억원을 기록했다. 하반기부터 펜데믹 효과를 봤던 2020년에도 1247억원을 기록했다. 직전해에는 530억원에 머무른 바 있다.

현금성자산은 2023년 규모를 줄였지만 신규 선박을 발주할 만큼 여유가 있다. 연결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이 6677억원, 단기금융상품은 8575억원이다. 2022년에는 현금및현금성자산이 1조4380억원, 단기금융상품은 4182억원으로 집계됐다.

장금상선만 떼어보면 별도기준 2023년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758억원, 단기금융상품은 5576억원이다. 직전년도 현금및현금성자산은 8973억원, 단기금융상품은 2612억원으로 나타났다. 현금으로 쌓아뒀던 자금을 단기금융상품으로 운용하면서 이자수익도 커졌다.

순차입금 추이를 보면 마이너스로 순현금 상태라 차입금 관리도 잘 이뤄지고 있다. 장금상선의 순차입금은 펜데믹 수혜를 봤던 2020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2022년 마이너스(-)가 됐다. 2022년 -403억원이었고 지난해 불황기에도 -236억원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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