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28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묻지마식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공모주 투자를 벌이는 운용업계에서는 수요예측 첫날부터 희망 공모가 밴드의 최상단을 넘어선 가격으로 '풀베팅'에 나서고 있다.공모주에 투자한다는 수백여 개의 기관 가운데 업력을 갖춘 리서치 직원이 있는 하우스가 과연 몇 곳일까. 금융그룹 계열을 제외하면 10곳도 되지 않는다는 게 금융가의 정설이다. 운용역 명함을 받은 인력이 한 해 100개 정도 단행되는 IPO 딜마다 운용자산을 잘게 나눠 투자하는 게 실상이다.
국민적 인기를 끄는 공모주의 주문 단가가 IPO 보고서를 배포하는 작은 운용사 2~3곳의 가이드라인에 좌우되는 촌극을 바라보면 허탈하다는 증권사 IB 본부장도 있다. 정책적 이슈로 공모주펀드라는 비히클이 생겼고 이들 상품은 우선 배정을 받는다는 강력한 이점 하나로 개인 고객에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차별화 니즈가 작기에 굳이 전문가를 고집할 이유가 없는 구조다.
여기에 일반 공모에 직접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도 바글바글하다. 수익 기회의 공평이라는 이름 아래 균등배정이라는 매우 이례적 방식을 도입한 탓이다. 단숨에 전국민이 관심이 집중되는 투자처로 거듭났다.
미국에서는 IPO 공모에서 개인에 배정해야 하는 의무가 아예 없다. 홍보 효과를 노리는 마케팅 차원에서 개인에게 소량의 공모주를 파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이런 전략적 선택이 오히려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한마디로 공모주 시장은 어디까지나 기관 투자자의 무대다.
개인 투자자가 깊숙하게 침투한 투자엔 불문율이 붙기 마련이다. 금융당국에서 가능한 다수가 수익을 거두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따따블' 바람이 시작된 배경엔 시초가의 범위를 공모가 400%까지 대폭 키운 정책적 결단이 자리잡고 있다. IPO 활성화를 유도하고자 도입한 제도였다.
곰곰이 따져보면 IPO 공모주는 고위험 투자인 게 정상이다. 매분기 감사보고서에 촘촘한 공시까지 뒤따르는 상장주식 자체도 리스크가 높은 투자 타깃이다. 그간 베일에 싸였던 비상장사가 치르는 증시 데뷔전에 투자하는 건 위험이 큰 게 당연하다.
글로벌 투자 기관끼리 각자 밸류에이션으로 격전을 벌이는 해외 시장과 오히려 개인이 우대받아 보정 장치가 붙은 국내 시장. 어느 쪽의 가격 발견 기능이 우세할지는 자명해보인다. 공모주 광풍에 따라 지속되는 비정상적 변동성은 결국 국내 시장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근래 공모주 시장에서 보호예수가 필요없는 외국계 IB는 큰 실속을 챙겼다. 이런 하우스의 한국 담당자가 남긴 코멘트가 의미심장하다. "본사에서는 쏠쏠한 수익보다도 비이성적 시장이라는 대목을 훨씬 더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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