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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해운사 사이클 점검]매출액 60% 하락한 SM상선, 아직 여유있는 재무력⑦원양·아시아 투트랙 운영에 하락폭 더 커…현금량 호황기 수준·부채는 축

허인혜 기자공개 2024-05-29 08:05:23

[편집자주]

외부의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산업이 어디 있겠느냐만 해운업은 특히 파고에 크게 휩쓸리는 업종이다. 호황기와 불황기라는 거대한 사이클 속 유가 흐름과 국제 정세 등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결국 해운사의 명운은 호황기에 얼마나 곳간을 쌓고 불황기를 어떻게 잘 헤쳐나가느냐에 달렸다. 선제 대응은 기초 체력이 있어야 가능한 법, 중견 해운사들이 불황기 대응에 더 고심하는 이유다. 해운업 불황기 초입에 들어선 지금 더벨이 중견 해운사들의 현황과 사이클 대응 방안, 앞으로를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7일 1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M상선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최근 8년 사이 가장 큰 적자를 봤다. 한진해운에서 SM그룹 선사로 간판갈이를 한 뒤 최저다. 해운업계의 극심한 불황기에도 100억원 이상 손실을 본 적이 없었지만 지난해에는 1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위권 중견 해운사들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줄었지만 흑자를 내거나 금융수익으로 보완할 만한 소폭의 적자를 낸 것과는 다소 다르다.

SM상선의 낙폭이 컸던 건 주력 노선 차이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펜데믹 기간 현금을 잘 쌓고 빚은 잘 갚아나갔기 때문에 불황기를 대처할 능력은 비축해둔 것으로 풀이된다. SM상선을 둘러싼 외풍과는 관계없이 재무적으로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더 잘됐던 원양항로, 매출액 급감 기저효과

SM상선의 별도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8743억원을 기록했다. 직전년도인 2022년에는 2조2460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61%가 감소한 셈이다. 다른 국적 선사들도 불황기 매출액이 절반가량 감소했지만 축소폭이 SM상선만큼 크지는 않았다. 고려해운이 48%, 장금상선이 별도기준 39% 매출액 감소를 겪었다.

매출액 하락은 영업이익 축소로 이어졌다. 2022년 1조80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SM상선은 지난해에는 마이너스(-)1494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영업손실 규모는 매출액 대비 17.08%에 이른다. 당기순이익은 -1044억원이다. 중견 해운사 중에서는 고려해운이 -3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다른 선사들은 직전년도 대비 10~20% 규모지만 흑자였다. 고려해운도 이자수익 등을 감안한 당기순이익은 흑자다.

스코어만 보면 SM상선은 불황기 초입에서 비교적 덜 선방한 선사다. 매출액 기준 전체 선사의 4위였던 SM상선은 지난해 흥아라인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


매출액 낙폭이 차이가 난 건 주력 노선이 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매출액의 절대값은 장금상선이나 고려해운이 크지만 선복량을 고려하면 SM상선도 돈을 잘 벌었다. 2021년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50%에 육박할 정도였다. 다른 선사와 2020년 매출액 확대 추이가 달랐던 것도 더 빨리 품귀 현상을 겪은 미주노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인트라아시아선사들은 2020년 일부 영향만 받았지만 SM상선은 2020년부터 팬데믹 수혜가 뚜렷하게 보인다.

다수의 중견 선사들이 인트라아시아 등 근접 해역 항로를 활용하지만 SM상선은 중견 해운사로서는 유일하게 원양항로와 아시아 항로를 투트랙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미·아시아노선을 인수해 출범한 배경에 따랐다.

인트라아시아 선사의 팬데믹 수혜가 더 제한적이었다는 의미다. 팬데믹 기간 한-일·중 항로 운임도 올랐지만 원양항로에 비해서는 상승 폭이 크지 않았다고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지난해 연구를 통해 설명했다.

◇현금량 줄어도 호황기 수준 유지…부채는 더 줄였다

많이 번 만큼 좋지 못한 반동이 컸다. 호황기에 혹한기를 버티기 충분한 현금을 쌓았는 지가 관건이다.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의 규모는 2022년 6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4427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 현금보유량은 펜데믹 호황기던 2021년의 4080억원보다 많다. 순영업활동 현금흐름(NCF)이 지난해 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지만 아직까지는 여유분을 쌓아둔 셈이다. NCF는 2021년 1조1950억원에서 2022년 1조1231억원, 2023년 -677억원의 추이를 보였다.


현금성자산만 있는 게 아니다. SM상선은 2021년과 2022년 쌓아둔 현금을 무기로 활발한 투자에 나선 바 있다. 기업공개(IPO)에 따른 투자금 유입도 기대했던 시기지만, 이 기간 보유 현금 자체도 늘어났고 불어난 현금성자산은 투자의 밑거름이 됐다.

2021년 11월 HMM의 주식 74만5000주를 사들였다. SM상선 외에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우기원 부사장, 대한해운 등도 HMM의 주식을 나눠 매입했다. 지분율은 한때 6.6%까지 올라갔다.

투자 부동산 규모는 2268억원까지 늘렸다. 지난해를 기준으로는 투자 부동산 규모를 1600억원으로 축소했지만 투자 부동산 등이 포함된 비유동자산의 규모는 2022년 1조3919억원에서 지난해 1조6770억원으로 늘었다.

매출액은 줄었지만 부채총계는 지난 5년 사이 가장 적다. 유입된 현금을 채무 상환에 사용하며 건전성을 높여온 것으로 풀이된다. 펜데믹 기간 현금이 몰리며 순차입금은 마이너스가 됐다. 순차입금은 2021년 -2647억원, 2022년 -3813억원이다. 올해 역시 순차입금은 -2851억원으로 사실상의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했다.

지난해 유입액이 줄면서 유형자산 투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규모 확대를 위한 현금유출을 줄여나간 것으로 보인다. 선박 등을 포함한 유형자산 취득 규모가 감소세다. 2022년 208억원을 유형자산 취득에 썼지만 지난해에는 52억원만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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