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메스는 지금]'삼성이 원하면 만든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 선봉④'후공정→전공정' 영역 확장, 가격협상력·기술력 증대 기여
김도현 기자공개 2024-06-04 13:02:50
[편집자주]
국내 최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사이지만 규모 대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있다. 삼성그룹에 속한 세메스가 주인공이다. 세메스는 주요 설비를 내재화하면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공정 기술력 및 가격경쟁력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확실한 고객들이 각 분야에서 선두권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만 사실상 외부 고객사를 확보할 수 없는 구조여서 실적이 두 계열사에 달려있는 점, 국내 소부장 기술을 도용했다는 업계 비판 등이 리스크다. 세메스를 둘러싼 상황과 앞으로의 성장 전망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30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곳곳에는 세메스의 손길이 닿아있다. 반도체만큼은 아니지만 삼성디스플레이 생산라인도 마찬가지다. 외산 의존도가 높던 장비를 내재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장비 내재화는 삼성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해외 협력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고 공정 기술 최적화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해줬다. 신장비 연구개발(R&D)을 통한 본연의 가치 상승은 앞으로도 세메스가 끌어줘야 할 가장 큰 역할이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현재진행형', 탈일본 견인
이달 세메스는 반도체 고온 매엽인산 세정장비 '블루아이스 프라임'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 성과다.
매엽식 인산 공정은 웨이퍼 상부에 170도 이상 고온 인산을 토출해 오염물을 제거하는 단계다. 식각 균일도 및 불순물 제거 기술 확보하기 어려워 많은 기업이 상용화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메스는 자체 개발한 '척(Chuck)'을 장착하면서 난제를 극복했다. 척은 기판이 놓이는 곳이다. 세메스의 척은 웨이퍼를 고온으로 히팅해 웨이퍼 중앙과 가장자리 온도 균일도를 높이는 한편 기존 배치타입 습식 세정방식의 한계였던 불순물 제거율을 90% 이상 높였다.
세계적인 ESG 트렌드에도 알맞다. 세메스는 "작업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케미컬 리사이클링 기술 개발로 90% 이상 재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그린팹 설비'로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에 필수적인 열 압착(TC) 본더 공급량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본 신카와로부터 다수 조달했다. TC 본더는 여러 개 D램을 쌓는 과정에서 쓰인다.
올 3월에는 프로버설비 4000호기 출하 기념식을 열기도 했다. 해당 제품은 웨이퍼의 전기적 특성 검사를 위해 테스터와 결합되는 설비다. 세메스는 2003년 개발 이래 20년 이상 출하해왔다. 역시 일본 등에서 주로 수입하던 장비였다.
반도체 생산라인 천정에서 쉴새 없이 움직이는 OHT(OverHead Transport)도 세메스의 내재화 사례 중 하나다. OHT는 웨이퍼가 담긴 통(FOUP)을 자동 운반하는 시스템이다. 일본 다이후쿠가 장악하던 분야였으나 세메스가 독자 개발하면서 상당한 수입 대체 효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후공정 장비를 내놓던 세메스는 영토를 전공정으로 넓힌 상태다.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이 독점하던 낸드플래시 식각 설비가 대표적이다.
식각은 반도체 회로를 깎거나 전기적 연결을 위해 구멍을 내는 공정이다. 낸드에서는 △셀마다 홀을 뚫는 '고종횡비' △트랜지스터 스위치인 워드라인과 데이터가 흘러다니는 비트라인 간 배선 연결하는 '콘택트' △주변부 배선을 이어주는 '페리퍼리' 등으로 단계가 나뉜다.
일본 수출규제 이슈가 한창이던 2020년 세메스는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공장에 낸드 콘텍트 장비를 투입한 바 있다. 이후 낸드 세대를 거듭할수록 세메스 비중이 커지고 있다.
2년 전에는 노광 공정용 트랙 장비를 개발하기도 했다. 트랙 장비는 웨이퍼를 노광기에 투입하기 전 빛과 반응하는 포토레지스트(PR)를 골고루 도포하는 역할을 한다. 마찬가지로 TEL이 주도하는 분야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일부 라인에 세메스가 만든 트랙 장비가 도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이어 제품군이 늘어나는 반도체 부문과 달리 디스플레이 부문은 대폭 축소됐다. 삼성디스플레이 투자가 급감한 영향이다.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을 중단한 것도 한몫했다.
과거 세메스는 삼성디스플레이 팹에 세정 및 포토 공정용 코터, 잉크젯 증착 설비 등을 제공한 바 있다.
다만 업황 부진으로 세메스는 한때 디스플레이 일부 사업부 매각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케이씨텍, 원익IPS 등 국내 장비사와 협상에 돌입하기도 했다.
2020년 8월 원익IPS와는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Binding MOU)'를 교환했다. 당시 원익IPS는 세메스의 포토 및 웨트 사업을 82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세부 사안 조율이 길어지는 등 본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여러 소문을 낳았다. 결과적으로 사업부 인력 이전 등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현재는 잉크젯 관련 제품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잉크젯은 드롭 온 디맨드(DOD) 방식으로 잉크젯 헤드(노즐)를 이용해 잉크를 프린팅하는 기술이다. 향후 세메세는 디스플레이 투자를 재차 늘리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철수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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