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메스는 지금]반도체 장비 백화점, '기술 블랙홀' 꼬리표 뗄까③삼성 자회사의 두 얼굴, 일부 협력사와 갈등 빚기도
김도현 기자공개 2024-05-31 13:04:52
[편집자주]
국내 최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사이지만 규모 대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있다. 삼성그룹에 속한 세메스가 주인공이다. 세메스는 주요 설비를 내재화하면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공정 기술력 및 가격경쟁력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확실한 고객들이 각 분야에서 선두권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만 사실상 외부 고객사를 확보할 수 없는 구조여서 실적이 두 계열사에 달려있는 점, 국내 소부장 기술을 도용했다는 업계 비판 등이 리스크다. 세메스를 둘러싼 상황과 앞으로의 성장 전망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9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메스는 태생부터 '반도체 장비 국산화'라는 특명을 부여받은 기업이다. 여전히 미국, 유럽, 일본 등이 장악 중인 분야지만 해당 미션을 어느 정도 실현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아무래도 초기에는 선도업체의 기술을 모방하는 '카피캣' 전략이 불가피했다.문제는 이같은 방식이 국내에서도 실행됐다는 점이다. 기존처럼 후발주자가 선두주자를 따라가는 구도가 아닌 비교적 영세한 협력사의 노하우를 자회사에 공유하면서 내재화한 것이다. 한때 세메스가 '기술 블랙홀'이라는 비판을 받은 배경이다. 이에 세메스는 상생 활동에 힘을 싣고 공생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일 기술 전수받던 세메스, '특허 침해' 견제 받아
세메스의 전신은 1990년대 초 삼성전자와 일본 다이닛폰스크린(DNS)이 합작 설립한 한국DSN다. 당시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으나 생산라인 증설에 어려움을 겪었다. 외산업체가 떠오르는 삼성전자 견제에 나서면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때는 삼성전자가 지금 같은 지위도 아니었고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 경쟁하는 와중에 한국까지 크는 걸 원치 않던 분위기였다. 국산 소재, 장비 등이 전무했던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공급망 안정화를 과업으로 삼았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세정장비에 강점이 있던 DNS는 한국 시장 공략, 삼성전자는 설비 기술 확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한국DNS가 출범할 수 있었다. 양사는 별도의 기술 도입 계약까지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DNS 인력은 DNS 본사로 넘어가 기술 연수를 받아왔었다. 설비 조립 및 조정, 검사 및 해체 등 장비 관련 지식을 습득하면서 세정 장비와 현상액 도포 장비 등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1994년 4월 첫 출하 했고 같은 해 5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반입됐다는 후문이다.
첫해(1994년) 120억원, 이듬해(1995년) 310억원, 3년차(1996년) 53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급성장했다. 초기 계획보다 3배 이르게 상승 곡선을 그렸다.
다만 빠르게 큰 대가는 부작용이었다. 소송전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2005년 세메스로 사명 변경 이후 오스트리아 세즈와의 법적 분쟁이 시작됐다. 그해 초 세즈는 세메스가 싱글 웨이퍼 프로세서(SWP) 장비의 '원판형 공작물 에칭장치' 11개항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침해금지 소송 및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맞선 세메스는 '특허무효 심판 청구' 소송을 제기해 특허심판원(1심)에서 11개항 모두 승소 판결을 받았으나 특허법원(2심)에서 1개항에 세즈 특허를 인정하는 일부 승소판결이 내려졌다. 이를 불복한 세메스는 대법원(3심)에 상고해 최종적으로 11개항 전부 승소를 이뤄냈다. 결국 2007년 세즈는 미국 램리서치에 피인수됐다.
승승장구하던 세메스는 또 한 번의 소송전을 겪는다. 2012년 한미반도체는 세크론(현 세메스)을 상대로 '쏘잉&플레이스먼트(Sawing & Placement)'에 적용된 핵심 기술을 무단 사용했다고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세크론이 한미반도체 특허를 침해한 사실을 인정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한미반도체 설비를 세크론에 보내 유사품을 만들도록 한 것으로 본다. 2012년 10월 세크론은 세메스에 합병됐다. 이 건은 한미반도체가 항소심까지 승소하고 2017년 8월 소를 취하해 법률 다툼이 종결됐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완성된 설비, 도면 및 노하우 등을 세메스에 넘기면서 장비 협력사를 길들였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여전히 세메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반도체 종사자가 있을 정도다.
장비업계 고위 임원은 "세메스가 훌륭한 기업인 건 맞지만 우리나라 소부장 업계 관점에서는 생태계 파괴자로 여겨질 수 있다. 알게 모르게 특혜를 받으면서 고난도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협력사 경영자 간담회 등 상생 활동 지속
최근 세메스 이미지는 사뭇 다르다. 완연하게 올라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업계 최초 제품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과거와 달리 자체 역량으로 승부하는 분위기다.
더불어 ESG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세메스는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협력사 경영자 간담회'를 매년 열고 있다.
지난해 정태경 세메스 대표를 비롯해 주요 44개 협력사 대표가 참석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30년 장기거래 협력사인 삼익THK, 한국SMC 등이 공로패를 받기도 했다. 이어서 원가절감 최우수상 메티스, 품질 최우수상 엘오티씨이에스와 하나머티어리얼즈가 수상했다.
정 대표는 "협력사의 품질향상 및 원가절감 노력으로 (세메스가) 성장해왔다"며 "앞으로 상생협력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협력사에 생산관리 및 품질시스템을 전수하는 등 동반성장을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세메스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서 6년 연속 최우수 및 우수등급을 받았다.
또한 세메스는 상생협력 사이트도 운영 중이다. 세메스는 "공정위가 제정 및 개정한 하도급 법규 준수 실천항목으로 협력사와의 공정한 하도급 거래를 위한 실천사항을 도입해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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