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농협 지배구조 진단]'2년 임기' 관례 고수…경영 연속성 저해 우려⑥신경분리 12년, 은행장만 7명…중앙회·경제지주도 유사
이기욱 기자공개 2024-06-05 08:17:38
[편집자주]
농협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NH투자증권 사장 선임 과정에서 시작된 농협금융지주의 독립성 이슈가 금융감독원의 고강도 검사로까지 이어졌다. 농협금융지주를 넘어 전 농협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 개입도 문제시되고 있다. 배임, 외환 송금 사고 등 각종 사건·사고의 원인으로 지배구조를 지목하는 이들도 있다. 농협중앙회를 비롯한 농협 주요 계열사들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체계를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4일 15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부분 중 하나가 짧은 CEO들의 교체 주기다. 일반적으로 '2+1년' 임기를 보장해주는 타 금융지주와는 농협금융은 2년 임기 관례를 고수하고 있다. 이를 깨기 위한 시도가 농협중앙회 지배구조 문제와 맞물려 무산된 적도 있었다.농협금융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지주 등도 상황이 대동소이하다. 경영 연속성 저해와 중장기 혁신 동력 약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이대훈 전 행장 2년 3개월로 최장수…중앙회 변수로 관례 못 깨
지난 2012년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이후 12년 동안 농협금융의 계열사 CEO들은 대부분 2년의 임기를 수행해 왔다. 타 계열사 대비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NH투자증권을 제외한 자산 1조원 이상 5개 주요 계열사(NH농협은행, 농협생명, 농협손보, NH농협캐피탈, NH저축은행)들은 모두 잦은 CEO 교체를 겪었다.
최대 계열사인 농협은행은 12년 동안 총 7명의 은행장이 취임했다. 신충식 초대 은행장을 시작으로 김주하 전 행장, 이경섭 전 행장이 모두 2년씩 임기를 수행했다.
2018년 취임한 이대훈 행장 시기 선임 체계가 일부 변화됐다. 취임 첫 임기가 2년이 아닌 1년으로 변했다. 2018년말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고 2019년말 1년의 임기를 더 부여받았다. 농협은행장 최초로 3년차 임기에 돌입하며 '2년 임기' 관례가 깨지는 듯 했다.
하지만 2020년 농협중앙회장이 김병원 회장에서 이성희 회장으로 교체되며 변수가 발생했다. 주요 경영진 일괄 사표 제출 대상에 이 행장도 포함됐고 3번째 임기 3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임으로 선임된 손병환 행장은 그해 말 농협금융 회장에 선임됐고 이후 권준학 행장이 2021년부터 2년의 임기를 수행했다. 현재는 2023년 취임한 이석용 행장이 2년째 임기를 수행 중이다.
비슷한 시기 타 시중은행의 경우 대부분 3년 이상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대표적으로 윤종규 전 KB국민은행장(3년)과 허인 전 국민은행장(4년),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3년 9개월), 함영주 하나은행장(3년 6개월) 등이 장기간 은행장으로 있으며 은행 및 금융그룹 전반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타 금융계열사도 장수 CEO 제한적…중장기 개혁 쉽지 않아
타 주요 계열사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농협생명은 나동민 전 대표가 2012년 출범 후 첫 대표에 올라 3년 동안 회사를 경영했다. 하지만 이후 선임된 김용복, 서기봉, 홍재은, 김인태 전 대표는 모두 2년씩만 임기를 수행 했다. 윤해진 현 대표는 올해 2년차 임기를 수행 중이다.
농협손보도 김학현 초대 대표가 2012년부터 2016년 2월까지 약 4년의 임기를 수행한 후 2년 단위 선임이 반복되고 있다. 이윤배, 오병관, 최창수, 최문섭 전 대표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순서대로 대표를 맡아왔다. 올해 초 취임한 서국동 현 대표의 임기는 내년까지다.
NH농협캐피탈도 이신형, 고태순, 이구찬, 박태선 전 대표가 모두 2년씩 임기를 보냈다. 배판규 전 대표와 조두식 전 대표는 각각 1년, 9개월씩 더욱 짧은 임기를 수행했다. 2014년 농협금융에 편입된 NH저축은행도 최광수 전 대표(3년 6개월) 제외 김승희, 최상록, 김건영 전 대표 모두 2년 임기를 수행했다.
금융지주 회장도 타 금융지주 회장들보다는 교체가 잦은 편이다. 신충식 초대 회장과 신동규 2대 회장은 각각 3개월, 1년만에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손병환 전 회장과 임종룡 전 회장은 2년의 임기를 수행했다.
김용환, 김광수 전 회장의 임기는 3년으로 계열사 CEO들에 비해서는 긴 시간을 보장 받았다. 그럼에도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10년),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9년),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6년) 등과는 큰 차이가 난다.
농협중앙회 경영진의 상황도 유사하다. 2012년 이후 취임한 농협중앙회 전무이사 부회장과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 대표, 상호금융 대표 중 2년 넘게 임기를 수행한 이는 많지 않다.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 시기 허식 전무와 김원석 농업경제 대표가 연임에 성공해 4년의 임기를 수행했고 나머지 인사들은 2년 임기 후 모두 교체 됐다. 특히 2013년과 2016년, 2020년 등 중앙회장 선거가 있던 시기에는 기존 경영진들이 임기를 남겨놓고 사임하는 일이 반복됐다.
농협경제지주의 주요 계열사인 농협사료와 농협하나로유통 등도 2012년 이후 2년 넘게 대표이사를 지낸 이가 없다. 해당 계열사들은 대표이사 임기가 1년씩이기 때문에 교체 주기가 더욱 짧은 편이다. 일정 임기를 수행한 후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관례가 여전히 남아 있어 중장기 관점의 경영 혁신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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