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6월 11일 15시3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에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탑재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작에서 가능성을 본 덕분이다.

실현되면 이와 연관된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사업부, 시스템LSI사업부, 파운드리사업부 등 3곳 실적에 모두에 긍정적이다. 궁극적으로 전사 수익성 향상은 물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삼성전자에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3나노 레퍼런스·2나노 수주 가능성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S25에 투입할 '엑시노스2500(가칭)' 샘플을 생산 중이다.

앞서 미국 설계자동화(EDA) 업체 시놉시스는 삼성전자와 3나노미터(nm)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시스템온칩(SoC) 테이프아웃(디자인 마무리 후 팹으로 넘어가는 단계)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는 엑시노스2500 설계도가 파운드리사업부로 넘어갔음을 나타낸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3나노 공정이 도입되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인 GAA를 적용한 3나노 반도체를 세계 최초 양산했지만 이렇다 할 고객을 확보하지 못해왔다. 글로벌 고객이 아직 삼성전자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이에 따라 엑시노스2500은 양과 질 측면에서 실질적인 3나노 데뷔 무대로 여겨진다. 해당 제품 결과가 잘 나온다면 빅테크로서는 대만 TSMC 대안으로 삼성전자를 고려해볼 수 있다. 삼성전자와 모바일 라이벌 애플 정도를 제외하면 TSMC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과거 퀄컴, 엔비디아 등은 과거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주요 고객이었으나 5나노 공정 전후로 발열 이슈 등이 나타나면서 일제히 TSMC로 돌아선 바 있다.

초미세 공정으로 접어들면서 7-5-3 홀수 나노가 줄기를 이루고 6-4-2 짝수 나노는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여겨진다. 5나노에서 밀린 삼성전자는 4나노에서도 사실상 완패 전례가 있다. 3나노 성패가 2나노까지 이어진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2025년부터 2나노 공정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미 2나노 기반 AP '엑시노스2600(가칭)' 개발도 착수했다. 2나노부터는 TSMC도 GAA를 활용한다. 삼성전자의 3나노 레퍼런스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모바일 원가절감·반도체 실적 증가

엑시노스2500은 MX사업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갤럭시S22에서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이 일자 갤럭시S23에서는 전량 퀄컴 AP(스냅드래곤)를 장착한 바 있다. 중저가 모델에서는 대만 미디어텍 AP(디멘시티)가 치고 올라왔다.

엑시노스의 옅어진 존재감은 삼성전자 모바일 AP 매입액 급증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조7320억원으로 전년(2022년) 대비 3500억원 불었다.

올 초 선보인 갤럭시S24에서는 일부 모델에 엑시노스2400을 넣으면서 관련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 구매자의 가격협상력이 올라가는 원리다.

갤럭시S25에서 엑시노스2500 비중이 얼마나 커질지가 관건이다. 갤럭시S24에서는 울트라 버전은 퀄컴이 독점했다. 차기작에서 최선단 모델 재진입에 성공한다면 해당 효과는 더욱 확대된다.

1차원적으로 보면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 매출이 증대된다. 두 사업부 실적에서 모바일 AP 몫은 큰 편이었다. 실제로 엑시노스2300 양산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타격이 컸다. 엑시노스 부활을 누구보다 고대하는 이들이다.


◇엑시노스 브랜드 가치 상승

갤럭시S23 출시 전후로 삼성전자 AP 사업은 다소 굴욕적인 상황을 맞이했다. 퀄컴, 애플은 물론 미디어텍과 중국 유니SOC에도 밀린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모바일 AP 점유율 순위(출하량 기준)에서 삼성전자는 6%로 5위에 그쳤다. 다만 작년 4분기 대비 2%포인트 상승하면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엑시노스2400 출시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라인업을 모바일 외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차량용 '엑시노스 오토', 초광대역(UWB)용 '엑시노스 커넥트' 등이 대표적이다.

최고의 기술이 집약된 모바일 AP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낸다면 엑시노스 브랜드 우수성을 재확인하게 된다.

더불어 엑시노스 오토, 엑시노스 커넥트 등의 채택은 동일 응용처에 쓰이는 메모리, 이미지센서, 전력관리칩(PMIC) 등에 낙수효과를 줄 수 있다. 가령 현대자동차가 삼성전자의 차량용 AP를 쓴다면 다른 반도체도 삼성전자와 거래할 가능성이 커지는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