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야놀자 '덕' 동전주 탈출한 SBI인베 , 지속 가능할까IPO 10배 멀티플 '잭팟' 기대감에 주가 들썩…미국 증시 입성 가시권, 누적 160억 투자
이영아 기자공개 2024-06-14 07:24:40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3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국내 벤처캐피탈(VC) SBI인베스트먼트의 주가 상승이 심상치 않습니다. 한 주의 시작을 알린 월요일(10일), 장중 52주 최고가(1170원)를 경신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습니다. 화요일 잠시 주가가 하락하는 듯 했지만 수요일 다시 반등에 성공해 5.39% 상승 마감했습니다.
SBI인베스트먼트의 주요 포트폴리오 야놀자의 기업공개(IPO)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난 7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야놀자가 이르면 7월 미국 증시입성을 통해 4억달러(약 5473억원)를 조달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야놀자는 국내 3곳에 불과한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입니다. 지난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 투자를 유치하며 데카콘에 등극했습니다. SBI인베스트먼트는 야놀자 시리즈B, C 라운드에 참여하며 총 160억원을 투자한 주요 주주입니다.
기업가치 만큼이나 높아진 시장의 기대 때문일까요. 그동안 야놀자 IPO 관련 소식이 흘러나올 때마다 SBI인베스트먼트 주가는 들썩였습니다.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출신 이브라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 소식이 보도되자 매수세가 몰리기도 했습니다. 관련 소식이 전해진 날, SBI인베스트먼트 주가는 6.13% 오르며 상승 마감했습니다.
물론 주가 변동을 포트폴리오에 담은 기업 이슈 하나만으로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야놀자는 국내 데카콘 중 근시일내 IPO가 가시화된 기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엑시트(회수) 상징성이 상당하므로 주가에 꽤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긴 어렵습니다.
실제 야놀자에 투자한 또 다른 국내 VC인 아주IB투자 주가 또한 연일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10일) 아주IB투자는 전일 대비 130원(4.09%) 상승한 331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후 쭉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일(12일) 3.16% 상승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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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 Event
SBI인베스트먼트는 국내 톱티어 VC로 꼽힙니다. 가장 빛나는 타이틀은 '대한민국 최초 벤처투자회사(옛 창업투자회사)'인데요. 전신은 1986년 설립된 정부 출자법인 한국기술투자(KTIC)입니다. 지금까지 약 70여개 펀드를 운용하며 모험자본 시장에서 활약해왔습니다.
'최초의 기록'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1989년 9월 국내 VC 가운데 처음으로 코스닥시장 입성에 성공했습니다. 2010년 일본의 종합 금융 그룹인 SBI그룹의 계열 회사로 편입되면서 글로벌 투자 회사로 거듭났습니다. SBI그룹은 한국과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22개국 지역에서 상업 은행, 증권사 또는 벤처캐피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운용자산(AUM)은 1조3535억원에 달합니다. 야놀자를 비롯해 래몽레인, 스타일쉐어, 버즈빌, 씨아이에스, 휴럼, 실리콘투 등 다양한 산업 섹터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습니다. 38년의 업력을 쌓아오며 200여개 기업의 상장을 견인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특히 야놀자는 명실상부 SBI인베스트먼트의 대표 포트폴리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SBI인베스트먼트는 일찌감치 야놀자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과감한 투자를 집행했습니다. 2016년 시리즈B 라운드에 참여해 6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당시 야놀자 밸류에이션은 4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습니다. 2018년 시리즈C 라운드에서는 10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야놀자 몸값은 6000억원 중반까지 뛰었습니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약 6조원 수준입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투자단가 대비 10배 이상 기업가치가 뛰어올랐습니다. 멀티플(투자원금대비회수) 10배 이상 '잭팟'이 기대되는 배경입니다. 미국 증시 상장시 기업가치를 10조원가량으로 평가 받으면 엑시트 성과는 더욱 배가될 전망입니다. 이는 강력한 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펀딩과 투자, 회수 '선순환 고리'에 기반해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SBI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개별기준 영업이익이 85억3918만원으로 전년대비 흑자전환했습니다. 2022년 SBI인베스트먼트는 대규모 투자자산 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10년 만에 적자 전환해했는데 1년 만에 만회한 것입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92억7609만원으로 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Market View
최근 3년간 SBI인베스트먼트를 분석한 주요 증권사 연구원의 리포트는 없습니다. 대신 야놀자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리포트들은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리포트는 지난 2022년 6월 발간된 삼성증권의 '야! 이젠 해외에서 놀자!' 리포트입니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온라인플랫폼(OTA) 1위 야놀자의 기존 충성 고객층과 브랜드파워가 결합된다면, 향후 경쟁사들을 위협하는 시장 게임체인저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야놀자의 사업 전략 행보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증권은 데카콘이라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위한 야놀자의 과제로 세 가지를 꼽았는데요. △기업소비자간거래(B2C) 국내 숙박 OTA 사업의 펀더멘털 강화 증명 △기업간거래(B2B) 트래블테크 점유율 확대 가속화 △해외시장 점유율 확대 지속입니다.
딱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야놀자는 시장이 제시한 과제를 잘 수행해왔을까요. 먼저 B2C 사업은 순조롭게 외형을 키우고 있습니다. 야놀자 B2C 사업의 두 축은 △숙박예약 중심 플랫폼 사업(야놀자) △항공·투어·액티비티 중심 인터파크트리플 사업으로 나뉩니다.
플랫폼 사업은 지난해 3753억원 매출을 올리며 전년대비 3%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인터파크트리플 사업은 2594억원 매출을 올리며 전년대비 89.34% 증가했습니다. 단순 숙박 예약을 넘어서 여행·여가 엔터테인먼트로 카테고리가 순조롭게 확장되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클라우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중심 B2B 사업(솔루션)입니다. 야놀자는 B2B 사업을 키우기 위해 2019년부터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택했습니다. 가람정보시스템과 씨리얼, 이지테크노시스, 젠룸스, 산하정보기술 등을 인수했습니다. 미국 호텔 솔루션 기업 '인 소프트'와 글로벌 여행 솔루션 기업 '고 글로벌 트래블(GGT)' 등 굵직한 해외기업을 품기도 했습니다.
야놀자 B2B 사업은 공격적인 투자의 영향으로 늘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은 반전됐습니다. 지난해 3분기 야놀자 솔루션 사업은 첫 분기 흑자(92억원)를 달성했습니다. 이후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야놀자 전체 매출에서 솔루션 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5.45%, 2021년 10.20%, 2022년 18.11%, 2023년 22.60%까지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이는 고스란히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야놀자는 133만개의 숙박 인벤토리를 1만7000개 판매 채널에 판매하고 있으며, 이중 글로벌 채널 비중은 99%에 달합니다. 인수 기업이 보유한 솔루션을 자사 고객사에 크로스셀링(교차판매)하거나 자사 상품 라인업과 연계한 패키지를 개발하며 '트레블테크'라는 새로운 수출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시장에서 제시한 과제를 충실히 수행해온 야놀자의 상장에 기대가 모이는 배경입니다.
향후 SBI인베스트먼트의 주가 향방과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는 "운용조합 규모와 우수한 포트폴리오 보유 여부가 VC 이익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며 "향후 회수할 투자 포트폴리오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SBI인베스트먼트의 키맨은 안재광 대표(사진)입니다. 1977년생인 안 대표는 SBI인베스트먼트에서 14년간 몸담은 베테랑 투자심사역입니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후 삼성전자에서 휴대전화 마케팅, 해외홍보 업무를 담당하다 2010년 SBI인베스트먼트에 합류했습니다.
지난해 SBI인베스트먼트 사령탑으로 선임된 안 대표는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적극적인 움직임 속에 경기 불황 악조건을 뚫고 하우스 흑자전환을 이끌었습니다. 실무형 대표로서 펀딩과 투자, 회수 선순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안 대표는 이번 주가 반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사내 번호는 회사 공시에 명시돼 있습니다만 이전 취재를 통해 알게 된 개인 번호를 통해 연락을 해봤습니다. 다만 주가를 둘러싼 상황과 야놀자 IPO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듣진 못했습니다.
더벨은 보다 구체적인 답변을 듣기 위해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SBI인베스트먼트 경영지원본부 관계자로부터 조금 더 자세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SBI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주가를 움직이는 변수는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원인을 콕 찝어 설명하긴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어 "실적 개선을 비롯한 좋은 모멘텀은 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야놀자 IPO 관련해서는 역시 극도로 말을 아꼈습니다. 앞선 관계자는 "개별 포트폴리오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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