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엔비디아를 꿈꾸는 기업들]AI 반도체 '지각변동', 디자인하우스 물밑경쟁 치열사피온·리벨리온 합병 태풍, 파운드리 매출 직결
김도현 기자공개 2024-06-19 09:10:51
[편집자주]
인공지능(AI) 산업이 본격 개화하면서 엔비디아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내세워 AI 서버 시장 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면서다. 문제는 커진 엔비디아 영향력 만큼이나 의존도도 높아졌다는 점이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 가격은 수천만원으로 뛰었고 이마저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은 '탈엔비디아'를 추진하고 있다. 자체 칩 개발에 나서거나 대체 업체와 협력하는 식이다. 엔비디아 시대에 맞서는 이들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7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사피온과 리벨리온이 근원지다. 추후 관련 업체들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이들을 보조하는 디자인하우스 업계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핵심 고객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최근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협력사 변경 또는 이원화에 적극적인 추세와도 맞물린다.
◇삼성전자 vs TSMC, 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대리전'
17일 업계에 따르면 사피온과 리벨리온은 차세대 AI 칩인 'X430'과 '리벨 쿼드' 개발을 일시 중단한다. 조만간 합병을 위한 실사에 돌입할 예정으로 통합법인 출범 전후로 미래 제품 로드맵을 재설정하기로 하면서다.
추후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리벨리온의 경우 하반기 양산을 앞둔 '리벨' 관련 작업은 계획대로 이어갈 방침이다.
리벨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미터(nm) 공정 기반으로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3E)가 탑재된다. 반도체 설계(팹리스)와 파운드리 간 가교 임무를 수행하는 디자인하우스 역시 외부 업체가 아닌 삼성전자(인하우스) 담당으로 전해졌다.
리벨 쿼드와 X430은 2024년 말, 2025년 말 개발 완료 목표였다. 양사가 뭉치기로 결정하면서 선택과 집중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디자인하우스와 파운드리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존에는 리벨 쿼드는 리벨과 동일, X430은 알파웨이브 세미 및 TSMC 체제가 형성됐다.
이중 사피온은 작년 11월 선보인 X330(TSMC 7나노 기반)까지 국내 유일 VCA(TSMC 디자인하우스 파트너) 에이직랜드와 협력해왔다. 차기작부터 알파웨이브 세미와 손을 잡은 것인데 여러 요인이 사유로 꼽힌다.
사피온이 타깃하는 데이터센터 산업 내 한국 고객 미미, 최고기술책임자(CTO) 교체에 따른 전략 변화 등이다. 사피온 본사가 미국에 있는 점도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구축된 공급망은 원점에서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리벨 쿼드와 X430 프로젝트가 그대로 재개, 통·폐합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하우스, 파운드리, 메모리 업체 모두 변동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이전에 리벨리온과 협업한 세미파이브는 물론 DSP(삼성전자 디자인하우스 파트너)인 가온칩스와 코아시아, VCA인 에이직랜드 등에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DSP와 VCA 경쟁 결과에 따라 파운드리(삼성전자·TSMC), 메모리(삼성전자·SK하이닉스) 채택 기업까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피온과 리벨리온은 우리나라 AI 반도체 빅3에 속한다. 해당 합병법인이 각 부문에 의미 있는 고객으로 거듭날 여력이 있는 셈이다.
◇파운드리 빅3, '한국 AI 고객' 유치전 본격화
사피온과 리벨리온 외 퓨리오사AI, 딥엑스, 모빌린트 등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토종 업체인 만큼 그동안 삼성전자 및 DSP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미 퓨리오사AI는 2세대 신경망처리장치(NPU) '레니게이드' 양산을 TSMC에 맡겼다. 1세대 NPU '워보이'는 삼성전자가 제작한 바 있다.
딥엑스와 모빌린트는 멀티 파운드리 체제로 간다. 이전까지 삼성전자와만 협업했다면 제품에 따라 TSMC와도 거래하기로 했다. VCA와 관련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여기에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한 인텔도 여러 국내 기업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자체 중앙처리장치(CPU), AI 가속기 등도 보유하고 있어 다각도로 협력이 가능하다. 네이버와 손잡은 것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간 마케팅 경쟁이 심화할수록 디자인하우스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파운드리가 직접 모든 고객을 응대할 수 없기 때문에 중간다리인 디자인하우스가 고객 유치 전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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