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모니터]퓨리오사AI, 사피온 합병 제의 거절 배경은HBM3 기반 제품 선제적 준비…'차세대 칩' 진척도가 합병 구도 영향
안준호 기자공개 2024-06-17 15:33:13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4일 14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합병을 추진하는 가운데 또 다른 경쟁사인 퓨리오사AI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퓨리오사AI 역시 사피온 측의 합병 제안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하며 독자 노선을 선택했다. 시너지 창출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세 회사 간의 사업 진척도 차이가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퓨리오사AI는 후속 칩 개발을 끝마치고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일찌감치 고대역폭메모리(HBM3) 기반 설계를 택해 경쟁사들보다 앞선 상태다. 시장 선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더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종 AI 팹리스 ‘출혈 경쟁’ 합병 배경…‘SK 계열사’ 사피온의 사업 방향 고민도
리벨리온과 사피온은 지난 12일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통합 구조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대략적인 윤곽은 그려진 상태다. 사피온의 한국 법인과 리벨리온이 결합하는 가운데 리벨리온 측에서 전체적인 경영을 이끌게 된다. 구체적 조건은 향후 양 사 간 실사를 통해 조정될 전망이다.
두 회사가 힘을 합칠 경우 국내 반도체 생태계 차원에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크다는 평가다. 현재 AI 칩 팹리스 3사들의 경우 목표 고객이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위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설립 시기도 비슷하기 때문에 제품 출시는 물론 자본시장에서도 경쟁이 불가피했다.
세 회사가 설계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 제품의 직접적인 상대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다. 다만 GPU 대체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NPU 간에도 성능 다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극초기 단계 시장이기 때문에 고객 점유율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자원 소모도 있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반도체 설계 도구인 캐드(CAD) 사용료 같은 작은 부분은 물론 설계자산(IP) 구매, 인력 채용 등에서 중복 비용이 발생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자금 규모가 컸던 만큼 '국부 유출'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했다.
사피온의 경우 사업 추진 효율성에 대한 고민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트업인 리벨리온, 퓨리오사AI에 비해 대규모 지주사 체제에 속해 있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그룹 중간지주사이자 모회사인 SK텔레콤 역시 상장회사이다 보니 기업공시 등이 소모되는 시간도 발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룹 지주사의 손자회사에 해당하다보니 증자 때마다 복잡한 검토가 이뤄지고, 공정거래법상 규제도 받다 보니 내부적으로도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며 “사피온이 최근 해외사에 설계 용역을 맡기면서 600억원 가량의 기술료를 지불했는데, 이 때도 상세하게 공시를 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공통점은 후속 제품 개발에 얼마 전 착수했다는 것이다. 퓨리오사AI가 일찌감치 HBM3 기반 제품을 준비한 것과 달리 2025년~2026년 목표로 비슷한 차세대 칩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점이 두 회사가 힘을 합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IB업계 관계자는 “힘을 합쳐서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합병 논의가 가능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두 회사 모두 새로운 칩을 준비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라며 “비교적 최근 차세대 제품 들어갔기에 때문에 설계나 공급망 등의 조율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중장기적 시너지를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퓨리오사AI가 합병 논의를 고사한 것 역시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HBM3를 차용한 차세대 제품 ‘레니게이드(RNGD)’ 개발을 거의 마친 상태다. 현재 보드에 칩을 실장하는 브링업(bring-up)이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시제품 공급이 시작된다. 이에 맞춰 기업공개(IPO) 준비에도 돌입했다. 새 칩을 설계하는 단계가 아닌 만큼 당장 합병 실익이 크지 않다.
퓨리오사AI 관계자는 “(합병 논의에) 시간과 비용을 쓰기 보다는 레니게이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거꾸로 말하면 퓨리오사AI 측이 차세대 칩에 대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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