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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통신소부장 기업들]KT 벤처 태생 쏠리드,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 '점프업'①미국 유학서 'IT 붐' 경험한 정준 대표 창업, 해외·차세대 기술 집중

최현서 기자공개 2024-06-25 13:03:38

[편집자주]

통신사와 소부장기업은 실과 바늘 같은 존재다. 매년 조단위 CAPEX 투자를 집행하는 통신 업계에서 소재, 부품, 장비를 제공하는 협력사들의 역할도 막중하다. 상용화 5년이 지난 5G는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통신사들은 다가올 6G 시대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부장 기업들이 얻을 낙수효과도 분명 존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들이 IT 분야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면서 소부장기업들도 발맞춰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주요 통신 소부장 기업들의 사업 현황과 재도약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사업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0일 10: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준 쏠리드 대표는 1990년대 미국 실리콘밸리 유학 시절 현지에서 인상적인 경험을 했다. 정보기술(IT) 인재들의 창업 러시다. 국내와 달리 젊은 인재들의 창업 열정과 열기가 뜨거웠다. 국내로 돌아와 쏠리테크(현 쏠리드)를 만든 건 그 경험에서 비롯됐다.

일본 히타치를 거쳐 한국통신(현 KT)으로 직장을 옮겼다. 1998년 무선 통신 중계기 개발 아이디어를 들고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한국통신 1호 벤처 기업으로 정 대표의 쏠리드가 탄생했다. 이름처럼 견고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일하게 통신3사에 모두 중계기를 납품하는 통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됐다.

내수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던 쏠리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1000만원대였던 해외 매출은 현재 2000억원대다. 최근 경쟁사들이 보이는 모습과 달리 성장 모멘텀도 상당 수준이다. 서로 다른 통신 장비가 호환되도록 돕는 '오픈랜(O-RAN)' 제품 수요가 커지면서 관련 매출의 성장이 기대된다.

◇미국 유학으로 식견 넓힌 정준 쏠리드 대표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정 대표는 미국 스탠포드대 대학원에서 전기공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일본 히타치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장학금을 받았기 때문에 1993년 대학원 졸업 후 일본에 건너가 일했다. 1년 뒤 귀국해 한국통신소속 선임 연구원으로 일했다.

미국 유학 시절 그의 눈에 가장 띄었던 건 성장하고 있던 실리콘밸리, 그리고 창업을 주도했던 IT 인재들이었다. 스탠포드대는 실리콘밸리 안에 있다. 또 그 당시 미국의 석·박사들이 IT 기업을 차리는 경우도 많았다.

넷플릭스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이사회 의장은 1997년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헤이스팅스 의장도 스탠포드대에서 대학원을 다니며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정 대표는 현지에서 그 모습을 목격했다.

정 대표는 한국통신 선임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던 1998년 창업 초기에 필요한 자본금 일부를 한국통신이 지원하는 프로그램 소식을 들었다. 뜻이 맞는 사람 3명을 모았다. 1998년 6월 정 대표와 이들이 낸 아이디어는 창업지원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 그렇게 탄생한 쏠리테크는 '견고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회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게 정 대표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쏠리드의 닻을 올렸다.

초기 사업 목표는 크지 않았다. 기관, 기업의 용역을 맡으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여겼다는 후문이다. 인건비 충당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업 목표는 크지 않았지만 실패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은 있었다.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빠른 성과로 이어졌다.

쏠리드는 창업 10개월 뒤인 1999년 9월 한국통신프리텔(2009년 KT에 합병)의 인빌딩 광분산 시스템 개발업체로 선정됐다. 인빌딩 광분산 시스템은 전파가 빌딩으로 잘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중계기다. 2000년 4월에는 SK텔레콤 지하철 중계기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급격한 성장기를 맞이했다. 창업 1년만에 직원 수는 20명 이상으로 늘었다. 2000년 연결 기준 197억원, 31억원이었던 매출과 영업이익은 5년여 뒤 수배로 늘었다.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5년 뒤 코스닥 시장 상장 절차를 마쳤다. 상장한 해인 2005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97억원, 85억원이다. 통신3사에 중계기를 납품하는 유일한 통신장비사란 점이 성장 근간이었다.

◇해외로 눈 돌린 쏠리드, 6G 시대 대비

쏠리드 역사의 큰 변곡점은 2008년 9월에 벌어진 글로벌 금융 위기다. 당시 매출의 대부분은 통신3사 납품 인빌딩 중계기로부터 발생했다. 고객사들이 지갑을 닫자 실적도 출렁였다. 2009년 매출 535억원, 영업적자 96억원으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2006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00억원대 매출을 넘겼던 기쁨이 불과 3년을 가지 못했다.

정 대표가 찾은 돌파구는 해외다. 2010년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06년 1000만원이었던 해외 매출이 2010년 177억원까지 늘었다. 2012년 사명을 지금의 쏠리드로 바꾸고 해외 사업에 보다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해 연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2213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약 60% 수준을 차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362억원이다.

국내에서 통했던 쏠리드의 중계기 사업은 미국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2012년 뉴욕 지하철 277개 전 구간에 중계기를 설치하는 공급 계약을 맺었다. 입소문을 타면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등 유명 건물에도 중계기를 납품했다. 미국 중계기 시장에서 점유율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쏠리드의 또다른 주요 해외 시장은 일본이다. 쏠리드는 일본 통신사 중 하나인 NTT도코모에 통신 장비를 납품하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이 본격적으로 보편화되며 통신 장비 수요가 증가하기도 했다. 이후 쏠리드는 중·남미, 유럽, 중동 등으로 시장을 넓혔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종료, 2024 파리 올림픽 개최로 인한 중계기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유럽 시장도 주요 사업 국가로 떠올랐다. 2021년 200억원이던 유럽 매출은 지난해 554억원까지 늘었다. 유럽에서의 매출이 늘어난 덕분에 쏠리드는 지난해 역대 최고 성적(매출 3214억원, 영업이익 363억원)을 달성할 수 있었다.

쏠리드는 5G를 넘어 6세대 이동통신(6G)의 핵심인 오픈랜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20년부터 오픈랜의 필요성을 주목한 쏠리드는 국내 중소·중견기업 최초로 오픈랜 장비 국제 인증을 받기도 했다.

오픈랜은 서로 다른 통신 장비사의 제품이 호환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동통신사가 수요에 맞게 기지국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추후 6G 기지국을 구축해야 하는 통신사에게 오픈랜은 비용 절감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다.

쏠리드 관계자는 "2022년 180억원 정도였던 오픈랜 관련 매출은 지난해 230억원을 기록했다"며 "아직 오픈랜 시장이 형성된 것은 아니지만 오픈랜이 차세대 기술로서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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