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SV인베 1억달러 미국펀드, 보스턴-서울 가교될 것”데브라 피티 매니징 파트너 "단독 GP 펀드 8월 1차 클로징, 생명과학 초기투자 집중"
최윤신 기자공개 2024-06-24 09:27:23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0일 14: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V인베스트먼트가 미국에서 1억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역외펀드 결성에 나섰다. 지난 2018년 미국 보스턴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이후 현지 운용사와 공동운용(Co-GP) 펀드를 만들어 운용해왔는데, 단독 GP로 펀드를 결성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2022년 영입한 데브라 피티(Debra Peattie·사진) 매니징 파트너가 이번 펀드의 펀드레이징과 운영을 총괄할 예정이다. 최근 한국 출자자를 만나기 위해 방한한 데브라 파트너는 19일 더벨과 만나 “이번에 결성하는 펀드를 통해 한국과 보스턴의 바이오 생태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보스턴 바이오 생태계 '구루', 펀딩·투자 전면에
SV인베스트먼트 미국 법인은 지난 3월부터 미국에서 펀드레이징에 나섰다. 펀드의 이름은 SV인베스트먼트 US 헬스임팩트 펀드(SV Investment US Health Impact Fund)로 바이오·헬스케어 섹터에 집중해 투자하는 목적으로 결성된다.
데브라 파트너는 “보스턴과 서울의 기업과 기술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의 생명공학·의료 분야 국경간 혁신을 촉진하는 펀드”라며 “오는 8월 말 1차 클로징을 하고 연말 최종 클로징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펀드는 1억달러로 최종 클로징을 목표로 하고 있다. SV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9년 미국 패밀리오피스인 켄싱턴캐피탈벤처스와 공동운용(Co-GP)방식으로 비슷한 규모의 ‘KSV 글로벌 이노베이션 펀드’ 결성에 성공했는데, 이번엔 단독 GP로 도전한다.
한국 벤처캐피탈(VC)이 미국에서 단독 GP로 1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결성한 사례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글로벌 벤처 생태계의 중심인 미국 내에서 VC들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한국 VC가 미국에서 단독 GP로 펀딩 자금을 모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한국투자파트너스가 미국에서 비슷한 규모를 목표로 펀드레이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V인베스트먼트는 앞선 Co-GP펀드 운용을 통해 쌓아온 브랜드 파워와 더불어 데브라 파트너의 역량을 바탕으로 이번 펀드레이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2년 8월 SV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한 데브라 파트너는 미국 보스턴 바이오 생태계의 ‘구루’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글로벌 바이오·투자업계 최고 수준의 커리어를 가졌다. 하버드대학교 생화학과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고 스탠포드대학 포스트닥터 과정을 마쳤다. 이후 하버드에서 교수직을 지내다가 1989년 버텍스파마슈티컬(Vertex Pharmaceuticals) 창립 당시 파운딩 사이언티스트를 맡았다. 창립당시 직원 6명의 스타트업이었던 버텍스는 현재 시가총액 1100억달러(약 152조원)가 넘는 글로벌 바이오텍이 됐다.
이후 하버드 MBA 과정을 거쳐 바이오 비즈니스와 투자로 영역을 넓혔다. 1995년엔 미국 바이오 전문 VC인 MPM바이오벤처스의 창립멤버로 합류해 첫 번째 펀드의 운용을 맡았다. MPM바이오벤처스는 현재 미국 내 톱5 수준의 바이오VC로 꼽힌다. 이후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글로벌 바이오 생태계의 중심지인 보스턴에 법인을 설립한 SV인베스트먼트는 바이오분야에서 더 전문적인 투자기회를 만들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여 그를 영입했다. 데브라 파트너는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선호한다”며 “한국의 VC가 보스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투자 활동을 하는 게 흥미로웠다”고 합류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 법인 합류 이후 약 2년동안은 SV인베스트먼트 한국법인이 운용하는 펀드를 이용해 미국 바이오텍에 투자해왔다. 이번에 직접 펀드레이징에 나선 건 효율적인 투자를 위해서다. 그는 “미국에서 달러화 펀드를 이용해 투자하는 게 투자 속도가 빠르고 투자 절자가 용이하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할 만한 타이밍이기도 하다. 지난 2~3년 간 침체기를 겪은 미국 바이오 시장에서 좋은 투자기회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데브라 파트너는 “아직까지 미국의 바이오텍은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시장의 옥석가리기가 이뤄져 투자자 입장에선 고를 수 있는 투자군의 질이 굉장히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한국·미국서 절반씩 출자 받는 게 목표, 펀드레이징 순항
펀드레이징 작업은 순항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데브라 파트너는 “미국에서 많은 전략적LP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며 “한국의 LP들도 미국에서 직접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기회에 대해 상당한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출자자가 확정되진 않은 상태지만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절반씩의 LP를 모집하는 걸 목표로 한다. 그는 “출자자 형태별로는 금융기관 40%, 바이오텍 등 전략적출자자 40%와 함께 패밀리오피스와 고액자산가 20% 수준으로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며 “먼저 전략적출자자와 패밀리오피스를 중심으로 퍼스트 클로징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펀드로 초기 생명과학 기술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데브라 파트너는 “초기 단계의 과학을 인류에게 유익한 제품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건당 투자금액은 300만~500만달러(약 40억~70억원) 수준으로 잡고 500만달러 정도의 팔로우온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스턴 대형 VC들의 클럽딜에 이 정도 티켓사이즈의 룸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투자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기단계 투자는 깊은 네트워크와 기술·문화·트렌드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로컬 투자사가 아니면 쉽지 않은 분야다. 해외진출 VC들은 대부분 회수 가능성이 높은 후기 단계 투자에 집중하는 게 일반적이다. 현지 역외펀드를 이용한 초기단계 투자는 VC 해외진출에서 가장 높은 단계로 여겨진다.
보스턴 바이오 생태계 전문가인 데브라 파트너가 있기에 초기단계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성환 SV인베스트먼트 미국법인 이사(디렉터)와 정진량 팀장이 데브라 파트너와 함께 펀드 운용을 맡는다. 이 이사는 하버드 MBA를 마치고 베인앤컴퍼니, 삼성전자, SK 등을 거쳐 SV인베스트먼트에 합류했다.
정 팀장은 존스홉킨스대학교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생물의학공학 석사, 메사추세츠공대(MIT) MBA과정을 마쳤다. 베인앤컴퍼니에서 컨설턴트, 미국 유전자 치료제 개발회사인 살리오젠테라퓨틱스(SalioGen Therapeutics) 등에서 일했고, 백신 품질 평가 관련 회사 창업 경험도 있다.
인터뷰에 동석한 정 팀장은 “현지 학계와 대형 VC, 바이오텍 등에 데브라 박사의 네트워크가 촘촘하다”며 “저명한 업계 인사들과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결'에서 무수한 기회 창출
이번 펀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 보스턴 바이오생태계와 한국의 바이오생태계를 연결하는 데 있다. 국경을 초월하는 과정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많은 투자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데브라 파트너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 바이오 기업에도 투자할 예정”이라며 “신약개발 등에 한정하지 않고 생명과학이 인공지능(AI)과 기술플랫폼, 제조기술 들과 융합되는 영역에서 다양한 투자기회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VC로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단 게 그의 설명이다. 일례로 미국의 유망한 바이오 스타트업을 한국의 위탁개발생산(CDMO) 인프라에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의약품 제조 병목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의약품 제조 강국인 한국과의 연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임상시험에 있어서도 강력한 인프라를 갖춘 지역으로 꼽힌다.
반대로 한국의 유망 스타트업을 보스턴 클러스터에 입주시켜 네트워크를 확장시키는 방식으로 가치를 더할 수 있다. 그는 “비전과 기술을 가진 서울의 초기단계 회사를 보스턴에 합류시켜 글로벌 대형 제약사, 투자자와 상호작용하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스턴과 캠브리지 지역에 수많은 학술·연구 기관과 병원, 바이오텍, 스타트업인큐베이터, VC가 밀집해있다”며 “SV인베스트먼트 보스턴 오피스는 이런 생태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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