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신고서 정정 리스트]산일전기, 과거 2년 수주 데이터까지 덧붙였다금융당국, 변압기 '수주' 산업 리스크 주목…미래실적 추정치 주요 지표 판단
손현지 기자공개 2024-07-15 13:08:59
[편집자주]
올해 6월은 IPO 청약 일정이 빽빽했다. 한국거래소 인사가 예년과 달리 2분기로 늦춰지면서 밀려있던 상장 심사 일정이 대거 집중됐다. 시프트업, 이노스페이스 등 기대주들의 증시 입성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복병이 됐다. 파두 사태 이후 예비 상장사들에게 한층 엄격해진 심사 잣대를 들이대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청하고 있다. 당국이 지적한 정정 요구 사항 등을 면밀히 파악해보고, 예비 상장사들의 개선책 마련을 위한 행보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1일 15: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반기 코스피 기대주로 꼽히는 산일전기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지적을 받았다. 파두 사태와 비슷하게 수주잔고와 실제 매출액간 차이 등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추가한 점이 특징이다. 현재 수주잔고에 따른 미래 예상 수익 뿐 아니라 과거 2년 데이터를 명시해 투자자들의 이해를 도왔다.재무적투자자(FI) 들과의 신주 인수계약, 주주간 합의서 등을 첨부하기도 했다. 상장에 성공할 경우 효력은 상실되는 문서들이지만, 상장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 효력이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수주 산업의 숙명?…당국 과거 데이터 추가 보완 요청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산일전기는 지난 5일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21일 최초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2주 만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과거 수주잔고 추이, 주주간 맺은 신주인수계약서 등을 추가로 첨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피드백에 따라 수정한 부분은 총 12곳이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며 삼성증권은 인수사로 참여한다.
먼저 과거 2년간 수치도 추가로 기재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에는 5월 기준 수주잔고와 그에 따른 미래 예상 수익 인식 시기만 추정했었다. 하지만 정정신고서상에는 2022~2023년 매해 변압기 수주 총액과 기납품액을 별도로 명시한 것이다.
이는 수주잔고와 실제 매출액 차이와 관련한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은 파두와 마찬가지로 산일전기가 수주기반 산업이란 점을 주목했다. 산일전기는 산업용 특수 변압기 제조업체다. 수주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구조가 토대가 된다.
과거 파두사태를 야기했던 주 원인은 수주상황 급변이었다. 최대 거래처였던 SK하이닉스 수주 계획이 갑자기 어그러지면서 1000억원 가량에 달하는 실적 공백이 발생했다. 당초 미래가치를 추정할 때 반영했던 부분이 변경되면서 예상한 시기에 예상 수익이 창출하지 않았던 점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야기했다.
당국은 산일전기 측에도 상세한 수주 데이터를 요청했다. 미래실적 추정치를 산정할 때도 사실상 수주잔고가 주요 근거가 되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의 중요 지표나 다름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산일전기에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수주총액 또한 최근 2년간 들쭉날쭉한 추이를 보였다. 2022년 1481억원, 2023년 3287억원, 2024년 5월 1204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기준 수주잔액은 2524억원에 달한다.
수주 잔고가 온전히 예상 시나리오대로 미래 수익으로 인식될 수 있을 지도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수주 계약 이행 과정에서 국제 정세나 경제 상황 등 거시환경 변화, 매출처 영업이나 재무상황 악화 등의 다양한 외부 변수들이 생겨날 수 있다. 내부적으로 생산능력이 저하될 수 있는 사안도 염두에 둬야 한다.
산일전기는 관련해 "제품의 품질과 안정성을 저해하는 무리한 수주는 지양한다"며 "품질과 납기를 반드시 지킬 수 있을 때만 수주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추가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수주환경이 긍정적으로 바뀐 점도 함께 명시했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 수요,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기조다. 산일전기도 수주량이 확대되면서 생산능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제 1공장 인근에 위치한 제2공장을 매입했는데 오는 하반기부터 부분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FI들의 구주 매출 포기, 주주간 인수계약서 추가 첨부
산일전기는 재고자산에 대해서도 최근 3개년간의 상세내역을 추가로 명시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상장사들의 사업보고서 실태를 점검하면서 재고자산이나 대손충당금과 관련해 미흡한 사례를 다수 지적한 바 있다.
이외에 결산일 이후의 최근 재무정보 관련 위험에 대한 내용도 수정보완했다. 지난달 기준 매출액 298억억원을 시현했음을 추가로 밝혔다. 다만 매출원가나 판매비와관리비, 증권신고서 제출일 등의 경우 미결산 상태라 기재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올해 1월부터 IPO기업들이 상장 직전월까지 실적을 기재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FI들과의 계약 사항도 상세히 설명했다. 이번 공모구조는 80%가 신주, 구주매출 비중은 14.5%에 불과하다. 작년 프리 IPO에 참여했던 코너스톤한양이베스트 신기술조합, 타임폴리오신재생 신기술조합 등의 신주인수계약서와 주주간 합의서 등도 추가로 첨부했다.
산일전기는 하반기 공모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핫한 변압기 섹터라는 점 때문이다. 인공지능(AI)발 데이터센터 착공이 늘면 변압기 수요도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만연해 있다. 산일전기 피어그룹(비교기업)에 포함된 LS일렉트릭과 제룡전기의 주가 추이는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산일전기는 이달 9~15일까지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공모가를 확정한 뒤 18~19일 일반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이번 상장에서 총 760만주를 공모한다. 희망 공모가는 2만4000원~3만원이다. 밴드 최상단 기준 공모 규모는 2280억원, 시가총액은 9133억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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