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통신소부장 기업들]에치에프알, 최대주주 부실 지배력 '소액주주 분쟁 씨앗'③60% 넘는 몫 차지한 개인들, 주주환원 소송 준비…전종민 대표 '침묵'
최현서 기자공개 2024-07-19 07:52:55
[편집자주]
통신사와 소부장기업은 실과 바늘 같은 존재다. 매년 조단위 CAPEX 투자를 집행하는 통신 업계에서 소재, 부품, 장비를 제공하는 협력사들의 역할도 막중하다. 상용화 5년이 지난 5G는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통신사들은 다가올 6G 시대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부장 기업들이 얻을 낙수효과도 분명 존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들이 IT 분야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면서 소부장기업들도 발맞춰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주요 통신 소부장 기업들의 사업 현황과 재도약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사업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5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치에프알(HFR)의 최대 주주는 창업자인 정종민 대표다. 첫 발을 뗀 2000년부터 지금까지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부 등기 이사들이 특수관계인 지분 명단에 오르긴 했지만 정 대표 무게가 가장 크다. 공시를 시작한 2018년부터 30% 내외의 지분을 갖고 있다.문제는 사실상 정 대표 지분 외에 우호주주가 없다는 점이다. 경영권이 튼튼하지 않은 상황에서 40% 초반대였던 소액주주 지분은 60%대까지 올랐다. 특히 HFR 창립 이후 전무했던 주주환원 정책을 지적하며 일부 소액주주들이 '행동주의'에 나섰다. HFR과 소액주주의 분쟁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줄어든 특수관계인 지분, 커진 소액주주 영향력
정 대표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29.5%(398만1653주)의 지분을 갖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 30.2%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005년부터 HFR에서 근무 중인 송은범 IMS 센터장(0.02%, 2923주)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올해 1분기 특수관계인으로 묶였다. 정 대표의 자녀인 정지나 씨는 2021년부터 0.7%대 지분을 갖고 있다.
정 대표의 지분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2018년 11월 스팩 상장 직후 정 대표의 지분은 34.8%였다. 당시 손용숙 전 HFR 부사장(2.8%, 162만8561주) 등 임원들로 구성된 HFR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37.8%였다. 신주 투자 라운드를 주도했던 스톤브릿지벤처스의 '2010KIF-스톤브릿지IT' 전문투자조합이 8.16%(481만2656주)를 갖고 있었지만 2020년 5월 지분을 처분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정 대표 우호주주는 없다.
반대로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점차 늘고 있다. 2018년 소액주주의 지분은 42.8%였으나 2020년 66.1%(1288만2020주)로 늘었다. 올해 1분기 말 소액주주 지분은 59.3%(1348만9026주)로 2021년 대비 5% 가량 하락했다. 다소 지분은 줄었지만 특수관계인보다 두배 가량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소액주주와 사측 분쟁
정 대표의 지배력이 완전 약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소액주주 지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건 지배구조에 여러모로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소액주주와 갈등이 이미 가시화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소액주주와 HFR 사이의 갈등은 지난해 초 시작됐다. 소액주주는 2022년 회계연도를 바탕으로 열린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HFR 측의 의견을 물었다. 그동안 HFR의 주주 환원 정책은 사실상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2022년 HFR은 연결 기준 매출 3633억원, 영업이익은 902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HFR은 주총에서의 소액주주 의견을 반영해 지난해 9월 △연간 별도기준 순이익 10~20% 사이의 배당 검토 △기업 설명회(IR) 강화 대책 마련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HFR은 올해 2월부터 제시하겠다던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제공하지 않았다. 또 지난 3월 배당 성향의 약 29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지만 소액주주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시가 배당율은 1.25%로, 실질적으로 주당 220원 수준의 배당금이 소액주주에게 돌아갔다.
개미들은 행동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HFR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정기주총 의사록을 소액주주들이 열람하거나 등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올해 2월 재판부는 HFR의 주총 안건에 소액주주들이 제출한 의안이 상정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소액주주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100억원 상당의 자사주 매입 △HFR의 자사주를 올 상반기까지 모두 소각하고, 올해 하반기에는 올 상반기에 매입한 자사주 소각 △허권 헤이홀더 대표 및 법무법인 '위온' 변호사를 감사로 선임 △대표이사의 연 보수 한도를 7200만원으로 승인하는 건을 상정했다.
정 대표의 보수 한도를 7200만원으로 제한하려고 한 배경에는 소액주주의 불만이 있다. 정 대표의 보수는 2022년 15억5200만원이었다. 지난해에는 정 대표의 보수는 17억3100만원까지 늘었다. 2022년과 달리 지난해는 연결 기준 매출 1642억원, 영업적자 84억원을 기록했는데도 보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특히 최고의 해를 보냈던 2022년의 상여(1억1500만원)보다 지난해의 상여(1억2500만원)가 오히려 더 늘어 소액주주의 불만을 샀다.
HFR은 소액주주가 상정한 안건을 모두 부결했다. 정 대표의 연임을 비롯한 사내 이사 4명의 선임과 20억원의 이사 보수 한도는 원안대로 통과됐다.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다만 HFR과 소액주주의 분쟁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지난 5월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5일 기준 소액주주 연대의 주식 비율은 10.8%(145만4745주)로 보유자 수는 445명이다.
주주연대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위온은 △정 대표가 특별 이해관계인으로 의결권이 없지만 이사 보수한도를 승인한 점 △소액주주가 모은 의결권을 근거 없이 '5% 보고의무 위반'으로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은 점을 위법하다고 봤다.
특히 HFR이 자사주 소각 예정 공시에 "주요 경영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송이 제기될 경우 안건 상정이 취소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으며 소송 진행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6월 HFR은 자사주의 49%에 해당하는 18만26주를 소각했다. 총 39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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