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빅뱅]'홍콩H ELS' 트라우마 털어낸 이재근 국민은행장③올 1분기 충격파, 한 분기 만에 극복…높지 않은 'CEO 리스크' 전이 가능성
최필우 기자공개 2024-08-06 12:27:51
[편집자주]
은행권 리더십이 변화 기로에 섰다. 연말 5대 은행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되면서 CEO 연임 또는 교체 결정을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적용되는 첫 CEO 승계 시즌으로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 지주 회장과의 역학관계, 임기 중 경영 성과, 금융 당국의 기준이 변수로 작용한다. 은행장들의 재직 기간 성과를 돌아보고 리더십 교체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2일 13:4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사진)은 재임 기간 중 최대 리스크였던 홍콩H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빠른 속도로 수습하며 리더십을 입증했다. 올초 ELS 손실 보상으로 실적 부침을 겪었으나 한 분기만에 정상 궤도에 복귀하며 그룹 계열사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다.홍콩H ELS 사태가 이 행장의 CEO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책무구조도 도입 전 판매가 이뤄진 만큼 CEO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 ELS 사태에 비견되는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은행권 CEO들이 잇따라 징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것도 향후 제재 수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1분기 임기 중 최소 순익→2분기 최대 실적…위기관리 능력 입증
KB국민은행은 지난 1분기 순이익 389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1분기 9315억원과 비교해 58% 감소했다.
홍콩H ELS 손실 사태가 직격탄이었다. KB국민은행은 국내 최대 홍콩H ELS 판매사다. 홍콩H ELS 손실 리스크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6월말 기준 KB국민은행의 판매 잔액은 7조6695억원(신탁 기준)으로 신한은행(2조3701억원), NH농협은행(2조1310억원), 하나은행(2조856억원), 우리은행(408억원)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올 1분기 고객 손실이 본격화되면서 손실 보상에 나선 게 영업외손실로 잡혀 순이익 감소가 불가피했다.
올 1분기 순이익은 2022년 초 이 행장이 취임한 이후 분기 최소 실적이다. 계절적 요인으로 다른 분기에 비해 순이익이 적은 2022년 4분기 4454억원, 2023년 4분기 4061억원보다도 낮은 금액을 기록했다. 이 행장 취임 첫해인 2022년 1분기 순이익이 가장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연간 실적 관리에 난항을 겪을 수 있는 위기 상황이었다.
이 행장이 안팎의 우려를 일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2분기 순이익 1조1164억원을 기록했다. 이 행장 임기 중 최대 분기 실적이다. 또 이 행장이 취임한 이래 한 분기에 조단위 순이익을 낸 것도 처음이다. 단 3개월 만에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위기 관리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권 CEO 'DLF 징계 취소' 소송 잇따라 승소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현장 검사 끝에 은행권에서 홍콩H ELS 불완전판매가 있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일각에서는 CEO 리스크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콩H ELS와 마찬가지로 파생상품인 해외 금리연계 DLF 손실 사태 때 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에게 중징계가 내려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두 CEO는 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융권 취업이 일정 기간 제한되는 문책경고 징계를 받았다.
손 전 회장과 함 회장은 잇따라 징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손 전 회장은 2022년 12월, 함 회장은 지난달 대법원에서 징계 취소 판결을 받았다. 불완전판매 책임을 CEO에게 물어 중징계를 내리는 건 과한 조치라는 판결이다.
금융 당국이 징계 취소 소송에서 두 번이나 진 만큼 향후 있을 홍콩H ELS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심에서 이 행장에게도 중징계를 내리는 건 무리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사고 또는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책무구조도 제도가 도입되기 전 발생한 손실 사태라는 점도 이 행장에 대한 징계로 이어지기 어려운 요인이다.
홍콩H ELS가 이 행장 주도로 처음 판매한 상품이 아니라는 점도 참작 사유다. KB국민은행은 주고객층인 리테일(소매금융) 고객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홍콩H ELS 판매를 늘려 왔다. 홍콩H ELS는 2000년대 판매되기 시작해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스테디셀러 금융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손 전 회장과 함 회장 재직 기간 신상품으로 선보인 해외 금리연계 DLF와는 차이가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DB금투 밸류업 점검]"PIB로 '투자 플랫폼' 기업 도약한다"
- 한컴이노스트림, '도장 인식 시스템' 특허 취득
- [클라우드 키플레이어 MSP 점검] '신생' 안랩클라우드메이트, 최우선 과제 '포트폴리오 강화'
- [저축은행 예보한도 상향 여파]예보료율 인상 따른 비용 부담 확대 '우려'
- [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후계자 준비 본격화…계열사 CEO 인선 촉각
- [저축은행 예보한도 상향 여파]'머니무브 효과' 수월해진 자금 유치…조달 개선 기대
- 나우어데이즈 신곡 '렛츠기릿', 주요 음원차트 진입
- [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임추위 마음 사로잡은 '성장스토리 시즌2' 프리젠테이션
- 유연성·독립성 갖춘 코웨이 코디, 시공간 제약 없어 'N잡' 가능 눈길
- [SGI서울보증 IPO 돋보기]기한 내에서 최대한 신중히...예보도 팔 걷었다
최필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후계자 준비 본격화…계열사 CEO 인선 촉각
- [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임추위 마음 사로잡은 '성장스토리 시즌2' 프리젠테이션
- [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속전속결' CEO 승계 완료, 대체불가 리더십 입증
- [우리금융 부정 대출 파장]조병규 행장 '피의자 전환', 자추위 롱리스트 영향은
- [신한금융 인사 풍향계]'전직 영업통' 신용정보 대표 취임, 자경위 관행 변화 기류
- [2024 이사회 평가]동원F&B, '사외이사 충원·위원회 신설' 급선무
- [2024 이사회 평가]이노션, '대표이사 의장' 체제로 독립성 한계
- [2024 이사회 평가]사조대림, 오너 일가 '주진우·주지홍' 중심 이사회 구성
- [신한금융 인사 풍향계]돌아가는 자경위 시계…정용기 전 부행장, 신용정보 대표로 복귀
- JB금융, '사외이사·CEO' 선임 규정 손질…지배구조 안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