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시스템즈, 승계 위한 기업가치 제고 '잰걸음' 사조대림 자사주 30만주 195억 취득, 핵심 계열사 지분 늘려 밸류업 도모 '해석'
정유현 기자공개 2024-08-12 07:45:47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8일 11: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조시스템즈가 사조대림이 사조해표와 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 일부를 취득한다. 오너 3세인 주지홍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지배 구조에 변화가 생긴 것을 미뤄볼 때 이번 계열사 자사주 취득은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지배력 이양 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늘려 기업가치를 올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조시스템즈는 장외 거래 방식으로 사조대림의 자사주 30만주를 주당 6만5000원에 취득할 예정이다. 총 거래금액은 195억원이다. 이번 거래 후 사조대림에 남는 자사주는 110만450주다. 처분 기간은 8월 6일부터 11월 5일까지다.
사조대림이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은 최근 연이어 진행된 M&A 후유증으로 풀이된다. 사조CPK 인수 과정에서 대규모 차입금을 조달하며 부채 부담이 커졌고, 현금성 자산도 작년 말 별도 기준 1500억원대에서 올해 1분기 말 730억원으로 줄었다. 영업활동에서 현금이 창출되긴 하지만 곳간을 채우기 위해 자사주 카드를 들었고 사조시스템즈가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사조대림은 그룹의 식품 사업 핵심 계열사로 주지홍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M&A에서 '주연'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계열사로 편입된 사조CPK(옛 인그리디언코리아)도 사조대림이 나섰다.
그룹 밸류업의 효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사조대림은 6월 중순 미국에 냉동김밥을 수출과 푸디스트 인수 효과 등으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7월 초 시가총액이 9000억원을 넘어섰다. 외형 대비 주가가 저평가 됐다는 판단에 투자자들의 매수 행렬이 이어졌다. 하지만 전체 매출 대비 수출 규모 등이 미미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치며 상승세를 반납한 모습이다. 주가가 힘이 빠지긴 했지만 올해 초 3000억원대 이하였던 시가총액은 8월 초 5000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일단 사조시스템즈가 사조대림의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은 상황상 '승계'로 연결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조시스템즈는 사조그룹 지배 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 곳이다. 지난해 주지홍 부회장이 사조시스템즈의 지분율을 2022년 39.7%에서 2023년 말 50.61%까지 확대하며 그룹 지배 구조의 꼭대기에 올라섰다.
특히 사조시스템즈의 2023년 말 기준 보유 현금은 1억7000만원에 불과하다. 유동 자산은 대부분 사조대림이나 사조산업 등 계열사 지분 가치로 연결된다. 195억원의 현금을 외부에 손을 빌려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이 되는 것이다.
주 부회장은 2022년 말 사조그룹 식품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한 후 지난해 역할이 그룹의 부회장으로 확대됐다. 3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개시된 상황이다. 다만 지배력 이양 이슈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비상장사인 사조시스템즈의 지분은 부친인 주진우 회장으로부터 증여를 받았지만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상장사 '사조산업'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이 주 부회장의 과제다.
사조산업은 사조시스템즈가 29.51%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주진우 회장(14.24%), 주지홍 부회장(6.91%)과 계열사들이 지분을 들고 있다.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하지만 주 부회장이 주진우 회장의 지분을 받는 과정에서 세금 등의 이슈를 고려해서 오너가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상 시나리오 중 하나가 회사를 합치는 것이다. 재계에서 승계를 위해 오너가의 개인 회사와 사업 회사를 역합병하는 방식이 종종 활용되고 있다. 사조산업이 지주사인 사조시스템즈를 합병하는 방안이 열려있다고 보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결국 합병 비율을 정해야 하기 때문에 비상장사인 사조시스템즈의 기업가치가 높은 것이 유리하다.
중장기적으로 사조시스템즈의 가치를 키우고 있는 가운데 그룹사 상장사 중 가장 시총이 높은 사조대림의 주식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조대림 측은 자사주 처분에 대해 "기업 운영자금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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