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K팝 한계 넘어 클래식·트로트로 글로벌 진격 멀티 프로덕션·멀티 레이블로 아티스트IP·장르 다양성 확보
이지혜 기자공개 2024-08-12 07:18:51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9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가 K팝 이상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그동안 SM엔터테인먼트는 ‘아이돌 명가’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유명 아티스트를 배출하며 K팝을 선도해왔는데 글로벌 현지 아티스트 데뷔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클래식, 트로트로 영역을 넓히며 새 길을 개척하고 있다.증권업계는 SM엔터테인먼트의 도전을 놓고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만큼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요를 확보하며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멀티 프로덕션·멀티 레이블 도입, 제작 효율성 좋아졌다
8일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현재 멀티 6개의 프로덕션 및 레이블 체제를 갖췄다. △버츄얼IP센터 △SM클래식스 △스크림레코즈 △크루셜라이즈 △조인트벤처 △T-5프로젝트 등이다. △크루셜라이즈 △조인트벤처 △T-5프로젝트는 SM3.0 경영전략이 시행된 이후 출범했거나 시작됐다.
2022년과 비교해 가장 크게 바뀐 지점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2월 경영효율성을 높여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명분 아래 새로운 경영전략인 SM3.0을 발표했다. 이 중 가장 핵심전략이 멀티 프로덕션 및 멀티 레이블 시스템 도입이다.
이전까지 SM엔터테인먼트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총괄 프로듀서 한 명이 전권을 보유, 그가 모든 소속 아티스트의 컴백과 데뷔 일정 조율부터 음악 제작, 콘셉트까지 일일이 관리했다.
그러다 카카오그룹 산하에 편입되고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장철혁 대표이사를 선임하면서 음악 제작 시스템에 대대적 변화를 줬다. 멀티 프로덕션, 멀티 레이블 체제를 도입해 음악 제작 측면에서 의사결정권을 분산시켰다.
이 체제는 각 프로듀서가 사내독립기업(CIC)처럼 각자 조직을 이끌며 음악을 제작하고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리더 한 사람만 의사결정을 진행할 때보다 효율성이 좋다. 이에 따라 SM엔터테인먼트의 신인 아티스트 데뷔나 기존 아티스트 컴백 속도가 빨라졌다.
SM3.0 발표 이후 데뷔한 아티스트로 라이즈(RIIZE)와 NCT WISH가 있다. 이밖에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안에 걸그룹과 버츄얼 아티스트를 추가 데뷔시킬 예정이다.
◇아티스트IP·장르·지역 다양성까지 잡는다
SM엔터테인먼트가 멀티 프로덕션 체제와 멀티 레이블을 도입한 건 음악적 다양성과 확장성을 잡으려는 목적도 있다. 장 대표는 전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IP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추구하기 위해 K팝 외 장르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본업인 K팝에서는 멀티 프로덕션으로 새로운 IP를 창출하고 다양한 포맷을 활용해 새로운 음악 장르로 확장하는 동시에 지역적으로도 IP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SM엔터테인먼트가 △K팝 측면에서는 멀티 프로덕션 체제를 도입, 새 IP를 창출하고 △클래식, EDM, 트로트, 콘템포러리R&B 등 K팝 외 음악 장르를 다루는 동시에 △일본, 중국, 영미권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SM클래식스는 클래식 레이블인데 국내 엔터사에서 클래식을 다루는 곳은 SM엔터테인먼트뿐이다. SM클래식스는 그동안 SM엔터테인먼트의 수많은 명곡을 클래식 버전으로 탈바꿈했고 마침내 오케스트라 콘서트까지 진행할 준비를 마쳤다. 내년 2월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콘서트를 본격화한다.
스크림레코즈는 K팝을 전자음악으로 리믹스한 앨범을 발매했고 올해 말부터 북미에서 투어를 진행, 향후에는 아시아와 유럽으로도 진출할 예정이다. 크루셜라이즈는 싱어송라이터를 조만간 데뷔시킨다.
이뿐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TV조선과 함께 T-5프로젝트를 진행, 트로트아이돌 팀을 데뷔시켜 트로트로 영역을 넓힌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과 일본에서 방영되며 향후 전국콘서트도 진행한다. 또 조인트벤처는 SM엔터테인먼트가 영국 문앤백스튜디오와 함께 세운 곳으로 영국 보이그룹 ‘디어 앨리스’를 최근 공개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K팝이 아닌 현지 아티스트를 배출한 건 흔치 않은 사례다.
◇중장기 성장 위한 초석, 단기 수익성 악화 불가피
증권업계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의 시도를 놓고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M엔터테인먼트를 놓고 “새로움으로 가득한 엔터계의 산소탱크”라며 “아티스트 라인업 외에 자체·대외 레이블로 다양한 장르와 K팝 간 콜라보, 사업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기에 엔터사 중 4분기 활동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NH투자증권의 이화정 연구원도 SM엔터테인먼트를 ‘멀리 보는 사업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영국 보이그룹 디어 앨리스는 멤버 전원이 영국인으로 구성되어 있어 K팝 팬덤이 아닌 일반 서구권 대중을 타깃으로 하기에 유리하다”며 “트로트 아이돌은 기존 수요층과 겹치지 않는, 동아시아권의 중장년층 수요를 확보할 기회”라고 분석했다. 중장기적 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뜻이다.
그러나 수익성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인 아티스트는 필연적으로 초기 마케팅 비용 등이 많이 든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격적인 IP확장으로 주가 상승 기회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전반적 제작비 상승, 다수의 신인 론칭 준비 등으로 원가율이 상승하면서 3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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