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13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최흥식 한국CFO협회 회장을 만났을 때 요새 재무책임자(CFO)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인플레이션이나 환율 등 다소 뻔한 대답을 예상했던 것 같다. 최 회장은 주저없이 "올 들어 열린 조찬세미나 중 '기업 Finance 부문에 대한 AI 활용전략'이란 주제가 있었는데 CFO들의 관심이 가장 뜨거웠다"고 말했다.당시 세미나장은 앉을 자리 없이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참석했던 한 CFO는 “AI가 워낙 우리 일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지 않냐"며 "평소에도 정보를 모으고 있었고 나뿐 아니라 많은 CFO들이 메모하며 특히나 경청했다”고 말했다.
재무전문가가 AI를 공부한다니 생경했다. CFO의 업무는 아무래도 큰 변화랄 게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자금조달 및 관리, 비용절감 및 운영효율화 작업 등 전통적이고 다소 틀이 정해진 업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기에 시대의 흐름을 읽는 노력과 미래 판도에 대한 통찰력이 들어간다면 CFO는 단순한 숫자 전문가를 뛰어넘게 된다. 변화하는 시대를 미리 감지해 회사에 제2의 도약기를 선물한 CFO들도 있다.
대표적 인물이 케빈 제이콥스(Kevin Jacobs) 힐튼그룹 CFO다. 그는 팬데믹으로 호텔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을 당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미래를 위한 준비에 자원을 배분했다. 매출 90% 급락의 어려운 시기였지만 '넥스트 코로나'를 내다본 그는 호텔 유지·보수에 돈을 투자했다. 이는 힐튼이 경제 회복 시점에 빠르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배리 맥카시(Barry McCarthy) 전 넷플릭스 CFO도 시대의 변화를 앞서 읽은 재무전문가로 유명하다. 넷플릭스는 2007년 기존 DVD 렌탈 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구독 스트리밍 서비스로의 대전환을 시작했다. 그 중심엔 맥카시가 있었다. 그는 CFO임에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콘텐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CFO로서 신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스트리밍 비즈니스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재무구조를 만들었다.
팬데믹이 막 시작됐던 2020년 초 한 금융사 CFO가 주말을 낀 2박3일 간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코로나19를 팠다는 말이 기억난다. 이 감염병의 정체가 뭔지, 앞으로 닥칠 세상에 어떤 변화를 야기할지 밤을 새워 공부했다고 했다. 모르긴 몰라도 그가 꽤 든든한 CFO라는 생각을 했다.
‘무서운 건 큰 놈보다 빠른 놈’이라는 시대다. CFO는 루틴한 업무 외 새로운 현상과 세상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그가 제시하는 재무전략과 여러 숫자들이 통찰력을 품을 수 있다. 불확실성이 높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CFO들의 과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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