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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예술계 패트런 양성소]홍라희 리움 전 관장과 현대미술관회① 최초의 예술 애호인 네트워크 조성, 1세대 큰손 컬렉터 산실

서은내 기자공개 2024-08-19 11:34:31

[편집자주]

미술시장에서 '컬렉터'는 중요한 소비의 축으로서 기반을 공고히 형성하고 있다. 컬렉터는 미술시장의 수요자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생산자(작가)에 대한 후원자 역할을 한다. 컬렉터들은 나아가 모임을 조직하며 교육과 후원 사업의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더벨은 문화예술계 패트런 양성에 역할 해온 주요 조직과 핵심 키맨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3일 1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문화예술계에는 다양한 패트런(후원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미술계에는 컬렉터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후원가 집단이 있다. 유수의 기업가들, 재벌 오너가의 여성 인사들, 미술관 관장들이 하나의 큰 무리를 형성한다. 이들은 한국 미술사에서 근대, 현대를 아우르는 작가들을 애호하며 미술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 컬렉터들은 후원회의 형태로 모임을 만들고 보다 조직적으로 영향력을 구축하기도 했다. 국내 주요 예술 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단법인들이 대표적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을 후원한 현대미술관회, 국립중앙박물관을 후원하는 국립중앙박물관회는 의미있는 '패트런 양성소'로 꼽힌다.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현대미술관회로부터 수증받은 작품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정물 3'. 제니퍼 스타인캠프, '정물3', 영상설치, 가변크기, 2019

◇ 국내외 작품 기증·미술 애호인 육성 교육 산실

현대미술관회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발전을 후원하고 국민들의 현대미술 향유 기회를 증진하는 목적에서 뜻있는 미술 애호가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1978년 민병도 전 한은총재를 초대회장으로 선출,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발족했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은 윤치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관장직을 맡던 시기였다.

그동안 현대미술관회는 국립현대미술관에 발전기금을 전달해서 사업을 지원하거나 작품을 기증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컬렉션을 풍부하게 하는 역할을 해왔다. 현대미술아카데미를 만들어 현대미술 애호인들을 키우는 교육사업을 키운 것도 의미가 깊다. 국내에서 최초로 1세대 컬렉터의 집단을 조성, 성장시킨 사례다.

작품 기증은 특히 현대미술관회가 이뤄온 중요한 사업 중 하나다. 1981년 장운상의 한국화 '청향'을 시작으로 1982년 김환기의 '14-XI-69#137', 앤디 골드워시의 오브제조각, 데이비드 호크니의 포토꼴라쥬 등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기증해왔다.

젊고 유망한 작가들이 작업할 수 있는 창작 스튜디오를 마련, 개원하고 초기운영을 담당한 것도 현대미술관회였다. 2005년에는 이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부채납했다. 다수의 전시를 지원하고 청소년미술강좌 후원, 큐레이터 양성지원 등 무수히 많은 후원 작업을 진행했다.

현대미술아카데미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사회교육을 대행하는 미술교육프로그램으로 1981년 개설돼 2010년까지 현대미술관회의 주요 미술교육사업으로 진행됐다. <출처:현대미술관회 홈페이지>

◇ 한국 현대미술 위상 높인 홍라희 전 관장

주요 미술계 애호인사들은 현대미술관회를 거치며 컬렉터로서의 네트워크도 두텁게 쌓았을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이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미술교육에 힘쓰며 애호인 커뮤니티 조성에 공들인 인사로는 두 명이 자주 회자된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임히주 전 신세계갤러리 고문이다.

홍 전 관장과 임 전 고문은 현대미술관회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현대미술 교육 강좌를 만들었다. 이들은 국내 미술계 영향력 있는 여성 인사로 늘 선두에 서 왔다. 현재 미술계 곳곳에 자리한 큰손 컬렉터들의 산실을 만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홍 전 관장은 현대미술관회 15-16대 회장을, 임 전 고문은 비슷한 시기 상임부회장을 맡았다.

홍 전 관장은 한국 현대미술계 성장을 뒷받침해온 거물급 인사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한국의 고미술과 근대미술을 열렬히 사랑했다면 홍 전 관장은 현대미술을 주축으로 작가를 후원했으며 관련 컬렉션을 조성했다. 홍라희 전 관장의 수집활동에 오랜기간 조력해온 화랑계 인사로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이 언급된다.

2017년 홍 관장은 관장직을 사임했으나 여전히 관장직은 공석 중이다. 그룹 상황과 맞물려 리움은 한동안 동면에 들어가기도 했으나 최근 호암미술관 재개관을 기해 더 활발한 움직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이 미술계에 전한 파급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부각되고 있으며 홍라희 전 관장의 역할 또한 재조명 되는 분위기다.

리움은 국내 최고의 미술 기관으로 평가받는다. 리움의 컬렉션은 국내 미술계에서도 최고의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수집이 진행됐으며 그만큼 엄선한 작품들로 구성됐다고 평가받는다. 지난해 호암미술관이 공사를 끝내고 기획전을 가동하면서 한남동의 리움, 용인 호암미술관 두곳이 동시에 바쁘게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술계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홍 전 관장을 가리켜 "그의 역할에 대해선 현대미술관회로 국한시키기 어렵다"며 "홍 전 관장과 같은 이가 한 명만 더 있었어도 우리 미술의 위상은 더 높아졌을 것"이라 평하기도 했다.

홍라희 전 리움 관장

임히주 전 고문은 1985년부터 2008년까지 23년간 현대미술관회에서 현대미술아카데미를 총괄운영한 핵심 멤버다. 현재는 홍 전 관장과 함께 현대미술관회의 명예회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가 이끈 현대미술아카데미는 1990년대 강남 부유층 여성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미술 교육 프로그램으로 입소문을 탄 것으로 전해진다.

임 전 고문은 2009넌부터 2015년까지는 신세계갤러리 고문을 맡았으며 삼성미술관 자문위원, 외교통상부 미술자문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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