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에 안기는 동양-ABL, '통합법인 위상' 높아진다 자산총계 50조로 6위 생보사 경쟁 확실한 우위, 조직통합·구조조정 등은 과제
강용규 기자공개 2024-08-30 12:40:15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9일 14: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다자보험그룹 산하의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우리금융그룹으로의 매각을 앞두고 있다. 두 보험사는 앞으로 5대 금융지주 산하의 보험사가 되며 업계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우리금융그룹으로의 인수가 마무리 되고 양사 통합법인까지 무사히 출범했을 때의 이야기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포트폴리오 구성에 차이가 있는 만큼 두 보험사를 통합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양사 통합시 입지 강화-수익성 시너지 효과 기대
우리금융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동양생명-ABL생명 인수가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었다. 전날 우리금융지주가 중국 다자보험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이제 막 인수합병(M&A) 실무작업의 첫 발을 뗐을 뿐이지만 다자보험 측에서 연내 매각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감 있는 업무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금융 측에서도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자 하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딜의 가장 큰 관문이었던 가격 조건 협상이 SPA 체결로 마무리된 만큼 실무작업은 급물살을 탈 공산이 크다. 결국 금융당국의 자회사 편입 승인이라는 관문 하나만 남았다.
올 1분기 말 기준으로 동양생명의 자산총액은 32조4402억원으로 생보업계 6위권이다. ABL생명은 17조4707억원으로 12위 보험사다. 단순 합산시 동양생명-ABL생명의 통합보험사는 자산총액이 49조9110억원으로 불어난다.
생보업계에서는 동양생명 이외에도 KB라이프와 미래에셋생명 등 자산 30조원대 보험사 3곳이 6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당장 작년 말까지만 해도 6위는 동양생명이 아닌 미래에셋생명의 차지였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통합보험사는 6위 경쟁에서 완벽한 우위를 점하고 자산 53조8435억원의 5위 NH농협생명과 격차를 5조원 안쪽으로 좁힐 수 있다. 5대 금융지주 산하 보험사로만 한정하면 통합보험사의 자산규모는 57조8487억원의 신한보험(신한라이프+신한EZ손해보험)에 밀리는 4위다.
하지만 5위 하나보험(하나생명+하나손보)의 자산 7조5431억원보다도 1위 KB보험(KB라이프+KB손보)의 69조1326억원에 더 가깝다. 통합보험사는 업계 전체 차원에서나 금융지주 산하 보험사 차원에서나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보험업계에서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된 이후 차질 없이 통합과정을 거친다면 자산규모 측면의 단순 통합 효과를 넘어서는 손익 측면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비은행 계열사의 중핵으로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는 관점에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그간 '불안한 외국계 보험사'의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원래 모회사인 중국 안방보험이 경영난으로 인해 국영보험사 다자보험에 의한 정리 절차를 밟고 있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모회사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두 보험사가 합병을 통해 입지를 더욱 다질 수 있었음에도 독자적으로 생존의 길을 모색해 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양사는 지난해 합산 376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금융지주 산하 보험사들 중 2위 신한보험의 4741억원에 이은 3위다. 그룹차원의 지원이 더해질 경우 2위와 3위가 충분히 뒤집힐 수도 있는 격차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당장 은행 계열사를 통한 방카슈랑스를 주요 영업채널로 활용하는 금융지주 산하 보험사들의 전략을 통합보험사도 구사할 수 있게 되는 등 전략적 이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통합' 효과…통합에 이르는 길은 순탄할까
우리금융 통합보험사의 위상 강화 및 손익 시너지 효과는 통합법인의 출범이 차질 없이 진행될 때의 이야기다. 양사는 중국계 대주주 산하에서 독자적인 성장전략을 지속해 온 탓에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사뭇 다르다.
지난해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동양생명은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등 특별계정을 제외한 일반계정에서 보장성보험의 비중이 67%로 집계됐다. 업계 평균인 66.4%와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ABL생명은 55.2%로 업계 평균을 10%p 이상 하회했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22개 생보사 중 ABL생명보다 보장성 비중이 낮은 곳은 전업 연금보험사 IBK연금보험을 비롯한 5곳뿐이다.
포트폴리오 구성이 다르다는 것은 상품개발이나 상품판매 등 영업 관련 주요 조직의 인력 성향도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금융그룹으로서는 두 보험사의 성향이 다른 조직들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이 통합의 '잡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의견도 제기된다. 올 2분기 말 기준으로 동양생명은 임직원 수가 931명, ABL생명은 777명으로 합산 1708명이다. 이는 삼성-한화-교보 등 생보업계 빅3에 이은 4위다. 통합보험사는 합산 자산총액이 생보업계 6위인 만큼 4위에 해당하는 인력 규모를 효율화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추진될 가능성은 낮지 않다.
현재 금융지주 산하 보험사들 가운데 두 보험사의 통합으로 설립된 곳은 2021년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가 합병해 출범한 신한라이프와 지난해 KB생명-푸르덴셜생명의 합병으로 출범한 KB라이프 2곳이 있다. 그리고 2곳 모두 합병 전후로 인력 효율화를 위한 희망퇴직을 실시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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