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비스 증권신고서 리뷰]상장예비심사시 내건 10개 확약사항 '뭐길래'김정곤 최대주주, 대표이사·등기임원직 사임…5년간 이사회 미복귀 확약서 제출
성상우 기자공개 2024-09-03 08:50:09
[편집자주]
웨이비스가 8개월여만에 한국거래소 예비심사 허들을 넘었다. 거래소 관문을 통과한 직후 제출한 증권신고서엔 무려 10개의 확약사항이 달렸다. 심사기간 동안 거래소 신뢰를 얻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전 대표의 사임에서 나아가 향후 5년간 이사회 미복귀를 약속한 이유는 뭘까. 더벨이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시 웨이비스가 내걸었던 확약사항을 통해 기술성 평가기업 상장길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30일 14: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웨이비스는 내달 2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앞서 주주총회부터 연 셈이다.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웨이비스는 거래소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무려 10개의 확약사항을 제시했다. 김정곤 전 웨이비스 대표의 의무보유기간을 5년으로 정하면서도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도록 했고 이사회 미복귀를 약속했다. 웨이비스가 자진해서 내건 확약사항이지만 미이행시 거래소의 제재조치를 받게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임시주총은 확약사항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절차 중 하나다.
◇이례적 임시 주총 소집, 이사회 재편 수순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웨이비스는 내달 6일부터 기관투자자 대상 IR에 돌입한다. 같은 달 9일부터 공모가 산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거쳐 24일 확정 공모가에 따른 청약을 진행한다.
눈여겨 볼 대목은 수요예측 직전인 내달 2일에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는 점이다. 회사는 상장예비심사 기간인 지난달 16일에 이사회를 열고 임시 주총 소집안을 의결했다. 주총에 올릴 안건과 함께 이사회 운영 규정 신설과 위원회 신설, 내부통제 규정 등이 이날 확정됐다.
통상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기업의 경우 이사회 결의 등을 통한 내부 규정 재정비는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하기 전에 모두 끝내놓는다. 상장 준비와 공모 절차가 임박한 시점에 회사 운영 방향 전반이 바뀔 수 있는 이사회와 주총을 여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주총 안건들을 살펴보면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등기임원 신규 선임을 비롯해 자회사 물적분할과 지분매각 요건을 더 까다롭게 바꾸는 정관변경 등이 주요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
심사 과정에서 발생된 리스크 요인을 공모 절차 돌입 직전에 모두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주총 소집 여부와 안건을 확정한 이사회(7월 16일)가 열리고 약 일주일 뒤에 거래소 승인(7월 25일)이 떨어졌다. 자발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나서야 승인을 받은 셈이다.
주총 안건 중에는 등기임원 신규 선임안도 있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각 1명씩을 신규 선임해 이사회를 기존 5인 체제(7월 15일 기준)에서 4인 체제로 재구성하기로 했다.
지난 7월 16일 개최한 이사회에서 김정곤 최대주주가 대표이사직과 사내이사직을 사임하면서 발생한 공석을 메우기 위한 차원이다. 총 2인의 등기임원이 신규선임되지만 김 전 대표와 기존 FI 측이 지명한 기타비상무이사 2명이 이사회에서 나가기로 하면서 이사회 멤버는 총 4명으로 재편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7월 회사 내의 모든 경영상 직책에서 물러났다. 서류상으론 향후 최대주주로서의 의결권 행사만 가능해진 형태다. 사임 등기가 완료된 법인등기부등본과 함께 향후 5년간 이사회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확약서까지 거래소에 제출했다.
김 전 대표가 보유한 주식(243만8256주)의 의무보유기간은 5년으로 설정했다. 거래소 상장 규정에 기재된 기술특례 업체의 최대주주 지분 의무 보유 기간은 원칙적으로 1년이다. 시장 상황에 대한 고려나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최대주주가 자발적으로 락업 기간을 더 늘리는 경우에도 최대 3년까지가 보통이다. 5년의 의무 보유 기간은 코스닥 상장 사례 중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수치다.
김 전 대표의 이 같은 ‘중대 결단’은 거래소의 지적 사항을 받아들이고 시장에서 제기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모두 봉합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가장 급박한 미션이었던 심사승인을 일단 받아내기 위해 최대주주 및 경영자로서의 권한 일부를 과감히 포기한 셈이다.
◇김정곤 전 대표, 웨이비스 인수 과정 재조명…사측 "자발적 확약"
웨이비스는 예비심사과정에서 내부통제 강화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확약사항을 내걸었다. 이 중 상당수는 김정곤 전 대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 전 대표가 기가레인에서 웨이비스 최대주주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일련의 거래 과정이 웨이비스 상장 이후에도 반복될 경우 투자자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본 셈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17년 당시 최대주주로 있던 기가레인에서 신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웨이비스를 설립했다. 이후 보유 중이던 기가레인 지분 전량을 외부 주주에게 넘긴 뒤 해당 매각자금으로 기가레인 100% 자회사로 있던 웨이비스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김 전 대표가 매입한 웨이비스 구주의 주당 매입가가 비슷한 시기 신주를 인수한 다른 주주들의 발행가 대비 저렴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거래소는 이를 소액 주주들과의 이해상충 여지가 있는 정황으로 봤다. 상장사(기가레인)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에 포함돼 있던 신사업(웨이비스) 가치가 물적 분할을 통해 떨어져 나간 뒤 싼 값으로 기존 최대주주(김정곤)에게 귀속됐다는 측면에서다. 이에 김 전 대표는 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받는 도중에 그 차익 상당 금액인 100억원치 주식(78만4000주)을 우리사주조합에 무상 출연함으로써 논란을 잠재웠다.
사재 출연을 통해 '1차적 환원’은 마쳤지만 거래소로선 상장 뒤 새로 들어오게 될 웨이비스 소액주주들에 대한 안전 장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김 전 대표가 대표이사·등기임원직 사임과 지분에 대한 최장 기간 락업 조건을 내건 배경이다. 과거 주주들과의 이해상충 문제를 야기했던 경영 의사결정이 반복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 제거하고 돌연 회사 지분 매각에 나섰던 과거 행적의 반복 가능성도 최대한 낮춘 셈이다.
임승준 웨이비스 CFO는 해당 확약과 대표직 사임, 정관 개정 등이 "모두 자발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거래소가 요구한 것이 아니라 해당 문제들을 언급한 뒤 어떻게 생각하느냐 정도의 얘기가 심사 과정에서 나왔고 이에 따라 김 전 대표와 회사 측에서 자발적으로 (확약 등을) 이행한 것”이라며 “상장사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된 회사가 다시 상장에 나서는데 최대주주가 동일하다는 점은 거래소가 좋아하지 않는 형태다보니 이렇게 진행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의 지분 무상 출연에 대해서도 그는 "직원 복지 혜택을 위해 자발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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