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 투입' 김정곤 대표, 웨이비스 저가매입 논란 해소 100억 우리사주조합에 출연, 거래소 예비심사 8개월 만에 통과
성상우 기자공개 2024-08-21 09:35:19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1일 08: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11월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웨이비스는 지난달 말 가까스로 한국거래소의 승인을 받아냈다. 심사기간만 장장 8개월이 걸린 셈이다.장기간 심사의 배경엔 김정곤 웨이비스 대표의 최대주주 지분 확보 과정에 대해 거래소가 추가 소명을 요청한 정황이 있었다. 거래소는 당시 모회사였던 기가레인이 웨이비스를 물적 분할한 뒤 보유하고 있었던 구주를 김 대표가 인수할 때 책정된 주당 매입 가격이 다른 투자자들이 매입한 신주 가격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김 대표 측은 본인 보유 지분 중 100억원 상당 물량을 우리사주조합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경영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했다.
◇김 대표 구주 매입가 3700원대, 1만원대 신주가격 하회
웨이비스는 2017년 5월 1일에 코스닥 상장사인 기가레인이 신사업 부문이었던 ‘GaN RF PA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당시 기가레인 자기자본 570억원 중 약 97억원이 웨이비스로 옮겨갔다.
물적 분할 직후인 2017년 6월 김 대표는 웨이비스 지분 51%를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김 대표는 그 직전까지 기가레인의 최대주주였다. 김 대표는 기가레인 보유 지분을 웨이비스 물적 분할 직전인 2017년 4월에 케플러밸류파트너스에 팔았다. 기가레인 지분 매각대금으로 물적 분할 자회사인 웨이비스를 사들인 형태다.
김 대표로 최대주주가 바뀐 웨이비스는 시리즈A 라운드 투자 유치를 진행했다. 여기에 에스지에이스유한회사와 한국투자파트너스 펀드가 참여하면서 전환사채(CB)와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매입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웨이비스가 기가레인과 지분관계를 완전히 끊길 원했다. 이를 위해 기가레인이 갖고 있던 구주 49%를 마저 매입키로 결정했다. 이때 투자자들은 리스크 공동 부담 차원에서 구주 매입에 최대주주인 김 대표가 함께 참여하길 원했고 그대로 실행이 이뤄졌다. 최대주주 김 대표에서 2대주주 에스지에이스 유한회사로 이어지는 현재의 지분 구조가 이렇게 만들어졌다.
문제는 김 대표가 인수한 구주 가격과 투자자들이 매입한 신주(RCPS, CB) 가격 차이가 컸다는 점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무상증자 등을 고려해 계산한 당시 신주 가격은 1만원대 이상이었는데 구주 가격은 3700원대였다.
여기에 상장사(기가레인)의 신사업을 물적 분할한 회사(웨이비스) 지분을 이전 최대주주(김정곤)가 싼 값에 되사간 듯한 형태의 거래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물적 분할 전 상장사(기가레인) 일반 소액주주들과의 이해상충 문제까지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기존 기가레인 주주들의 지분가치에 포함돼 있던 신사업(웨이비스)의 가치가 물적 분할을 통해 떨어져 나간 뒤 싼 값으로 기존 최대주주에게 귀속됐다는 측면에서다.
상장 주관사인 대신증권 관계자는 “배임 소지가 있었다면 거래소 승인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시 기가레인 입장에선 웨이비스 사업부문 자체가 비용과 투자금은 많이 들어가는데 이익은 나지 않는 힘든 사업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업을 키우려면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면서 추가적으로 상당 기간 적자를 감수해야 했는데 당시 기가레인 상황상 쉽지 않았다”며 “회사 분할을 한 뒤 독립회사로서 투자도 받고 장기간 성장의 시기를 거치는 쪽이 나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웨이비스 관계자 역시 “당시 구조조정이 필요했던 기가레인에 웨이비스 분할은 불가피했던 측면”이라며 “심사 기간이 길어진 건 김 대표가 회사를 상장시키는 게 두 번째 인데다 회사 물적 분할의 과정과 당시 상황에서의 물적 분할의 불가피성, 웨이비스 지분 인수 과정과 투자 유치 과정 등을 거래소가 좀 더 면밀히 살펴보느라 (그런 것으로 안다)”고 설명을 보탰다.
이 관계자는 김 대표의 구주 매입 가격에 대해서도 “당시 신주(RCPS, CB)엔 풋옵션이나 적격 IPO 상장 조건 등 구주와는 달려있는 권리 자체가 달라서 가격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면서 “당시 구주 매입가는 물적 분할 직후 최초 인수한 지분(51%) 가격과 동일한 가격이었고 이는 당시 외부기관 평가를 거친 가격이라 법적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 차익 상당 100억 지분 사재출연 "직원 혜택 위해 자발적 결정"
결과적으로 주식 매입 가격 차이는 거래소의 심사 과정에서 문제 소지가 있는 항목으로 지적됐다. 이에 김 대표는 지분 보유분 중 차익 상당액인 100억원 규모를 사재 출연하는 카드를 꺼냈다. 아직 증권신고서가 공시되지 않아 정확한 공모가를 파악할 순 없지만 내부적으로 정한 공모가를 기준으로 차익 상당액(100억원)을 적용한 주식 수를 우리사주 조합에 출연하는 방식이다. 이로써 거래소도 최대주주의 경영 불투명성 관련 의구심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보고 승인을 내준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거래소가 심사를 하다 보면 주식 취득 등과 관련해서 조금 적절치 않다고 보게 되면 최대주주가 사재 출연을 해서 진정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꽤 있다”면서 “사재 출연 지분을 자사주로 넣지 않고 우리사주 조합에 넣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웨이비스 관계자 역시 “법적 문제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론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게 사실이니 최대주주가 현저히 낮은 가격에 지분을 매입한 것처럼 보이게 됐다”면서 “김 대표가 경영 투명성에 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차익 상당액만큼 사재 출연하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재 출연은 김 대표가 자발적으로 실행한 것”이라며 “(김 대표가) 예전부터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면서 혜택도 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터라 (우리사주조합 사재 출연은) 원래도 항상 계획하고 있었던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예비심사를 통과한 웨이비스는 이달 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정확한 상장 시점을 잡진 못하고 있지만 연내에는 상장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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