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비스 증권신고서 리뷰]상시 내부통제 시스템, 물적분할·지분매각 '제동'②'김앤장' 2년 계약, 매 반기마다 점검
성상우 기자공개 2024-09-03 10:00:52
[편집자주]
웨이비스가 8개월여만에 한국거래소 예비심사 허들을 넘었다. 거래소 관문을 통과한 직후 제출한 증권신고서엔 무려 10개의 확약사항이 달렸다. 심사기간 동안 거래소 신뢰를 얻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전 대표의 사임에서 나아가 향후 5년간 이사회 미복귀를 약속한 이유는 뭘까. 더벨이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시 웨이비스가 내걸었던 확약사항을 통해 기술성 평가기업 상장길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2일 11: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웨이비스는 최대주주의 권한이나 사업부 물적 분할과 지분 매각 등 여러 측면에서 다른 신규 상장사보다 엄격한 제약 조건을 안고 시작하게 됐다.회사가 자체적으로 내건 조건들이다. 김정곤 최대주주의 과거 행적과 관련해 한국거래소가 제기한 몇 가지 우려 사항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웨이비스가 10가지 확약을 제시함으로써 예비 심사 단계를 통과할 수 있었다.
다른 신규 상장 기업들 보다 몇 개월 긴 심사를 거쳐야 했지만 주주와의 이해 상충 가능성을 낮추는 몇 단계 안전 장치를 시작부터 갖출 수 있게 됐다. 웨이비스 소액주주 입장에선 ‘전화위복’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물적분할 '주총 3분의 2 결의' 해야 가능
웨이비스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투자자 보호 관련 10가지 이행사항’을 보면 사업부 물적 분할과 지분매각 절차를 일부 제한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해당 사항을 보면 회사의 물적 분할은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도록 규정했다. 물적 분할을 통해 신설한 자회사의 경영권 변동을 수반하는 지분 매각 역시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이 같은 내용이 추가된 정관 개정이 이달 열릴 임시 주총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물적 분할 결정은 다른 일반적인 상장사의 경우 이사회 의결을 거치면 되는 사안이다. 이사회 의결이 주총 결의보다 더 간단하다. 이사 과반 출석에 출석 이사 과반의 찬성만 얻으면 된다.
자산총계 2조원 미만의 상장사의 경우 사내이사 비율을 이사 총수의 절반 이상으로 두는 게 가능하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자산총계 550억원인 웨이비스 역시 사내이사 비율(9월 임시주총 이후 이사회 기준)이 50%다. 사외이사진이 경영진 뜻에 반대되는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 역시 드물다. 대부분의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이사회 안건을 경영진 뜻에 맞게 처리할 수 있는 구조다.
주총 소집 이후 결의 요건도 상당히 까다롭다. ‘주총 결의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2/3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1/2 이상으로 한다’는 내용이 정관에 추가됐다. 발행주식 총수의 1/4 이상 참석에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으로 의결하는 ‘보통결의’ 뿐만 아니라 발행주식 총수의 1/3 이상 출석에 출석 주주 의결권의 2/3 이상의 찬성으로 결의하는 ‘특별결의’보다도 요건이 까다롭다.
웨이비스 상장 이후 산하 사업부를 물적 분할하거나 물적 분할로 신설된 자회사의 경영권을 외부에 넘길 수 있는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한 셈이다. 상당 비중 주주가 찬성하는 경우가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막아놨다.
웨이비스 상장 후 최대주주인 김정곤 전 대표의 주주 이해상충 행위가 없을 것이란 신뢰를 얻기 위해 내건 조건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17년 당시 최대주주로 있던 기가레인에서 신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웨이비스를 설립했다. 이후 기가레인 지분을 매각하고 웨이비스 최대주주로 갈아타면서 타 주주들에 대한 신주 발행가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구주를 매입했다. 거래소는 일련의 과정에 소액주주들과의 이익상충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최대주주 지분매각 '이사회 만장일치' 조건, 과거 두차례 엑시트 사례 '재조명'
최대주주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에도 제한을 걸어놨다. 지난 7월 이사회에서 개정된 이사회 운영규정엔 ‘회사의 경영권 변동을 수반하는 최대주주·회사의 주식 양수도계약의 경우 이사회에 부의해야 하고 이사회 전원의 만장일치로 의결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과거 두 차례에 걸쳐 본인이 최대주주였던 회사(유비프리시젼, 기가레인)의 지분·경영권을 돌연 외부에 매각한 적이 있는 김 전 대표의 과거 이력과 관련된 조항이다.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은 개인 재산권 행사의 문제다. 통상 거래 당사자들끼리의 합의만 있다면 별도 의결 없이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권리다.
다만 거래소는 김 전 대표의 엑시트 이력에 포함된 기업들이 그의 엑시트 이후 공통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두 차례나 반복된 사례이기에 웨이비스 상장 이후 들어올 공모 주주들 입장에선 또 다시 최대주주의 갑작스런 엑시트를 걱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이다.
웨이비스와 김 전 대표 입장에선 일종의 파격 결단을 내린 셈이다. 일반적인 상장사와 최대주주 권리의 상당 부분을 스스로 제한하는 조치를 약속함으로써 코스닥 상장 승인을 받아낼 수 있었다.
해당 조치의 준수 여부는 상시적인 ‘내부통제 점검’ 체제를 갖춤으로써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김앤장법률사무소와 계약을 맺고 코스닥 상장일 다음 반기인 올해 말부터 향후 2년간 반기 단위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여기에 변호사 2인과 전문위원 2인을 투입한다.
임승준 웨이비스 CFO는 “(김 전 대표의) 과거 경영활동 중 일부가 상장을 심사하는 거래소 입장에선 좋아하지 않는 형태였고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정도의 이야기가 오간 건 맞다”면서 “김 전 대표의 해당 행위가 위법인 것이 아니고 그 당위성에 대해서도 회사 측에서 충분히 설명이 됐지만 앞으로 이런 부분에 있어 반복 가능성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확약 사항들을) 자발적으로 제시하고 이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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