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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 전기차 포비아·AI 거품론 [thebell desk]

김장환 산업2부장공개 2024-09-23 08:06:05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9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 입차 금지' 최근 상가 주차장 입구에서 많이 보이는 문구다. 인천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가 발단이 됐다. 벤츠 전기차량 1대가 이유없이 발화했는데 같은 공간에서 피해를 본 차량이 무려 800대다. 가뜩이나 전기차 '전소' 소식이 많던 상황이다. 마치 움직이는 폭탄 수준으로 전기차를 바라보는 시선이 생겼다. 말 그대로 '전기차 포비아'다.

사실 공포심 이면엔 잘못된 정보가 많다. 전기차의 화재는 내연차 화재보다 적다. 당국에서 산술평균 집계한 수치를 보면 1만대당 화재 건수가 전기차는 1.3건, 내연차는 1.9건이다. 두려움의 근원인 열폭주에 대한 인식도 오류가 있다. 인천 화재 피해가 커진 건 경보음을 오작동으로 오인하고 스프링클러를 꺼버린 관리인의 실수 탓이 컸다. 요즘 생산되는 최신 전기차 다수는 열폭주 전이를 지연하는 기술이 적용돼 있다.

포비아가 확산되는 중이지만 미래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점은 확신한다. 글로벌 자동차 강자들이 전기차만 생산하겠다는 대외 공표를 앞다퉈 하고 있는 것도 같은 판단에서다. 폭발과 화재 위험이 낮은 배터리 기술 개발과 충전 인프라 구축 문제를 해소한다면 전기차 시장의 해빙무드가 조기에 형성될 수 있다. 훗날 하이브리드 차량은 과도기 산물로 기억될 것이다. 전기차 캐즘이 천년만년 이어질 리가 없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AI 거품론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AI로 돈을 과연 벌 수 있느냐 문제가 있다고 해도 AI 없이는 사업을 생각하기 어려운 시절이 분명 올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2007년 대외에 공개하고 출시한 아이폰은 전 세계의 컬처를 바꿨다. 지금 세상에 피쳐폰을 쓰는 사람을 본적이 있는가. AI는 곧 스마트폰처럼 거의 모든 분야에 접합될 보편적 기술 혹은 도구가 될 것이다.

물론 AI로 돈을 버는 기업은 지극히 한정적일 수 있다. AI 산업은 수요와 수익 모델이 아직 부재하다. 구글이 분기당 16조원에 달하는 AI 투자를 단행하고도 수익 실현 시점을 밝히지 못하자 주가가 곤두박질 친 것, AI 전용칩 대표주자 엔비디아가 최근 '공포' 수준의 주가 하락을 보인 것 모두 이런 탓이다. 엔비디아의 독주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할 수 있다.

하지만 AI 없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 "기계가 과연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가"란 앨런 튜링의 질문으로 AI 연구가 시작됐다. 그 뒤 70년이 흐른 지금 고성능 컴퓨터의 발전과 빅데이터, 머신러닝, 딥러닝 같은 기술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AI 기술은 PC, 휴대폰, 워치, 자동차 등 기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도구뿐 아니라 거의 모든 디바이스를 컴퓨팅 플랫폼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다. 적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인텔의 몰락을 보자. 컴퓨터 CPU를 설계하는 미국 반도체 회사로 IBM PC의 대중화 이후 특허기술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 생산으로 승승장구했다. 'The Chip Giant'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주식시장에서 잘 나가던 기업이다. 과거에 안주해 스마트폰 반도체 주도권을 퀄컴에 뺏겼다. AI 시장마저 간과하면서 엔비디아, AMD에 밀렸다.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은 삼성전자, TSMC와 경쟁에 뒤쳐져 정리하기로 했다. 미래 기술을 향한 과잉 투자 위험보다 과소 투자 위험이 더 크다는 걸 잘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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