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 짜는 항공업계]'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으로 사라지는 것들②화물사업 외부 이관…여객은 글로벌 87개 노선 대상 구조조정
고설봉 기자공개 2024-09-27 07:26:14
[편집자주]
항공업계가 새로운 경영환경을 맞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FSC의 시장 점유율 하락이란 모순에 직면했다. 또 FSC 산하 LCC들 인수합병이 추진되며 단거리노선 구조조정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틈을 메우는 것은 LCC들이다. 장거리노선 사업에 뛰어들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단거리노선도 확장하고 있다. 도서지역 공항 개항에 맞춰 소형항공사들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항공시장은 새로운 경쟁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더벨은 항공시장을 진단하고 각 항공사들이 준비하는 미래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5일 11: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에서 두 항공사 모두 유무형자산을 잃었다. 글로벌 경쟁 당국의 기준에 맞춰 사업부 매각 및 노선 이관, 슬롯(SLOT) 반납 등이 이뤄졌다. 여객사업부와 화물사업부에 걸쳐 전체적으로 네트워크가 줄어든 모습이다.이 가운데 대부분 줄어드는 유무형자산은 아시아나항공에 집중됐다. 대한항공 주도로 과거 경영위기를 맞았던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통합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여객부문에서 유럽 노선 등 일부를 반납하며 균형을 맞추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화물 메가캐리어는 없다
가장 큰 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이다. 유럽 경쟁당국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조건부 승인 및 일본 경쟁당국이 내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했다.
우선 자산매각이 추진됐는데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화물기와 화물노선 등을 일괄 매각하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다. 에어인천 컨소시엄과 계약을 맺고 막바지 단계가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인력도 대거 이관된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조종사와 정비사, 화물사업인력(운송, 영업, 지원 등)을 모두 에어인천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현재 매각 작업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주체인 에어인천컨소시엄은 MOU를 체결한 상태로 올해 연말 본계약을 체결해 최종 인수를 계획하고 있다. 실사 등 막바지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
에어인천은 국내 소형 화물사업 전문 항공사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경우 대한항공에 이어 단숨에 국내 2위 화물사업자로 뛰어오르게 된다. 2023년 기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생산능력은 24억2300만톤km로 대한항공 60억1800만톤km의 40% 수준이다.
◇글로벌 전역에서 여객사업 노선·슬롯 반납
여객사업부의 경우 전체적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자 취항할 때보다 편수와 슬롯 모두 축소됐다. 양사 중복 노선은 총 87개로 국제선 65개, 국내선 22개다. 한국 공정위와 유럽, 영국, 중국, 일본 등 경쟁 당국의 요구에 따라 87개 노선 전체에 거쳐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유럽 노선에서 주로 노선 통폐합이 이뤄졌는데 EC의 승인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2024년 2월 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여객사업부에 대해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중복 노선을 반납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대한항공은 조속하게 EC의 요구를 이행하기 시작했다. 양사 모두 취항하는 프랑스 파리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로셀로나 노선에 대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양측 모두 취항하고 있는만큼 노선을 축소하는 것이 골자였다.
노선 이관은 대한항공 주도로 이뤄졌다. 대한항공은 노선을 이관 받을 국내외 항공사를 물색한 끝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에 노선을 넘기기로 했다. 파리(주5회), 로마(하계 주7회, 동계 주4회), 바르셀로나(주4회), 프랑크푸르트(주7회) 등 노선을 일괄 이관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인프라가 부족한 티웨이항공에 항공기 등을 지원했다. 대한항공 유럽노선에 투입되던 A330-200 항공기 5대를 티웨이항공에 임대했다. 또 이를 운항할 조종사 등 인력을 파견했다. 이어 항공기 정비도 지원했다. 실질적으로 티웨이항공이 노선을 이관받았지만 대한항공이 운항하는 체제다.
슬롯 반납은 더 많은 항로에서 이뤄졌다. EC 외에 영국 경쟁 당국으로부터 합병을 승인 받기 위해 런던 노선을 축소됐다. 2023년 3월 영국 경쟁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인천~런던 1개 노선에 대한 슬롯 7개를 영국 버진애틀랜틱에 이전했다. 앞서 EC에선 국내 LCC에 노선을 넘겼지만 영국 노선에선 해외로 슬롯이 유출됐다.
아시아에서도 슬롯 반납이 대거 일어났다. 일본 경쟁 당국과 합의에 따라 7개 노선에 대해 취항을 희망하는 항공사에 슬롯을 이전했다. 2024년 1월 서울발 오사카, 삿포로, 나고야, 후쿠오카 등 4개 노선과 부산발 오사카, 삿포로, 후쿠오카 등 3개 노선이다.
중국 경쟁 당국과는 2022년 12월 총 9개 노선에 대해 취항 희망 항공사에 슬롯을 이전했다. 한국 공정위가 요구한 서울발 장자제, 시안, 선전 등 3개 노선과 부산발 베이징, 칭다오 등 2개 노선의 슬롯을 이전했다. 중국 경쟁 당국의 요구대로 서울발 베이징, 상하이, 창사, 톈진 등 4개 노선도 추가 이전했다.
향후 반납이 예정된 슬롯은 더 있다. 한국 공정위가 2022년 2월 내건 승인 조건에 따라 경쟁 제한이 우려되는 국제선 여객 26개 노선과 국내선 여객 14개 노선 등이 대상이다. 해외승인 및 주식 취득 완료 시점 후 10년 안에 슬롯과 운수권을 이전해야 한다. 향후 최대 40개 노선이 추가로 구조조정될 예정이다.
특히 국제선 26개 노선은 유럽(EU)과 영국, 중국, 일본 등 해외 경쟁 당국 요구 이외에도 한국 공정위가 판단한 동남아와 대양주, 국내선 등 경쟁 제한 노선이 포함되면서 노선 구조조정 규모가 커졌다.
세부적으로 국제선 26개 노선 중 운수권이 필요한 총 11개 노선은 신규항공사 진입시 사용 중인 운수권을 반납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프랑크푸르트, 런던, 파리, 로마, 이스탄불, 장자제, 시안, 선전, 베이징(부산), 시드니, 자카르타 등 글로벌 전역에 걸쳐 운수권 및 슬롯 반납이 예정돼 있다.
국내선 14개 노선은 제주발 청주, 김포, 진주, 광주, 부산, 여수, 울산 등 내륙과 제주도를 잇는 핵심 노선이 모두 구조조정 대상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24년 9월 포르투갈 리스본 취항, 10월 일본 나가사키 취항 등이 예정돼 있고, 벤쿠버, 발리, 나트랑, 오사카, 후쿠오카 등 증편이 이뤄지고 있다”며 “중국 노선은 2019년 대비 95% 회복됐고 전세기 운항을 통해 신규 취항지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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