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04일 07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위상만큼이나 걸출한 스타 경영자를 많이 배출했다. 이건희 회장이 "준천재급 인재 3명"이라고 언급한 이윤우 전 삼성전자 부회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 황창규 전 KT 회장이 대표적이다.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게 권오현 부회장이다. '용장보다 덕장'이란 평가를 받으며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데 일조한 인물이다.
특히 '초격차'를 외치며 동명의 책을 펴내 유명세를 탔다. 2등이 1등으로 올라서고자 하는 의지마저 꺾어버릴 정도로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삼성전자의 경영전략이다. 비교 불가능한 기술 우위를, 조직혁신에 의한 타 기업과 격의 차이를 만들어 1등 기업이 되겠다는 소신이다.
이 전략이 없었다면 2017년 인텔을 뛰어넘는 기업이 될 수 없었다. 해당 전략을 토대로 과감한 선행 투자를 펼친 덕분이다.
그런 삼성전자가 이제는 초격차를 말하기 힘들다. 메모리 기술력은 SK하이닉스에게 위협받고 있고 스마트폰 제조 기술은 중국과 차이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어떤 사업 영역을 봐도 초격차라고 할 수 있을만한 게 없다. HBM 등 차세대 D램 시장 리더는 이제 삼성전자가 아닌 SK하이닉스가 될 것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타개책으로 삼은 게 인사다. 올 5월 DS부문장을 교체하는 깜짝 인사를 했다. 경계현 사장을 미래사업기획단으로 보내며 전영현 부회장을 DS부문장에 선임하는 핀셋 인사를 했다. HBM 우위를 SK하이닉스에게 뺐겼다는 게 결정적이었는데 사실 경 사장 탓으로만 보기 어려웠다. 다만 인적 쇄신 없이는 위기 극복의 다짐도 보여주기 어렵다고 봤다는 후문이다.
전 부회장의 선임은 의미하는 바가 많다. 상징성이 남다르다. '오뚝이' 같은 인물이다. 권오현 전 회장 뒤를 이을 인물로 여겨졌지만 김기남 전 회장에게 자리를 내주고 삼성SDI 사장으로 갔다. 최윤호 사장에게 자리를 넘기고 은퇴를 할 것으로 보였지만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재기했다. 이후 올해 DS부문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오랜만에 맡은 반도체 사업이지만 '기술통' 자질을 확실히 보여주며 조직 변화를 강도 높게 이끌고 있다. 취임 초반에는 패밀리데이를 없애고 출장 축소와 비용 감축 등 사소한 변화 주문만 주목받아 의아함도 샀다. 하지만 전문가적 자질이 차츰 조직 안정화를 이끌고 있는 모양새다. 때마침 DS부문의 흑자 전환도 이뤘다. 메모리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최적의 인물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안팎에 많다.
물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부활은 그의 힘만으로 어려운 일이다. 특히 대외변수를 제외하고 봤을 때는 사업지원 TF의 적극적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 사업지원TF는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 7년 동안 삼성전자의 경영상 굵직한 결정을 모두 수행해온 곳이다. 미전실 출신 정현호 부회장이 수장을 맡고 있다. 사업지원TF의 소극적 투자 결정이 삼성전자의 초격차를 깨뜨렸다는 평가도 더러 있다.
눈에 띄는 점은 DS사업부문 수장이 이제는 정현호 부회장과 같은 급이란 점이다. 전영현 DS부문 부회장은 한종희 DX부문 부회장, 정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부회장 3인방이다. DS부문은 이제 사업지원 TF 부회장의 의사결정에만 흔들릴 수 있었던 사장급 조직이 아니다. 전 부회장이 방향타를 어떻게 잡고 가느냐가 그만큼 중요해졌다. 전 부회장의 걸림돌은 초격차를 뛰어넘을 정도의 능력 발휘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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