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 짜는 항공업계]구조조정 중심 한진칼, 불안한 지배구조 해소책은④최대주주 아닌 조원태 회장, 경영권 행사…산업은행 '지원과 견제'
고설봉 기자공개 2024-10-07 08:17:00
[편집자주]
항공업계가 새로운 경영환경을 맞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FSC의 시장 점유율 하락이란 모순에 직면했다. 또 FSC 산하 LCC들 인수합병이 추진되며 단거리노선 구조조정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틈을 메우는 것은 LCC들이다. 장거리노선 사업에 뛰어들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단거리노선도 확장하고 있다. 도서지역 공항 개항에 맞춰 소형항공사들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항공시장은 새로운 경쟁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더벨은 항공시장을 진단하고 각 항공사들이 준비하는 미래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4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항공업 구조조정에 있어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은 한진칼이다. 조원태 회장이 이끄는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향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탄생할 통합 대한항공(메가 캐리어) 경영권도 한진칼이 보유하는 구조로 딜(Deal)이 진행 중이다.저비용항공사(LCC) 구조조정의 시발점도 한진칼이다. 한진칼 산하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산하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LCC간 인수합병(M&A) 및 매각 등 딜도 한진칼 내부에서 교통정리 후 진행될 예정이다. 그만큼 한진칼이 항공업 구조조정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그에 따른 역할은 크다.
위상과 역할에 비해 한진칼의 지배구조는 취약한 모습이다. 현재 경영권을 행사하는 조원태 한진칼 회장의 지배력은 높지 않다. 단일 최대주주 자리는 호반그룹이 차지했다. 조 회장은 KDB산업은행과 경영책임의무 약정을 맺고 지원과 감시를 동시에 받고 있다. 우군으로 분류되는 친족과 델타항공 등 협력사와 연대는 조 회장이 경영권을 상실하면 끊어질 수 있는 구조다.
◇조원태 회장, 우호지분 확보 통해 지배력 구축
지배구조 측면에서 한진칼은 한국 항공산업을 이끌 핵심 지주회사다. 현재 한진칼을 거쳐 대한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M&A 이후 아시아나항공으로까지 뻗어나간다. 이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합병하면 한진칼에서 통합 대한항공으로 다시 지배구조가 단순화된다.
통합 대한항공을 이끌 수장은 조원태 한진칼 회장으로 점쳐진다. 현재 진행되는 통합 작업도 조 회장이 주도하는 한진칼 이사회와 그 산하 대한항공 이사회 등을 중심으로 전략이 수립되고 각종 현안을 풀어나가고 있다. 그만큼 조 회장의 경영능력과 역량이 한국 항공산업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그러나 조 회장은 현재 한진칼 최대주주는 아니다. 2024년 10월 현재 한진칼 단일 최대주주는 호반그룹이다. 호반건설과 호반호텔앤리조트, 호반 등 호반그룹 계열사들이 총 17.82% 지분을 보유 중이다. 뒤를 이어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한 미국 델타항공이 지분 14.9%를 보유 중이다. 산업은행은 10.58%로 세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 중이다.
조 회장은 우호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행사 중이다. 2024년 10월 현재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은 5.78%다. 여기에 어머니 이명희 전 정석기업 고문(2.64%)과 동생 조현민 한진 사장(5.73%), 기타 친족 및 계열사 임원 6인 등(0.69%)이 보유한 지분을 합하면 13.46%가 된다. 또 한진칼 산하 공익재단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합면 조 회장 및 특수관계자 지분은 17.83%로 높아진다.
더불어 현재까지 산업은행과 델타항공 등은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의 지배력은 43.3%까지 확장된다. 이어 대한항공임직원자가보험과 대한항공사우회 등도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의 우호지분은 최대 46.67%까지 늘어난다.
◇산업은행 약정 체결, 메가 캐리어 탄생 선도
문제는 조 회장의 우호지분을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미 조 회장과 가족들간 경영권 분쟁이 소강기에 접어든만큼 이 전 고문과 조 사장은 우호지분이란 평가가 나온다. 가족간 분쟁 요소가 적은만큼 공익재단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도 조 회장 우호지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향후 조 사장 등 계열분리 문제가 발생할 경우 우호지분이 다시 쪼개질 가능성도 나온다.
또 다른 문제는 조 회장과 산업은행간 맺은 경영책임의무 약정이다. 조 회장의 경영성과와 평판, 사법 리스크 등에 따라 항공업 지배구조는 흔들릴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2020년 산업은행 주도로 한진칼이 항공산업 구조조정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산업은행과 조 회장간 맺은 약정 때문이다. 산업은행의 평가에 따라 조 회장이 경영권을 잃고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조 회장과 한진칼은 2020년 11월 17일 산업은행과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 조 회장은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과 감사위원회위원 선임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협의권 및 동의권 △윤리경영위원회 설치와 운영 책임 △경영평가위원회에 대한 협조와 대한항공 경영 감독 △PMI(인수합병 후 통합관리 방안) 계획 수립과 이행 △대한항공 주식에 대한 담보 제공과 처분 등 제한 △위반시 5000억원의 위약금과 손해배상책임 등 엄격한 7대 의무 조항을 지켜야 한다.
산업은행은 조 회장과 특수관계자 등에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주식을 모두 담보로 설정했다. 조 사장과 이 전 고문 등이 조 회장과 의결권을 공동행사 한다는 약정도 받았다. 또 조 회장은 한진칼 주식 처분시 산업은행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산업은행은 약정의 효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 회장의 보유 주식 전부를 담보로 취득했다. 더불어 산업은행은 위약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처분위임계약에 따라 주식에 대한 처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조 회장의 한진칼 주식을 동반 매각할 수 있는 권리(drag-along right)도 가지고 있다.
조인트벤처 상대방인 델타항공은 현재 조 회장 우군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향후 조 회장이 경영권을 잃을 경우 우군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간 업무협약에 기반한 우호지분 약정으로 델타항공이 대한항공의 새로운 지배주주와 전향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진칼 지배구조는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다. 다만 산업은행 주도로 시작된 항공업 구조조정을 한진칼이 수행하고 있는 만큼 메가 캐리어 탄생까지는 지배구조 이슈가 불거지진 않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의 요구에 부합해 조 회장이 항공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경영책임의무를 어길만한 상황도 연출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 경영책임의무 약정에 의해 한진칼 경영문화와 경영성과가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절차와 약정에 따라 경영실태 평가를 내리고 이를 근거로 한진칼에 대한 지원 및 의결권 행사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항공업 구조조정 목표 달성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노랑통닭 운영' 노랑푸드 매각 착수, 삼정KPMG 맞손
- [달바글로벌은 지금]유가증권시장 향하는 뷰티기업, 에이피알 '판박이' 전략
- 삼성·키움까지…증권사 VC 협회 릴레이 가입 '왜'
- 코스포, 일본 진출 조력자로…현지 답사 첫 진행
- [VC 투자기업]씨너지, 132억 프리A 브릿지 투자 유치
- [아이지넷, Road to IPO]'보험+핀테크' 결합…인슈어테크 1호 상장 노린다
- [VC 투자기업]빅오션이엔엠, 뮤지컬 제작사 T2N미디어 인수
- 한화생명, 대규모 후순위채 발행…HUG 금리 여파 '촉각'
- HS효성첨단소재, 3년만에 '공모채' 노크…차입만기 늘린다
- [IB 풍향계]위기설 '해프닝' 롯데, 조달 전선 영향은
고설봉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새판 짜는 항공업계]비상 날개짓 이스타항공, 더딘 경영정상화 속도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진에어, 한진칼 통합 LCC 주도권 ‘이상무’
- 체급 키우는 에어부산, 펀더멘털 약점 극복
- [새판 짜는 항공업계]슬롯 지키기도 버거운 이스타항공 '영업적자' 감수
- 티웨이항공, 장거리 딜레마...3분기 이례적 손실
- [CFO Change]기아, 내부 출신 김승준 상무 CFO 발탁
- [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부회장 부활' 성과보상 특급열차 다시 달린다
- [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혁신·파격·미래' 2018년 대규모 인사 데자뷰
- [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미국에 올인' 성 김·호세 무뇨스 앞세워 위기 돌파
- [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 파격 인사 CEO급만 10명 이상 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