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장, 정보 비대칭의 함정]뮤지컬 투자 큰손 IBK기업은행, 작품 선정 기준은⑦KOPIS 등 지표 보다 제작사 정보 바탕, 흥행 가능성 높은 해외 대형 작품 주목
이지혜 기자공개 2024-10-14 07:30:54
[편집자주]
뮤지컬 시장 규모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정부가 공연법을 개정하고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까지 만들었지만 정보 비대칭은 여전하다. 소량의 정보는 폐쇄적 네트워크 안에서만 돌고 그마저도 신뢰성과 객관성에 의문점이 많다. 대중음악과 비교해 뮤지컬 시장의 정보 접근성은 왜 유독 떨어질까. 투명성은 언제 개선되는 걸까. 정보를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비대칭이 만드는 문제는 뭘까. 더벨이 뮤지컬 시장에 만연한 정보 비대칭 현상과 원인, 그로 인한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0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기업은행이 뮤지컬 투자를 결정할 때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데이터를 주요 자료로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KOPIS가 공연정보의 투명성을 제고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실제 활용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기업은행은 투자 결정 시 제작사가 제공하는 자료를 주요 근거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선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티켓 판매량, 객석 점유율 등 뮤지컬과 직접 관련된 실적 지표는 확인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매출과 정산 등 제한된 정보만 얻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은행의 투자도 특정 제작사, 특정 분야의 작품으로만 쏠리고 있다.
◇KOPIS는 '거들 뿐', 기업은행 뮤지컬 투자 기준은
기업은행 관계자는 "KOPIS 데이터는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며 "KOPIS 데이터를 사용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나 의무사항이 없으므로 투자결정에 해당 데이터가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KOPIS가 공연 산업의 핵심 지표로 자리 잡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보여준다. KOPIS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연예술산업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모으는 정부 산하 전산망이지만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기업은행은 제작사와 사기업의 자료에 좀 더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 측은 뮤지컬 지원작 결정 기준으로 △작품 흥행 가능성 △출연진 △제작비 △제작사의 제작능력 △정산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작품에 투자한 이후에는 인터파크 등 티켓 판매 대행 사이트의 점유율 순위와 예매가능 객석 잔량, 회사 자체 통계 자료, 외부회계 감사자료 등을 확인한 뒤에야 KOPIS의 공연 통계 자료를 살펴본다고 답했다.
◇대형 라이선스 작품에 집중 투자…정보 비대칭성이 원인
눈에 띄는 점은 기업은행이 그동안 투자했던 뮤지컬 작품과 제작사다. KOPIS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 기업은행은 주로 에스앤코와 모회사인 클립서비스의 작품에 투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기업은행이 투자한 작품이 많았다. <스쿨 오브 락>을 시작으로 <디어 에반 핸슨>, <하데스타운>, <알라딘>까지 기업은행이 투자사로 참여했다. 지난해에도 기업은행은 <캣츠 오리지널 내한>과 <오페라의 유령> 투자에 참여했다.
공연산업의 정보 비대칭성, 공연정보의 불투명성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과 관련된 객관적이고 신뢰도 높은 공연정보를 얻을 수 없다보니 재무, 회계와 관련해 가장 투명한 기업으로 투자가 쏠리고 있다는 얘기다. IBK기업은행과 에스앤코의 협력이 오래 지속된 배경으로 보인다.
에스앤코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의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문화산업전문회사를 세운다는 점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물론 <하데스타운>, <라이온킹>, <디어 에반 핸슨>까지 거의 모든 작품마다 문화산업전문회사가 있다. 이는 <알라딘>도 마찬가지다. 포스터 상세페이지의 주최란에 <알라딘문화산업전문회사>가 이름 올리고 있다.
작품 별로 문화산업전문회사를 세우는 제작사로 에스앤코가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문화산업전문회사 설립 전략은 투자 유치와 자금 관리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
프로젝트별로 회계를 독립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보니 수익과 비용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 투자자에게 재무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할 수 있다. 또 개별 프로젝트의 재무적 리스크를 제작사의 다른 사업과 분리할 수 있다. 즉 한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다른 프로젝트까지 부정적 파장이 덜 미친다.
뮤제컬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상당히 보수적 투자자”라며 “공공금융기관으로서 책무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손실을 내지 않는 균형을 잡는 지점에서 문화콘텐츠 투자를 하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KOPIS의 공연정보 신뢰도가 떨어지고 뮤지컬 제작사의 재무적 역량까지 좋지 않다보니 뮤지컬 투자가 한쪽 방향성으로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금융기관의 딜레마로 보인다.
창작 뮤지컬 시장이 영세해 공공 금융기관의 투자나 융자가 필요한데도 KOPIS가 제공하는 공연정보의 신뢰도나 접근성은 낮다. 또 이들 제작사의 작품제작 역량과 재무 건전성에 대한 확신도 부족하다. 그 결과 공공금융기관이라고 해도 대형작품이나 해외 라이선스 작품, 내한 공연으로 투자가 쏠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얘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국내 뮤지컬 공연시장을 활성화하려면 관객이 원하는 작품을 공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투자 요청이 들어오면 흥행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작품을 선별하고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속적인 금융 공급을 통해 국내 뮤지컬 공연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이지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카카오엔터, 투자 손실·법인세에 3분기 실적 '압박'
- [2024 이사회 평가]YG엔터, 빛나는 경영성과 뒤 불완전한 거버넌스
- [2024 이사회 평가]'팬덤 플랫폼 선두주자' 디어유, 이사회 기능 취약
- [2024 이사회 평가]경영성과 우수한 JYP엔터, 독립성은 '아쉬움'
- "어도어 실적 또 늘었는데"…민희진, 풋옵션 강행 '왜'
- '하이브 탈출 신호탄?' 뉴진스 제시한 14일 함의
- 뉴진스, 하이브와 '헤어질 결심'…계약상 법적 근거는
- [Earnings & Consensus]JYP엔터, '어닝 서프라이즈' 주인공…핵심IP 컴백효과
- [IP & STOCK]적자 발표에도 YG엔터 주가 견조, 증권가 재평가
- [Earnings & Consensus]YG엔터, 적자 불구 ‘어닝 서프라이즈’ 평가…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