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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장, 정보 비대칭의 함정]"공연산업 지속가능성, KOPIS 데이터에 달렸다"⑥박지영 법무법인 슈가스퀘어 대표변호사

이지혜 기자공개 2024-10-04 07:23:03

[편집자주]

뮤지컬 시장 규모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정부가 공연법을 개정하고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까지 만들었지만 정보 비대칭은 여전하다. 소량의 정보는 폐쇄적 네트워크 안에서만 돌고 그마저도 신뢰성과 객관성에 의문점이 많다. 대중음악과 비교해 뮤지컬 시장의 정보 접근성은 왜 유독 떨어질까. 투명성은 언제 개선되는 걸까. 정보를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비대칭이 만드는 문제는 뭘까. 더벨이 뮤지컬 시장에 만연한 정보 비대칭 현상과 원인, 그로 인한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30일 14: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술과 법률을 아우르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박지영 변호사(사진)가 공연예술산업의 현안에 목소리를 냈다. 서울예술고등학교에서 피아노를, 서울대학교 음대에서 작곡이론을 전공한 후 법조계로 전향한 박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슈가스퀘어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예술분야에서 오랫동안 전문성을 닦은 법조인답게 이력도 화려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예술경영 컨설팅을 맡았을 뿐 아니라 법무법인 로고스에서 예술문화사업지원센터 센터장도 맡았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원,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 컨설턴트를 역임했다. 십여 년간 예술계와 법조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 셈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을 구축할 때나 2018년 말 공연법을 개정할 때에도 박 변호사의 존재감은 컸다. 공연법 개정 방안 연구용역을 맡은 것은 물론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청회를 열 때에도 박 변호사가 참여해 KOPIS 설계에 기여했다.

◇공연정보와 현실 괴리… KOPIS 1단계도 여전히 제자리

KOPIS가 설립된 지 만으로 10년이 됐다. 2014년 시범운영되기 시작한 KOPIS는 2018년 말 공연 제작사와 공연장으로부터 의무적으로 공연정보를 제공받도록 법적 근거를 확보하면서 비로소 힘을 얻었다.

그러나 2024년인 지금 실체를 파악해보니 KOPIS와 실제 공연정보 간 괴리는 컸다. KOPIS가 공연산업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해 투자를 활성화하고 공연예술 시장을 키울 것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아직도 한참 남았다는 얘기다.


박 변호사는 이에 대해 “KOPIS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1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18년 말 공연법 개정 당시 KOPIS의 성장단계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다. 1단계가 공연정보를 제대로 모으는 것이라면, 2단계는 정보를 어떻게 보관할 것인지, 3단계는 어떻게 공개하고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단계로 점차 성장할 것으로 바라봤다.

박 변호사는 “2018년 말 KOPIS가 1단계를 시작하기 위한 법적근거를 마련했으니 2단계와 3단계, 즉 정보 보관과 공개, 활용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레 뒤따를 것이라 예상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도 1단계조차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KOPIS가 공연정보를 제대로 수집하지 못하는 이유는 공연법의 허점 탓이다. 문체부는 2018년 말 △공연장운영자 △공연입장권을 판매하는 자 △공연을 기획 또는 제작하는 자는 공연정보를 고의적인 누락이나 조작 없이 KOPIS에 전송해야 한다고 공연법에 명시했다. 다만, 전산예매시스템에 의하여 발권되지 않으면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예외조항을 덧붙였다.

이는 당시 공연계에서 전산예매시스템에 의해 발권되지 않는 티켓은 수기 티켓 등으로 비중이 매우 작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전관판매, 단체판매 등 전산예매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제작사를 직접 통해서 판매되는 티켓 비중이 늘어나면서 실제 공연정보와 KOPIS 데이터 간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공연법 개정 필요성 강조…KOPIS 데이터 신뢰성 높여야

박 변호사는 KOPIS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법 개정을 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그는 "개정된 공연법을 5년 동안 운영해보니 KOPIS의 정확성을 위해 전산예매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판매되는 티켓도 데이터에 포함할 필요가 생겼다“며 ”입법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제작사 등 업계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박 변호사는 "업계와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발전의 과정을 피해서는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KOPIS가 제기능을 하려면 2단계, 3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며 “법도 아이와 같아서 처음 태어나면 아장아장 걷지만 점점 정교화하면서 성숙한 법이 되어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KOPIS 데이터 공개와 관련해 논란이 되는 부분인 ‘기업비밀’ 조항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현재 공연법 시행령에 따르면 KOPIS 운영자는 공연정보제공자의 기업비밀이 공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박 변호사는 "공연법상 기업비밀의 정의가 명확하게 정해진 적이 없다"며 "관람객 수나 티켓 판매량이 과연 기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그는 "영화 박스오피스 정보처럼 공연 티켓 판매 정보가 공개되는 게 공연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업비밀 여부는 KOPIS 운영자인 예경이 판단할 문제“라며 ”일단 공연 제작사 등은 공연정보를 KOPIS에 보내고 이를 공개할지 여부를 예경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KOPIS 정확한 정보가 공연산업 지속가능성의 열쇠

박 변호사는 KOPIS가 제기능을 해낸다면 공연예술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정보 제공이야 말로 산업발전의 핵심이며 KOPIS가 이를 위한 핵심적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변호사는 "공연은 현장성, 일회성, 소멸성 덕분에 관객에게 사랑받지만 바로 그 특성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예술장르“라며 ”이른바 ‘대박’이 나도 인력을 계속 투입해야 하고 고정비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런 한계를 보완하는 데 KOPIS가 보탬이 될 것으로 바라봤다. 그는 "사람들이 공연을 언제 많이 보는지,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아이돌 배우 출연작이 잘 되는지, 라이선스와 창작 중 어느 쪽이 인기 있는지 등 KOPIS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공연정보를 잘 가공해서 산업과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잘못된 공연정보가 유통돼 투자가 잘못돼 실패하거나 정책이 실패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이 산업에 어느 정도의 돈이 몰려 있는지, 영세한 공연사업자는 얼마나, 어떤 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형 사업자는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구체적인 정책을 짤 수 있어야 정부가 피부에 와 닿는 지원정책을 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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