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사로잡은 예술]구혜원 푸른그룹 회장 "한국은 아트주얼리 강국"공예작가 후원, 8년간 전시기획…내년부터 이태원 상설 전시공간 운영
서은내 기자공개 2024-12-06 07:27:45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4일 15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혜원 푸른그룹 회장(64)이 국내 공예 작가들에 대한 예술계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공예는 미술계에서 마이너 장르의 이미지가 강한 분야다. 구 회장은 특별히 공예 작가, 작품을 조명하며 후원가로 나섰다. 단순한 후원이 아니다. 구 회장만의 독특한 해석과 창작을 가미해 전시를 기획하며 발로 뛰고 있다.재계에서 구혜원 회장은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막내 딸이자 푸른그룹을 경영하는 재벌가 여성으로 잘 알려져있다. 예술계에서는 또 다른 수식어가 붙는다. 아트주얼리 컬렉터이자 공예 전시 기획자로 통한다. 30년 넘게 공예 작품에 대한 수집 열정을 이어왔으며 8년 전부터는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2016년 푸른문화재단 설립은 공예 분야에 대한 구 회장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시작점이다. 재단 설립 후 매년 연말 공예 작가 단체전을 기획하고 전시 기간 직접 전시 해설도 해왔다. 올해는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에서 '아라크네 아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기획해 현재 진행 중이다. 25명 작가의 작품 약 130점을 선보이고 있다.

◇ 한국 공예 후원 미비, 재단 설립 후 단체전 기획
구혜원 회장이 공예 분야에 관심을 갖게된 데에는 금속공예 원로작가 김정후 씨의 영향이 컸다.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에서 만난 구혜원 회장은 "내 전공과는 전혀 관련 없지만 아트주얼리 원로작가 친구가 덕분에 공예에 빠져들었고 30년 이상 작품을 모아왔다"고 말했다.
김정후 작가는 구 회장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사귀어온 오랜 벗이다. 구 회장은 "친구(김정후)가 고등학교 때 갑자기 미술을 하겠다고 하더라"며 "이후 서울대 미대 입학, 유학하고 돌아와 대상을 수상하면서 워커힐 미술관 전시로 한국 아트주얼리의 출발점을 만들었다"고 깊은 애정을 표했다.
구 회장은 "우리나라는 아트주얼리 수준이 세계 5위 안에 드는 강국임에도 실제로 아트주얼리가 홀대를 받고, 좋은 작가들이 회사 등 다른 영역으로 이탈해버리는 것을 봐왔다"며 "그런 현실이 안타까워 내가 키워볼 방법이 없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 고민은 재단 설립으로 이어졌고 좋은 작가와 작품을 소개할 전시 구상으로 연결됐다.
푸른문화재단의 공예 전시는 모두 구 회장의 머리 속 구상에서부터 시작됐다. 구 회장은 "우리 공예 작가들은 손기술이 좋지만 컨셉츄얼한 면이 부족하다"며 "나는 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매년 일정한 주제를 구상, 결정하고 모든 작가들은 그 주제에 수렴하는 작품을 만들어 전시에 참여하는 방식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 소장전보다 기획전 중심, 상시 전시공간 계획
올해 전시의 제목이자 주제이기도 한 '아라크네 아이'에도 구 회장만의 깊은 아이디어가 담겼다. '아라크네'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여성이며 손재주가 뛰어난 직조공이다. 구 회장은 '아라크네 아이'에서 '아이'라는 단어에 '자녀'의 뜻과 영어 단어 '눈(eye)'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설정했다.
구 회장은 "신화 속 아라크네는 거미로 환생해서도 직물을 짜고 있더라"며 "공예 작가들이 바로 아라크네의 후예, 자손들이며 동시에 아라크네의 정신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새로운 시각(eye)으로 다양하게 세계를 펼쳐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전시작품 하나하나 공들여 그 의미를 설명했다. 전시 장소를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으로 택한 것도 이유가 있다. 아라크네는 남성 신의 절대 권력에 항거한 여성으로서 신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진 유일한 인간이다. 구 회장은 "아라크네는 최초의 페미니스트"라며 "기획의도에서 '여성'이 중요했고 여성 명문사학인 이곳을 택했다"고 말했다.
매년 푸른문화재단의 전시는 상설공간 없이 다른 공간을 빌려 행사를 진행해왔다. 내년부터는 구 회장이 최근 매입한 이태원 소재 건물을 활용해 전시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구 회장은 "개인 돈으로 운영되다보니 소규모 공간이긴 하나 연중 상시 운영이 가능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내 소장품만 보여주는 전시는 죽은 전시라고 생각하며 항상 전시가 특정한 주제를 갖게 하는 것을 중요시 생각한다"라며 "주제에 맞게 일정 기간마다 기획에 변화를 주며 전시공간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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