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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금감원에도 '부장뱅크'가 필요하다

김보겸 기자공개 2024-12-19 11:14:54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7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S 총파업(2017~2018) 당시 '뮤직뱅크'에서는 제작 거부에 들어간 젊은 PD들을 대신해 현장을 떠난 지 오래던 부장 PD들이 카메라를 잡았다.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한 부장 PD들의 무대 연출은 호평 일색이었다. 조명 사용과 컷 구성, 카메라 워킹까지 깔끔하기 그지없다는 평가다. 특히 사전녹화가 아닌 라이브로 진행됐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도 실시간 대처로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내며 부장들이야말로 위기의 순간에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연말 예기치 못한 이슈로 말이 많은 요즘이다. 계엄 선포 이후 두 차례 시도 끝에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그 사이 윤석열 사단 막내로 불리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임기 막바지에 국장급 인사를 99% 교체했다. 팀장에서 두 단계를 건너뛰어 국장으로 발탁되는 사례는 이제 뉴노멀로 자리잡았다. 반면 부국장에서 국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이들은 옷을 벗어야 한다.

금감원은 종종 '경제 검찰'로 비유된다. 하지만 금감원 원로들은 이 둘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검찰이 형사법을 다룬다면 금감원은 금융법을 다루며 그 속에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범죄 성립 여부는 법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제도를 개선하거나 조율하는 역할도 금감원 몫이다. 단순히 단죄에 그치지 않아야 하는 게 금감원이 지닌 본질적 사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복현 체제의 금감원은 속도와 결단력을 중시한다. "시장환경이 워낙 긴박하니 오랫동안 호흡할 시간이 없다"는 금감원 고위관계자의 말처럼 이 원장은 본인이 방향성을 제시하면 이를 실행할 강력한 추진력을 지닌 부서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쇄신이 성과로 이어지는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금감원의 금융사 제재 건수는 전년 대비 48% 늘었으나 금감원 경영평가는 오히려 한 등급 하락했다. 쇄신을 강조하며 당시 부서장 84%를 교체했지만 오히려 이 원장 취임 전보다 등급이 낮아진 것이다.

KBS 부장뱅크의 교훈은 금감원에도 유효하다. 라이브처럼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중요한 건 다년간 실무 현장을 뛰며 피감기관과 소통하며 이를 관리자 직급에서 조율해 본 경험이 있는 부서장들의 기본기다. 금융 불안정성이 커지는 현 상황에서 금감원에도 오랜 현장 경험과 조율 능력을 갖춘 부장뱅크가 필요한 때다. 당장 KBS 부장뱅크 무대를 경험했던 시청자들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부장님 돌아오라"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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