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유통가 리포트]M&A 절실한 티메프, 탄핵 사태로 '안갯속'[이커머스]②대내외 환경 영향 자금경색, 내년까지 지지부진 가능성
변세영 기자공개 2024-12-31 07:58:45
[편집자주]
올해 유통가는 산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K-컬처 인기로 식품사나 화장품 ODM 기업들은 해외에서 훨훨 날았으나 내수경기 침체로 이커머스와 패션회사들은 역성장을 면치 못했다. 설상가상 2025년에도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이른바 3고(高)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 간 온도차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더벨은 유통산업 내 섹터별로 기업을 분류한 후 올해 한 해 흐름을 정리하고 전망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0일 0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이커머스업계에서 가장 파장이 컸던 사건은 단연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다. 판매대금 정산 지연을 시작으로 셀러 이탈과 함께 1조원이 넘는 지급불능 사태가 터지면서 수만 곳의 피해업체가 생겨났다.이후 티메프는 회생절차에 돌입하며 살길을 모색했지만 최근 뜻하지 않게 정치 리스크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회생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수자가 등장해야 하는데 정치적 이슈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정산 1조3000억 달해, 9월부터 회생 돌입
구영배 회장이 이끄는 큐텐그룹은 지난 2022년 9월 티몬, 2023년 인터파크 쇼핑과 위메프를 연달아 인수하며 ‘티메파크’ 생태계를 구축했다. 큐텐그룹은 이커머스업계 메가 사업자라는 타이틀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화려함 뒤에 숨겨진 실체가 하나둘씩 벗겨지기 시작한 건 올해 초다.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큐텐그룹이 전개하는 글로벌 직구 플랫폼 큐텐과 위시플러스는 올 초부터 판매 대금 정산 작업이 삐걱거렸다. 비단 해외 플랫폼뿐만이 아니다. 국내 대표 이커머스였던 위메프와 티몬까지 셀러 미정산 문제에 휘말리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결국 이커머스 결제와 승인 작업을 대행하는 PG사(결제대행업체)가 티메프 결제 건 취소와 신규 결제를 모두 막는 등 손절이 이어졌다. 사실상 정상적인 비즈니스가 불가능해지면서 기약 없는 개점휴업에 돌입하게 됐다.
문제는 ‘미정산금’ 규모다. 티메프 사태로 인한 셀러 미정산 규모만 1조3000억원에 육박했다. 티몬에서 여행상품을 판매했던 하나투어와 야놀자 등 대형 기업을 비롯해 소상공인에 이르기까지 피해업체 수는 4만8000개사에 달했다.
이후 티몬과 위메프는 법원으로부터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승인받았다. 당시 법원은 곧바로 회생에 들어가지 않고 자율성을 주고자 ABS를 승인해 회생 개시를 1달간 보류시켰다.
통상적으로 ARS는 1개월 단위로 최대 3개월까지 연장될 수 있다. 그러나 티메프는 ARS 과정에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해 ARS가 연장되지 않았고 지난 9월 10일을 기점으로 회생에 돌입했다.
◇정세 급변 자본시장 위축, 내년 하반기까지 진전 없을 가능성
회생 개시에 따라 법원은 ‘한영회계법인’을 조사위원으로 선정하고 티메프의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담은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법원은 2013년 동양그룹 회생사건에서 관리인 역할을 수행했던 조인철 전 SC제일은행 상무를 티메프 제3자 관리인으로 선임해 사태 해결 실마리를 찾도록 했다.
채권단에게 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 1순위 방법은 인수합병(M&A)이다. 이커머스 특성상 처분할 자산이 미미해 돈을 갚기 위해서는 사실상 투자유치가 필수적이라서다. 실제 조인철 법정관리인은 지난 4일 티몬 본사에서 설명회를 열고 영업 재개 준비를 마무리하고 M&A를 성사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조 법정관리인에 따르면 2곳에서 티메프 인수의향을 내비쳤다.
변수로 떠오른 게 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다. 당초 한영회계법인은 티메프의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판단해 보고서를 작성한 후 계속기업가치가 크다는 전제하에 이를 바탕으로 회생계획안을 구상해 이달까지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해당 보고서 바탕으로 투자자들이 인수의향을 타진하면 회생계획안 인가 전 공개 경쟁입찰인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형태로 M&A를 노려 변제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다만 국내 정세가 급변하면서 자본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는 악재가 생겼다. 투자를 유치하기 여의찮은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M&A 작업이 암초를 만나면서 회생 프로세스가 늦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서울회생법원도 위메프·티몬(티메프)에 대한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을 내년 2월 7일까지로 연장했다.
한 기업회생전문 변호사는 “투자자를 구하지 못하면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산정하는 게 의미가 없어 한영도 조사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난감한 상황일 거다”라면서 “법원에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도 아마 한 달씩 계속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봄이나 하반기까지도 M&A가 지지부진한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업계(IB) 관계자는 “당장 정권이 바뀔만한 불확실성이 큰데 어느 기관이 의사결정을 내리겠느냐”라면서 “특히 티메프 이슈는 여러 업체가 얽혀 리스크가 상당해 당장 투자유치에 진전이 있긴 어렵지 않을까”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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