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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현대차, 36년만에 차입금 1조 하회…대규모 투자 '청신호'내년 생산라인 증설과 배터리 내재화 목표…차입금의존도 0.9% 불과

박완준 기자공개 2025-01-03 13:13:05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30일 13:0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업'.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도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현대자동차를 재계가 바라보는 시선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두며 내년 키워드를 '생존'으로 낙점하는 등 위기설에 휩싸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대차는 여윳돈으로 대거 빚 상환에 나서고 있다. 2021년 7조원을 넘긴 총차입금을 3년 만에 1조원 밑으로 떨어뜨렸다. 수년째 호황이 이어지면서 현금 유입이 풍부해진 영향이다. 생산라인 증설과 배터리 기술의 내재화 등 대규모 투자를 앞둔 만큼 재무안정성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총차입금 36년 만에 1조 밑으로…유동성 확보 '총력'

현대차는 2022년부터 총차입금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2021년 별도기준 7조2365억원까지 치솟은 총차입금은 1년 만인 2022년 5조307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후 지난해 말에는 1조2915억원까지 떨어졌고, 올 3분기 말 기준으로 800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988년(9090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현대차는 올해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를 3613억원 줄여 상환 부담을 덜었다. 특히 단기차입금 잔액은 5억원에 불과했다. 아울러 사채와 장기차입금도 1296억원 갚았다. 이에 현대차가 올 3분기까지 지출한 이자비용은 전년 동기(1322억원)보다 줄어든 752억원을 기록했다.

재무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던 배경은 강화된 현금창출력이 꼽힌다. 현대차는 최근 10년 동안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16년 41조7149억원(내수·수출 포함)부터 시작해 2020년 50조를 처음으로 넘어섰고 2년 후 65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도 매출액은 78조원을 거두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올해도 준수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리드차(HEV)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가 늘고,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누적 현대차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57조1722억원·4조3737억원)보다 늘어난 58조5542억원, 5조1687억원을 거뒀다.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사용되는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도 전년 동기(8조9983억원)보다 늘어난 9조726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자본적지출(CAPEX)과 배당 지급액을 차감하고 남는 잉여현금흐름(FCF)은 같은 기간 2조4329억원 줄어든 1조5707억원을 거뒀다.


FCF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풍부해진 유동성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지출액이 커진 탓이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기존 FCF의 30~35%를 주주환원에 활용해 오던 것을 연간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 25% 이상을 배당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반기마다 지급하던 배당금 역시 분기마다로 바꾸며 횟수까지 늘렸다.

이에 현대차는 올 3분기 말까지 배당금으로 3조2644억원을 지출했다. 이미 역대급으로 구분되는 작년 한해 지급 총액 2조3582억원을 넘겼다. 다만 현대차는 올 3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 8조5709억원을 확보하며 순차입금 마이너스(-) 7조7703억원을 기록해 우량한 재무 구조를 유지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도 각각 34.1%, 0.9%로 집계됐다.

◇생산라인 증설부터 배터리 내재화 '목표'

현대차는 매년 투자를 늘리며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경쟁사와 격차를 벌릴 기회로 보고 판매 목표를 유지 및 투자 확대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는 내년 초부터 생산라인 증설에 나서며 생산량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 8월 2033년까지 120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이는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한 10년간(2023∼2032년) 투자액 109조4000억원과 비교해 10.1% 늘어난 금액으로, 앞으로 연평균 12조원 이상 투자하겠다는 포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매년 3조~4조원의 CAPEX를 집행하고 있다. 특히 2022년까지 3조원 대에 머물던 CAPEX를 지난해부터 4조원 대로 끌어올렸다. 올 3분기 누적 CAPEX도 4조2374억원을 집행해 전년 동기(3조293억원)보다 늘어났다. 2030년까지 목표한 글로벌 판매량 555만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내년에도 CAPEX는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 1월 29일부터 2주간 울산5공장 내 제네시스 세단 모델(G90·G80·G70 등)을 생산하는 51라인 증설에 나선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차의 생산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전기차 대중화를 대비해 경기도 안성 등지에 배터리 연구개발(R&D) 단지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배터리 업체에서 납품받는 것과 별개로 시제품 생산에 직접 나서며 기술 내재화를 목표한다. 연 1~2GWh 규모의 배터리 시제품 제조 설비를 마련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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