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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운용 ETF 질주]트렌드에 뒤처졌던 위기, 구원투수 배재규 등판①ETF 중심 조직개편 단행…6위에서 3위권 본격 경쟁

박상현 기자공개 2025-02-10 10:06:58

[편집자주]

ETF가 금융투자업계의 핵심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펀드 명가'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2022년 ETF의 아버지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을 대표로 영입했다. 배 대표는 마케팅 역량을 확충하고 미국 빅테크 상품을 앞세웠다. 정체했던 ETF 점유율은 3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더벨은 한투운용의 ETF 성과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4일 13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과거 '펀드 명가'로서 업계를 호령했다. 국내 최장수 자산운용사로서 '네비게이터'와 '한국의 힘', '삼성그룹주' 펀드 등으로 이름을 날렸다. 운용업계 여러 인사들이 한투운용에 몸을 담기도 했다.

그러나 상장지수펀드(ETF)가 대중화되면서 조금씩 위기감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한투운용은 2002년 삼성자산운용, LG투자신탁운용(현 키움투자자산운용) 등과 함께 ETF 사업에 진출했다. 다만 비교적 신생 운용사로서 ETF에 주력했던 미래에셋운용과 달리 한투운용은 ETF보다는 기존의 액티브 공모펀드에 방점을 찍었다. 그렇게 한투운용의 기나긴 ETF 부진이 시작됐다.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ETF의 아버지' 배재규 대표(사진)가 등판하면서다. ETF 경쟁력 확보를 위해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20년 만의 외부 인사 등용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배재규 대표는 ETF를 중심으로 조직개편을 단행,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액티브 펀드 명가, '패시브' 바람에 일격

한투운용은 1974년 출범한 국내 최초 투자신탁회사다. 대한투자신탁, 국민투자신탁과 함께 '3투신'으로 불리며 초창기 펀드시장을 이끌었다.

업계 많은 선수를 발굴하기도 했다. 한투운용은 2001년 업계 최초로 최고투자책임자(CIO) 직책을 도입, 인재를 확보할 인사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갖추면서다. 최초의 CIO를 역임한 이윤규 초대 CIO는 추후 DGB자산운용에서 대표를 역임했다. 이밖에 박종규 전 우리자산운용 대표와 강신우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 장동헌 전 행정공제회 CIO, 박현준 씨앗자산운용 대표 등이 한투운용 출신이다.

브랜드 펀드도 여럿 배출했다. 2004년 국내 최초 출시한 삼성그룹주 펀드와 네비게이터 펀드, 한국의힘 펀드, 마이스터 펀드가 대표적이다. 네비게이터 펀드는 2010년 한해 27%의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운용 규모(AUM) 1조원 이상인 대형 운용사 13곳 중 가장 좋은 성과다. 이 펀드는 박현준 대표가 운용했다.

2008년 금융위기 후 운용업계에는 패시브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ETF가 대중화되면서다. 한투운용이 흔들리기 시작한 계기다. 한투운용은 2002년 삼성운용과 함께 ETF 사업에 진출했지만 삼성운용과 달리 ETF에 주력하지 않았다. 액티브 공모펀드라는 성공 요인에 안주해 새로운 트렌드를 따르지 못하는, 이른바 이카로스 역설에 빠졌다는 평가다.

이러한 점은 ETF 상품 수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2002~2020년간 출시된 ETF 중 삼성운용이 현재 운용하는 ETF는 112개다. 반면 한투운용은 33개다. 이는 곧 자연스레 점유율 차이로 반영된다. 2020년 초 ETF 점유율은 삼성운용(52.7%), 미래에셋운용(24.2%), KB자산운용(7.3%), 한화자산운용(3.9%), 한투운용(3.5%) 순이었다.


◇20년 만의 외부 인사 등용, 김남구 회장의 승부수

2022년 김남구 회장은 회심의 승부수를 던진다. ETF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배재규 당시 삼성운용 부사장을 대표로 영입했다. 한투운용은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순혈주의가 강했다. 외부 출신이 대표로 선임된 것은 20년 만이었다. ETF를 살리겠다는 김남구 회장의 의지가 돋보였다.

배재규 대표는 금융투자업계에서 'ETF의 아버지'라 불린다. 2000년대 초반 ETF를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를 드나들며 임종룡 과장(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태현 사무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직접 설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배재규 대표는 삼성운용에서 2002년 'KODEX 200' ETF, 2009년 인버스 ETF, 2010년 레버리지 ETF를 국내 최초로 내놓았다. 세 ETF의 현재 순자산규모는 5조5700억원, 6000억원 , 2조1000억원 수준이다. 삼성운용이 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데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한투운용에 온 배재규 대표는 마케팅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공모펀드와 비교해 패시브 상품인 ETF는 운용역의 존재감이 옅다. 대신 주식처럼 시장에서 거래되는 만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중요하다. 배재규 대표가 취임사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을 비교,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다.

배재규 대표는 6월 대표이사 직속으로 '디지털ETF마케팅본부'를 신설했다. 그리고 홍콩계 ETF운용사 프리미어파트너스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던 김찬영 이사를 영입, ETF마케팅본부장에 앉혔다. 김찬영 이사는 배재규 대표와 삼성운용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이듬해 ETF운용본부를 신설, 운용본부장으로 남용수 당시 한화운용 채널마케팅본부 CPC기획팀 부장을 영입했다.

이는 한투운용의 ETF 점유율이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한투운용은 이후 ETF 브랜드를 'KINDEX'에서 'ACE'로 교체하고 미국의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상품들을 적극 앞세웠다. 한투운용은 현재 KB운용과 점유율 3위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4일 기준 KB운용의 점유율은 7.86%, 한투운용은 7.7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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