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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운용 ETF 질주]"ETF는 애플처럼"…'ACE' 브랜드로 새출발②마케팅 본부 신설, 성공적 리브랜딩…수장확보는 과제

박상현 기자공개 2025-02-11 07:58:13

[편집자주]

ETF가 금융투자업계의 핵심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펀드 명가'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2022년 ETF의 아버지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을 대표로 영입했다. 배 대표는 마케팅 역량을 확충하고 미국 빅테크 상품을 앞세웠다. 정체했던 ETF 점유율은 3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더벨은 한투운용의 ETF 성과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5일 14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조에서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삼성전자보다 제조는 아웃소싱하고 상품개발과 마케팅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애플이 시장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2022년 취임사에서 변화하는 자산운용업계를 이같이 설명했다. 펀드 운용보다는 어떤 펀드를 만들고 이를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운용업계 핵심 축으로 떠오른 상장지수펀드(ETF)를 염두에 둔 말이었다.

이는 한투운용이 나아가야 할 길을 예고한 말이기도 했다. 한투운용은 이후 마케팅 담당 조직을 신설하고 ETF 브랜드를 개편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세미나를 통해 투자자들과의 소통도 늘렸다.

어느덧 운용업계에 ETF 마케팅 각축전이 벌어졌다. 이는 마케팅 수장 쟁탈전으로 이어졌다. 성과를 입증한 한투운용의 수장은 시장에서 매력적인 카드였다. 한투운용의 마케팅 역량을 벤치마크할 수 있어서다. 한투운용의 마케팅 수장은 현재 공석이다.

◇마케팅 본부 신설과 리브랜딩, 성공 기틀 갖춰

2022년 2월 취임한 배재규 대표의 첫 단추는 마케팅을 필두로 한 조직개편이었다. 배재규 대표는 그해 6월 대표이사 직속으로 '디지털ETF마케팅본부'를 신설했다. 홍콩계 ETF운용사 프리미어파트너스에서 마케팅을 담당한 김찬영 이사가 본부장을 맡았다. 배재규 대표가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이었을 당시 김찬영 이사는 ETF컨설팅팀 팀장직을 수행했다. 배재규 대표는 홍보실도 만들었다.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 산업 인사들이 홍보실에 합류했다.

이후 9월 ETF 리브랜딩을 발표했다. 'KINDEX'에서 'ACE'로 교체했다. 한투운용은 ACE가 최고라는 의미 외 '고객전문가(A Client Expert)'와 '고객 경험 향상(Accelerate Client Experience)'의 뜻도 지녔다고 소개했다. 브랜드만의 철학과 슬로건 구축을 위해 핵심 키워드 도출과 분석, 스토리텔링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리브랜딩 이상의 전략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ACE가 A로 시작하기 때문에 상품 리스트에서 최상단에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각종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에서는 글자 순서에 따라 ETF가 배치된다.

ACE 출범 전까지는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현 PLUS)'이 제일 앞섰고 현재는 하나자산운용의 '1Q'가 순서상 가장 빠르다. 하나운용은 지난해 4월 KTOP에서 1Q로 변경했다. KB자산운용이 2023년 말 ETF 브랜드 변경 사내 공모전을 진행할 당시 KB증권의 'able'이 유력후보 중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KB운용은 지난해 7월 'KB STAR'에서 'RISE'로 개편했다.

투자자들과의 접점도 확대했다. ACE ETF를 홍보할 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금융 지식을 전달하는 데 힘을 썼다는 평가다. 데일리만기옵션(0DTE) 상품이 대표적이다. ODTE는 매일 만기가 도래하는 옵션을 거래, 프리미엄 수취를 목적으로 한다. 미국에서 2022년부터 인기를 끈 뒤 국내 도입됐다. 자사의 0DTE 상품을 소개할 때 직접 미국의 옵션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진행해 투자자의 이해도를 높였다는 게 한투운용 측 설명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네이버 종목토론실에 답변 서비스를 시작했다. ACE ETF의 토론방에서 투자자가 상품에 대해 문의할 경우 한투운용 관계자가 직접 댓글을 달아 응답하는 방식이다.

◇치열한 인력 쟁탈전…과제로 남은 수장 확보

현재 운용업계에서는 ETF 마케팅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SNS 콘텐츠, 광고 경쟁을 넘어 마케팅 수장 인력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전쟁을 진두지휘할 수장을 확보하면 경쟁사의 노하우까지 손쉽게 습득할 수 있어서다. 성과를 보인 한투운용의 마케팅 수장은 시장에서 매력적인 카드로 부상했다.

지난해 1월 김찬영 본부장이 경쟁사 KB운용으로 이직했다. 한투운용으로서는 꺾어야 하는 경쟁사로 옮긴 터라 더욱 뼈아팠다. KB운용 ETF사업본부장이 된 그는 이후 거래량이 미미한 ETF 16개를 상장폐지하고 글로벌 인공지능(AI) 섹터에 투자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RISE로 리브랜딩을 단행하는 굵직한 변화를 주기도 했다. 한투운용의 전략을 KB운용에 입혔다는 설명이다.

김찬영 본부장이 떠난 자리는 김승현 ETF컨설팅담당이 채웠다. 마케팅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내부 인사를 등용했다. 김승현 담당 아래 한투운용의 ETF 점유율은 성과는 지속됐다. 순자산액이 7조원 넘게 늘어나면서 시장 점유율이 대폭 성장했다. 지난해 12월 27일에는 KB운용을 역전하며 3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김승현 담당도 한투운용을 떠났다. 하나운용의 ETF 사업부문 총괄 역할로 영입되면서다. 하나운용은 2023년 10월 스위스 금융사 UBS와의 합작 관계를 종료하고 하나금융지주의 100% 자회사가 됐다. 이듬해 ETF 리브랜딩을 했다.

현재 한투운용의 과제는 ETF 수장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투운용은 외부 인사를 영입해 공백을 메우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운용업계에서 ETF마케팅 인력의 규모가 다른 공모펀드에 비해 제한적인 터라,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이경준 전략ETF운용본부장이 키움투자자산운용으로 이적한 가운데, 한투운용과 미래에셋운용 간 인력 확보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투운용의 마케팅 조직은 ETF컨설팅부와 콘텐츠마케팅부로 구성돼 있다. 두 부서의 부서장이 마케팅 실무를 담당하고 일부는 남용수 ETF운용본부장이 관여한다. 최종 의사결정은 심재환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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