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포트폴리오 점검]미 군함건조 법 개정, HD현대重·한화오션 유리한 이유⑤치솟는 미국내 함정 건조비용…해외건조 승패 가를 '단가·CAPA' 모두 강점
허인혜 기자공개 2025-02-18 08:05:09
[편집자주]
2025년에도 조선업 호황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호황의 수혜가 모든 조선사에게 공평하게 돌아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70년대·00년대 찾아온 1·2차 슈퍼사이클과는 다르다. 선박의 폭이 넓어진 만큼 글로벌 수요와 공급도 부문별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공통적으로 저가 수주 시대를 끝내고 고마진 선박으로 도크를 채웠지만, 그 과정을 거치며 각자의 세부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따라서 이번 호황기 선종별 수주량을 예측하고 각사별 주요 포트폴리오를 진단하면 기업의 미래도 엿볼 수 있다. 더벨이 국내외 기관과 업계가 조망한 조선업계 수주 전망을 살펴보고 각사별 포트폴리오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3일 16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해군 함정을 해외 동맹국에서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주가가 대폭 상승했다. 해외 동맹국으로 넓혔을 뿐 한국을 콕 집은 게 아닌데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가 있다.발의된 법안은 함정의 건조비용과 생산능력을 중요하게 본다. 미국의 알레이버크 구축함과 우리나라의 이지스 구축함 등의 도입 가격을 비교해보면 국내 조선사들이 비용 면에서 확실한 강점이 있다. 또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나라가 우리나라와 일본 뿐이다. 그중에서도 생산능력이 더 좋은 한국의 조선사들이 유리할 것으로 점쳐진다.
◇치솟는 미국내 함정 건조비용, 한국에서 건조하면 3분의 1
공화당 소속 마이크 리 상원의원과 존 커티스 상원의원이 공동발의한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과 '해안 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은 미 해군의 군함 건조를 해외 동맹국에 맡길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 발의가 알려지자마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주가가 치솟았다. HD현대중공업의 주가는 이틀 만에 18%가 넘게 올랐다.
이유는 개정된 법안의 조건을 잘 맞출 곳이 사실상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뿐이라서다. 법안에는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비용이 미국 건조비용보다 저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중국에 적을 둔 기업은 허용하지 않는다. 이 조건에 맞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 두 곳이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가 여러 방면에서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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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부터 충분히 매력적이다. 미 의회 예산국(CBO)은 미국내 척당 단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미 해군이 추산한 함정 도입 가격보다 실제 가격이 더 비쌀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차세대 구축함 DDG(X)를 예로 들면 해군은 척당 33억달러를 예상했지만 CBO가 추정한 금액은 44억달러다. 미국은 지난해 말 기준 295척인 군함을 2054년까지 390척으로 늘리기로 했다. 95척을 더 도입해야 하는데 미국내 척당 단가는 계속 비싸지는 난감한 상황이다.
미국의 30년 해군 함정 계획을 보면 95척 중 23척을 Flight III,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을 채울 예정이다.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은 우리나라의 이지스 구축함과 비교할 수 있다. 미국에서 건조한 함정과 국내 건조 함정은 약 3배의 가격 차이가 난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해군에 인도된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의 가격은 약 1조원으로 추산된다.
CBO는 미국의 동급 구축함(알레이버크) 가격이 척당 25억달러까지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향후에는 평균 27억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동급 함정을 건조하는 데 우리나라는 1조원을, 미국은 3조6000억원 이상을 쓰는 셈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8000톤급 이지스함의 건조 비용이 약 6400억원 정도였는데, 선체 규모가 2배 차이났던 줌왈트급 함정의 건조 비용은 5조원 이상"이라며 "만약 같은 규모의 함정을 짓는다면 약 3분의 1 정도 우리나라가 저렴할 것"이라고 했다.
◇생산능력·기술력 美日 앞서는 HD현대重·한화오션
법안 개정의 목적을 보면 생산능력도 못지않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을 개정하는 이유가 미국의 함정 선대 확대이기 때문이다. 빠른 시일 내에 중국(370척)의 함대를 능가하기를 바란다. 가능한 많은 함정을 제조할 수 있는 기업들을 노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조건에서는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일본의 글로벌 선박 수주 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
미국은 조선업이 붕괴되면서 전체 조선사에서 한해 건조할 수 있는 선박이 손에 꼽힌다. 국내 조선사들은 규격과 쓰임에 따라 다르지만 한해 2~3척의 특수선을 건조할 수 있다. 미국의 군사전문매체 TWS에 따르면 일본은 모가미급 호위함을 1년에 1~2척 생산한다. 만약 국내에서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하면 다른 상선·함정 인도와 마찬가지로 미 해군이 출항지인 거제로 방문해 함정을 타고 주둔지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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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건조 기술력도 우리나라가 우세하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우리나라 방위사업청이 2011년부터 이어온 한국형 이지스함 구축 프로젝트를 번갈아 수행해 왔다. 특수선 관계자는 "가격도 중요하지만, 사실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품질을 맞출 수 있는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따지면 일본은 우리나라와 경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사는 새 법안이 도입되면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수주와 신조 수주 모두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이미 MRO 수주를 따냈고 HD현대중공업도 2월 가시적인 성과를 노리고 있다.
한편 법안이 개정되더라도 한화그룹의 미국 현지 조선소인 필리조선소는 상선 건조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조선소도 과거 특수선을 건조했던 경험이 있고 도크도 미국 내에서 큰 편에 속한다. 하지만 그동안 특수선을 만들어왔던 국내 조선소에서 함정을 건조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 전문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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