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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신지형도]은행장 연임도 당연하지 않다...깨지는 공식들⑥시중은행장 5명 중 4명 교체…위기의식 높은 지방은행은 대부분 연임

조은아 기자공개 2025-03-06 12:54:41

[편집자주]

영원한 1등은 없다. 국내 은행권만큼 이 말을 잘 대변하는 업권도 없다. 성숙기에 접어든 지 오래지만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며 순위 역시 요동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지속가능경영, 내부통제, 상생금융 등 시대의 흐름이 은행권을 관통하면서 은행권 지형도가 새롭게 짜이는 모양새다. 은행권 전반의 변화와 현황 그리고 각 은행의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4일 15시47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말 이뤄진 은행장 인사 결과는 다소 파격적이었다. 연임이 예상됐던 인물들이 잇달아 자리에서 물러났다. 4대 시중은행과 농협은행을 더한 5곳 중 무려 4곳에서 은행장 교체가 이뤄졌다. 눈에 띄는 건 전임 은행장이 별다른 과실 없이 호실적을 이끌었음에도 교체되는 수순을 밟았다는 점이다.

국내 은행장들의 재임 기간은 점차 짧아지고 있다. 3년만 지내도 장수한 편에 속한다. 지주 회장과의 역학 관계, 그룹 차원의 승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데다 은행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워낙 급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짧아지는 재임 기간, 1년 연임도 당연하지 않다

지난해 말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의 은행장이 모두 바뀌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예견된 수순이었지만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전임들의 성과는 물론 내부 평판 역시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에는 유독 장수 CEO가 없는 편이다. 시중은행 은행장들은 대부분 2년 혹은 1년 연임을 더해 3년 정도의 임기만 수행하고 자리에서 내려오고 있다. 금융지주 출범 이후 회장과의 위계를 고려해 은행장 임기가 3년에서 2년으로 줄면서 '2+1'이 보편화됐다. 2020년 이후를 살펴보면 허인 전 국민은행장만 이례적으로 4년간 은행장을 지냈다.

지난해 사례를 보면 이젠 '+1'조차 당연하지 않은 분위기다. 핵심 자리인 만큼 장기간 자리를 지키는 데 따른 부담이 큰 데다 은행 안팎에서 변화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지주사 체제가 아닌 외국계 은행, 인터넷은행은 여전히 장수 은행장을 찾아볼 수 있다. SC제일은행의 박종복 전 행장은 4연임에 성공하며 약 10년간 은행을 이끌었다. 카카오뱅크 역시 윤호영 대표가 4연임에 성공했고 올해 5연임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경우 애초 은행장 초임 임기가 3년이기도 하다.


◇은행장, 더 이상 'NO.2' 아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전임 은행장들이 여전히 그룹 내 중책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 역시 눈에 띈다. 이재근 전 국민은행장은 KB금융지주 글로벌사업부문장을, 이승열 전 하나은행장은 하나금융지주 미래성장부문장을 각각 맡고 있다.

이재근 전 행장은 KB금융그룹의 취약점으로 지적받는 해외 사업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았다. 이승열 전 행장은 사실상 그룹의 CSO(최고전략책임자) 역할을 한다.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 전략본부, AI디지털전략본부 등도 이 전 행장이 지휘한다.

그는 최근 하나금융지주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됐는데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될 예정이다. 그의 지주 내 직급은 부회장이다. 단순히 의전상 혹은 서류상의 부회장이 아니라 '실질적' 부회장인 셈이다.

새로 선임된 은행장들 사이에 별다른 공통점이 없다는 점도 특징 중 하나다. 이환주 국민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농협은행장 등 4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없다.

은행장 직전의 경력을 봐도 제각각이다. 은행에서만 몸담은 인물이 있는가하면 보험사와 카드사 CEO를 지낸 인물도 있다. 은행에서의 경력을 살펴보면 확실한 영업통으로 분류되는 인물은 이호성 행장과 정진완 행장뿐이다. 이환주 행장은 영업 쪽 경력을 갖췄지만 재무 업무에도 능통하다. 학력과 전공에서도 4명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다.

◇위기감 커진 지방은행, 대부분 연임

분위기 쇄신을 선택한 시중은행과 달리 위기감이 큰 지방은행에선 '전쟁 중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기조가 한층 뚜렷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일제히 순이익을 늘리며 선방한 만큼 굳이 은행장을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DGB금융그룹에선 황병우 회장이 iM뱅크 은행장 겸직을 연장했다. 금융당국이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에 대해 다소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iM뱅크가 이제 막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만큼 경영 연속성을 가져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JB금융그룹에서도 전북은행장과 광주은행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백종일 전북은행장과 고병일 광주은행장 모두 지역 내수 부진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이끌어냈다. 김기홍 JB금융 회장이 앞서 3연임에 성공하면서 현 체제의 안정을 위해 두 은행장의 연임을 결정했다는 관측이다.

BNK금융그룹의 경우 방성빈 부산은행장이 연임에 성공했고 경남은행장만 바뀌었다. 김태한 부행장보가 신임 은행장으로 선임돼 경남은행을 이끌게 됐다. 김 부행장보는 상무에서 부행장보로 승진한 지 두 달 만에 은행장으로 선임되며 파격 인사의 주인공이 됐다. 1969년생 김 부행장보가 취임하면서 쇄신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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