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대미투자 31조]'셈법 복잡해진' 글로비스, 사업다각화 기회 살릴까④추후 대미 수출물량 100만→80만 급감…비계열 고객확보 과제
이영호 기자공개 2025-03-26 08:15:30
[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이 미국발 관세전쟁 해법을 찾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조한 ‘made in USA’로 문제를 풀어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미국에 총 210억달러를 투자한다. 완성차와 철강 등 제조업은 물론 자율주행과 로봇 등 신기술 산업 생태계를 미국에 구현한다.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이후 한국 기업 가운데 첫 번째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관세 리스크를 해소하는 모습이다. 더벨은 현대차그룹의 투자 내역과 중장기 미국시장 성장 전략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5일 14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가 현지 생산 확대를 공식화하면서 현대글로비스(이하 글로비스)로선 비계열 고객사 확보가 더욱 절실해졌다. 국내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해운 물동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해운 부문에서의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지 생산거점 확대까지 남은 시간 동안 글로비스의 사업 개편과 고객 다각화 전략이 관전포인트다.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5일 새벽(현지시각 24일) 미국 백악관에서 210억달러 규모 투자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자동차 생산에 86억달러, 부품·물류·철강 분야 61억달러,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분야에 63억달러를 투입한다.
금번 발표의 골자는 현대차그룹의 현지 생산거점 확대다. 현대차그룹은 루이지애나 주에 제철소를 건설하고, 미국 내 차량 생산량도 연간 100만대에서 120만대로 키울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판매용 완성차를 현지에서 더 많이 생산하는 방식으로 트럼프 행정부 관세 리스크를 빗겨갔다.
그러나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글로비스는 그룹에서 완성차, 부품 등의 물류 등을 전담한다. 지금 당장 실적에 유의미한 변화는 없더라도 현지 생산 확대에 따라 추후 해운 물량은 줄어드는 수순이다.
글로비스에서 해운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18% 정도다. 작년 매출은 28조4073억원이었는데 해운부문에서 5조1209억원이 발생했다. 영업이익은 3661억원이다. 육상물류는 물류부문 몫인데 매출액 9조9141억원에 영업이익 8307억원을 기록했다. 물류부문이 해운 부문보다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가 더 크다.

다만 국내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물동량이 줄어든다면 해운부문 수익성의 변수가 될 수 있다. 회사 전체 수익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번 배를 띄울 때 가능한 많은 차량을 싣는 게 수익성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대, 기아차의 미국내 차량 생산량은 연간 100만대 수준이다.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연간 30만대를 생산하고 있는데 금번 투자로 HMGMA는 연간 50만대로 20만대 생산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연간 생산량이 도합 100만대에서 12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완성차 물량은 현대차(63만7638대)와 기아차(37만7367대)를 합해 약 100만대다. HMGMA 생산량이 20만대 늘어날 경우 수출량은 100만대에서 80만대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산술적으로는 미국 수출 해운 물동량이 줄어든다.
특히 국내에서 북미로 향하는 글로비스의 해운 물동량 중 미국 비중이 절대적이다. 미국 수출 차량이 줄어들 경우 다른 수요처로 보충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물론 현대차그룹 생산거점 확대가 당장 이뤄지는 건 아니다. 투자 청사진이 현실화되기까지 앞으로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글로비스는 북미 해운 물량을 조정하는 동시에 비계열 고객사 확대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글로비스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이규복 글로비스 대표는 이날 열린 정기주총에서 "비계열 고객 확대의 원년으로 삼고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는데, 계열 매출에만 의존하기엔 불안정한 외부 환경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국 현지 발표가 공개된 후 이날 글로비스 주가는 4% 넘게 하락 중이다. 투자시장에선 기업가치 악재로 인식하는 모양새다.
다만 글로비스 측은 현지 생산확대가 해운 물동량 감소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이번 투자가 회사 실적이 확대되는 기회라는 입장이다. 글로비스 관계자는 "일단 국내 생산 및 수출량 감소 계획을 발표한 적이 없고, 미국 수출 물량이 줄어들 경우 다른 나라로 수출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 자동차선 선복 부족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남는 선복을 비계열쪽 영업 확대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년간 현대차그룹의 해외공장 생산물량이 320만대로 늘었지만 그 기간동안 국내에서 해외로 수출되는 물량이 감소한 적은 없었다"며 "미국 내 생산이 확대되면 글로비스가 담당할 현지 완성차 내륙운송 사업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포워딩 사업을 통해 운반하는 반조립 부품(KD) 물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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