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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스타' 서현회계법인의 자문 방정식 [thebell desk]

임효정 M&A부 차장공개 2025-04-21 07:13:48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8일 07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진짜 실력은 숫자 너머의 맥락을 읽는 데서 드러난다. 최근 M&A자문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운 곳이 있다. 2023년 4월 단 네명으로 M&A 조직을 꾸린 PKF서현회계법인은 누적 5000억원 규모의 딜을 성사시키며 단숨에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이 조직을 일군 주역은 지난달 승진한 오창걸 재무자문본부 대표다.

그는 M&A 자문을 단순한 숫자 계산이 아닌 사람과 산업, 그리고 타이밍을 읽는 일로 정의한다. 그가 이끄는 서현회계법인 M&A팀은 ‘데이터와 공감’이라는 두 단어로 자문 시장의 공식을 다시 쓰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거래는 1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숫자는 이미 결과를 말해준다. 그러나 진짜 이야기는 다른 곳에 있다.

서현회계법인의 M&A팀은 딜을 분석하는 조직이 아니라 딜의 맥락을 구축하는 팀이다. 10인 정예 조직 가운데 네 명은 오직 데이터와 리서치를 담당하는 전담 R&D 인력이다. 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구조다. 대부분 파트너의 개인 역량이나 네트워크에 기대는 전통적 자문 모델을 따를 때 서현회계법인은 오히려 그 반대의 선택을 한다. 서현 딜 데이터베이스(SDB)에는 고객과의 접점 히스토리부터 산업 분석, 오너 성향까지 축적된다. 조직적 데이터는 경험을 자산으로 만들고 반복되는 현상에서 미래의 딜을 예측하게 한다.

이러한 조직형 자문의 배경에는 오 대표가 몸담았던 삼일PwC의 DNA가 있다. 국내 최장수 회계펌 출신다운 정교한 분석력과 문제해결 방식은 지금의 서현회계법인에서 더욱 유연하고 세련된 형태로 진화했다. 사람과 정보, 맥락을 함께 엮어내는 방식이다.

서현회계법인 M&A팀의 자문은 숫자 이전에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고객이 회사를 분신처럼 여긴다면, 자문사는 그 분신을 대신 들여다보는 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오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밸류에이션보다 조직 문화, 재무제표보다 리더의 태도를 먼저 읽는다.

딜은 결국 사람의 일이다. 이 말은 그저 원칙이 아니라 서현회계법인의 실행 전략이다. 서현회계법인이 주목하는 딜은 대개 B2B, 그 중에서도 초크포인트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다. 반도체, 바이오, 원전, 자동화 부품처럼 글로벌 공급망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을 가진 회사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 기업들은 단순히 비싸게 팔기 위한 매물이 아니라 산업의 일부이고 성장의 계단이다. 서현회계법인은 그들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시간을 쓴다.

이 철학은 자문 방식에도 반영된다. 빠르게 피칭하고 실적을 쌓기보단 조금 느리더라도 강력한 신뢰를 만든다. 자문 대상의 리더십, 인재 구성, 경영 이념까지 파악한 뒤에야 비로소 구조 설계에 들어간다. 이 방식이 번거롭고 느려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밀도는 다르다.

리그테이블 3위, 장기적으로는 절대 질량을 가진 자문사로 서현회계법인을 키우겠다는 그의 포부는 단순히 숫자의 야망으로 들리지 않는다. 이는 조직, 구조, 언어, 접근방식 등 모든 자문 문법을 바꾸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M&A 시장에서 서현회계법인이 새롭게 쓰고 있는 이 문장은 데이터로 시작해 공감으로 끝난다. 지금 자문 시장에서 가장 낯설지만 가장 선명한 문장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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