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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스타트업 설전]푸드컬쳐랩, FI 갈등의 본질적 원인은 '신뢰' 붕괴③맛의향연 투자 실패 책임 전가 주장…'소통 거부' 문제 키워

이기정 기자공개 2025-04-24 09:05:58

[편집자주]

투자자와 스타트업 간 관계를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스타트업은 FI의 자금지원을 받아 성장하고 투자사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성장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낸다. 얼핏 '갑을' 관계로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동반자' 면모를 보여준다. 이들의 관계가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반목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어반베이스와 신한캐피탈이 투자금 반환소송으로 갈등을 겪었다. 더벨이 스타트업과 투자사간 대립 사례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2일 15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뢰도'는 투자 여부에 영향을 주는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다. 스타트업이 신뢰도를 키우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투명한 의사소통'이다. 이는 투자사와 스타트업간 관계뿐 아니라 모든 인간 관계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덕목이다.

푸드테크 기업 '푸드컬쳐랩'은 유일한 투자자인 성홍이 회사가 진행한 음식 레시피 개발 및 포장 업체 '맛의향연' 투자 실패 책임을 오롯이 자신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성홍 측에 사전에 투자 결정 및 진행 과정을 충분하게 공유했고 암묵적으로 동의를 받았기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성홍은 푸드컬쳐랩이 맛의향연 투자 과정에서 투자금 활용 목적을 바꾸는 '서면 동의'를 받지 않은 중대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반박한다. 또 그 이전부터 푸드컬쳐랩이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 믿을 수 없는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VC업계는 이같이 엇갈리는 주장의 기저에는 소통의 부재가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정보 제공 미흡 지적…'갑질 중단' 내용증명 발송으로 파국

2020년 푸드컬쳐랩은 성홍에게서 총 2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중 10억원을 생산시설 구축을 목표로 맛의향연에 투자했다. 다만 맛의향연은 푸드컬쳐랩이 약속했던 추가 투자와 사업 협력을 제공받지 못해 결국 파산했다.

푸드컬쳐랩은 성홍이 맛의향연 투자 실패 책임을 온전히 회사가 책임지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면 동의' 절차가 누락되기는 했지만 사전에 충분한 교감을 나눴다는 설명이다. 또 성홍과 함께 맛의향연 실사를 진행했고 수시로 투자 상황을 보고했다고 강조했다.

성홍 측의 이야기는 다소 다르다. 먼저 서면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을 짚었다. 구체적으로 성홍은 푸드컬쳐랩에 총 3차례에 걸쳐 투자했다. 2021년 첫 투자를 진행했는데 이 투자금의 활용 목적이 '해외사업 진출 자금 지원'이었다. 푸드컬쳐랩이 이를 어기고 다른 용도(맛의향연 투자)로 자금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첫 투자금이 맛의향연 투자에 사용된 것도 2023년에 이르러서야 알게 됐다. 이에 투자금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사를 진행했는데 설상가상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성홍 관계자는 "실사 목적은 푸드컬쳐랩의 제품 제조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함이었다"라며 "다만 실사 과정에서 맛의향연이 제조업 경험이 없는 기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실제 공장 완공 후 6개월 동안 제품 생산도 이뤄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금을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한 것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었지만 푸드컬쳐랩의 존속과 브랜드 타격을 우려해 대화로 해결하려 했다"며 "푸드컬쳐랩이 이를 거부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푸드컬쳐랩은 성홍에 △투자계약 위반 사실 반박 △갑질 중단 △경영간섭 중단 등이 담긴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오던 양사간 신뢰 관계가 무너진 순간이었다.

◇서면동의 누락은 명백한 과실…재발 방지 요구는 '회피'

벤처캐피탈(VC)업계에서는 서면 동의를 받지 않고 투자를 진행한 것은 명백한 푸드컬쳐랩의 과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성홍도 투자 과정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법적 조치를 취하는 단계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홍은 맛의향연이 파산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더 중요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한 대형 VC 임원은 "투자 과정에서 있었던 사실을 양사가 다르게 주장하고 있는게 이해가 안 간다"라며 "투자 목적이 달랐어도 맛의향연이 제대로 운영됐다면 큰 문제가 아니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합해보면 맛의향연에 대한 정보가 성홍 측에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맛의향연 파산 원인이 푸드컬쳐랩에 있어 보이기 때문에 성홍이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는 것은 투자자가 해야 하는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실제 맛의향연이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푸드컬쳐랩은 맛의향연에 총 1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10억원밖에 집행하지 않았다. 또 푸드컬쳐랩 제품 생산이 맛의향연 공장에서 이뤄지지 않아 초기 운영자금 확보에 실패했다고 기술돼 있다.

또 다른 VC의 한 임원은 "투자자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은 푸드컬쳐랩이 투자 실패로 부담이 쌓여 행한 조치로 보인다"며 "투자를 받은 기업이 투자자의 질타가 우려돼 사실을 왜곡하거나 피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상황을 악화시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성홍이 재발 방지를 요구했을 때 푸드컬쳐랩이 받아들였다면 흉터는 남겠지만 상처가 봉합됐을 수도 있다"며 "투자 기업의 실패는 투자자에게도 큰 부담이 되는데 푸드컬쳐랩이 오히려 성홍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자 더 이상 참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더벨은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듣기 위해 푸드컬쳐랩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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