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9년 02월 23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월 중순에 만난 김상곤 변호사의 휴대전화는 5분 간격으로 울렸다.
국내 4대 로펌 중 하나인 광장(Lee&Ko)의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 찾는 이가 많을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실제는 그 이상이었다. 적대적 인수합병(M&A) 분야의 권위자로 평가되는 그에게 1분기는 시쳇말로 눈코뜰새 없는 시기다. 3월 주주총회를 대비해 1월 초부터 2월 말까지 주주들 간의 물밑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메리츠화재가 제일화재 경영권 인수를 시도했을 때도 승부를 결정지은 주인공은 김상곤 변호사였다.
한화그룹을 대리한 김 변호사는 메리츠가 예상치 못했던 백기사의 등장을 탄생시킨 일등공신이었다. 그는 당시 숨막히던 승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당국의 법률제도까지 보완하는 철저함을 보였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5월 메리츠가 적대적 M&A 의지를 드러내자 일반 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단행할 것에 대비해 대항공개매수라는 역공세를 예비했다. 또 전세를 뒤집을 카드가 관련 법제 미비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비밀리에 당국의 규정을 지적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5월 적대적 M&A와 관련한 주주의 범위 등 몇 가지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공개매수제 가이드라인을 만든 건 이 때문이다.
메리츠가 일찍 승부를 포기하지 않고 전력을 다했다 해도 역전카드를 쥐고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한화그룹이 제일화재 지분 24%를 추가로 확보해 경영권 인수했다는 소식에 자기 일처럼 뿌듯해하던 김 변호사를 만나 시장상황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문답
- 최근 근황은
▶ 주로 적대적 M&A에 대한 자문을 맡다보니 주주총회가 시작되기 전인 1분기는 정말로 정신이 없다. 위임장 대결이나 이사진 개편을 위해 주총이 시작되기 전인 2월 말까지 법원에 필요한 법적조치를 취해야 한다. 각종 회계장부를 열람하고 가처분 신청 등을 마무리해야 고객의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
- M&A 시장상황을 평가한다면
▶ 대부분의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지만 현금흐름이 좋고 보수적인 경영을 유지한 기업들은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최근 자문 사례 중에는 LG화학 케이스를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하면서 최근 독일 쇼트(Sohott)로부터 LCD유리기판 기술을 합리적인 가격에 도입했다. 리스크가 큰 M&A보다는 기술을 사들여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한 셈이다. 불황기에는 이런 광의의 M&A가 실효를 거둘 수 있다.
대내외적인 시장 환경이 좋지 않지만 현금을 보유해 체력을 키운 기업들은 경기가 바닥인 걸 확인하는 순간부터 투자에 나설 것이다. 두산그룹 등이 외환위기를 전후로 체질을 바꾼 건 적합한 벤치마킹 사례다. 한국 코닥이나 코카콜라 판권 등 돈되는 사업을 미련 없이 접을 수 있던 대담함이 현재 기업들에 필요하다.
- 지난해 기억에 남는 딜은
▶ 제일화재 경영권 분쟁이 가장 역동적이었다. 한화그룹 측에 서서 메리츠화재의 공세를 막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핵심은 한화그룹이 김영혜 제일화재 이사회 의장의 백기사로 등장할 때 필요한 보험사 지배주주변경 승인에 관한 법적요건을 빈틈없이 마련하는 것이었다. 한화 계열사들이 20% 이상의 제일화재 우호 지분을 시장에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사들이는 거래 구조를 만들었다.
- 당시 공개매수가 논란이었는데
▶ 메리츠화재가 김영혜 의장에게 주당 3만원에 지분 인수를 제안했는데 일반주주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만약 일반 주주들에게 공개매수를 제안했다면 우리는 역공개매수를 단행할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금융감독원에 대항공개매수 제도에 관한 법률제도 미비점을 질의했고 이로 인해 법리가 정리됐다. 실제 사례를 통해 관련 제도를 보완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 자기자본비율(BIS)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먼저 은행권의 합종연횡이 시작될 것이다. 시장에는 외환은행이 매물로 나와 있고 선두권 그룹의 주식교환 통합도 이뤄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제일은행을 매각할 당시에 예금보험공사를 대리해 매각 자문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 광장의 M&A팀을 비롯한 국내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당시 빅딜을 주도한 경력이 있어 이번 구조조정에서도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자산규모가 수백조 이상의 대형은행이 탄생해야 글로벌 투자은행을 꿈꿀 수 있다.
◇ 학력
1986년 영일고등학교
1992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2001년 미네소타 대학(University of Minnesota) 법학석사(LL.M.)
◇ 경력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 합격
1994년 제23기 사법연수원 수료
2001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시험 합격
-> ⑥-2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