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우대고객, 법인에서 개인으로 대전환 개인·법인예금별 경영평가점수 조정 필요.."IT 시스템 대변혁"
이 기사는 2010년 06월 14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젤Ⅲ가 도입될 경우 은행의 고객구조와 전산시스템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유동성 규제 영향으로 소매예금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개인영업 점포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법인 저축성예금의 위상 약화로 법인 영업 담당자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또 예금주체별로 수신이탈률이 다르게 적용되면서 보다 세밀한 고객분류 작업이 필요해져, 전산시스템 개편이 필요해졌다.
◇ 법인예금 유치 찬밥신세
바젤Ⅲ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고유동성자산/30일간 순현금유출액)은 거래관계가 높은 개인예금과 중소기업예금의 이탈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반면 영업활동과 관계없는 대기업예금이나 금융기관 예금, 공공기관 예금은 위기 시에 대부분 빠져나갈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LCR을 100% 이상으로 유지하려면 국공채 등 고유동성자산을 늘리거나, 유출가능성이 낮은 소매예금을 늘려야 한다. 수익성을 감안한다면, 은행은 분모인 순현금유출액을 줄이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순현금유출액을 적게 가져가려면 소매예금을 늘리고, 대기업이나 금융기관 등 법인예금을 줄여야 한다.
결국 개인·중소기업 예금과 대기업·금융기관 예금에 대해 금리를 차별적으로 부과하고, 임직원에 대한 경영성과평가(KPI) 기준도 소매예금에 가중치를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소매예금과 법인예금에 대한 KPI 기준에 차이가 없다"면서 "그렇지만 바젤Ⅲ가 도입되면 개인예금과 기업예금에 대한 비중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동성 규제를 준수하려면 법인예금보다는 개인예금을 늘려야 하는 만큼, 개인예금 유치에 적극적인 임직원에게는 그에 맞는 성과보상을 해주겠다는 것.
여신영업에서도 마찬가지다. LCR에서는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소매고객에게 제공된 유동성 공여약정의 미사용한도는 위기 상황에서도 10%만 유출될 것으로 가정된다. 반면, 대기업과 금융회사 등에 제공된 유동성공여약정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미사용분 전액(100%)에 상당하는 유동성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수신영업처럼 개인영업점포와 기업금융점포간에 KPI 기준을 직접적으로 조정할 필요는 없지만, 기업금융 영업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존에는 기업고객과의 관계를 감안해 미사용한도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한도여신에 대한 금리설정 시 미사용분을 감안해 추가금리를 부과해야 한다. 낮은 금리와 수수료만으로 영업하기는 힘들어졌고, 기업의 자금사정에 맞는 금융상품을 개발해야만 하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바젤Ⅲ가 도입되면 대출 보다도 은행이 지급보증을 하는 공모사채 발행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기업금융 점포에 대한 KPI 지표에서 대출과 회사채 발행 등에 대한 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출 위주로 구성돼 있는 기업금융 점포의 KPI 지표를 회사채 발행 지급보증 등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
◇ 고객분류 등 전산시스템 전면 개편 필요
바젤Ⅲ가 도입되면, 영업전략 뿐만 아니라 전산시스템도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은행의 전산시스템은 예금주체 별로 고객을 관리하지 않고 있다. LCR이나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을 관리하려면, 개인·중소기업·대기업·금융기관·공공기관 등으로 예금주체를 나눠야만 각각의 예금비중과 이탈률을 계산할 수 있다.
법인 예금의 경우 중소기업 예금과 대기업 예금의 이탈률이 달리 책정돼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바젤Ⅲ에 맞춰 고객군을 새롭게 분류해야 한다.
현재 은행계정의 예수금은 ▲요구불예금 ▲기한부예금 ▲양도성예금증서 등 상품별로만 분류돼 있다. 고객 분류도 개인·기업·소호(SOHO)·급여이체고객 등 LCR이나 NSFR 관리에는 부적합하다.
마찬가지로 '안정적' 예금과 '불안정한' 예금을 가르는 기준인 예금자보험제도 대상 여부도 전산 조회가 필요한 항목이다. 또 LCR에서 '불안정한' 예금으로 분류되는 ▲거액예금 ▲거액개인예금 ▲즉시 인출가능한 예금(인터넷 예금 등) ▲외화예금 등에 대해서도 별도로 분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만 유동성 비율 관리가 가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계정 과목이 상품별로 돼 있고, 예금주체나 예금보험 대상 여부도 전산상으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면서 "바젤Ⅲ 도입을 위해서는 정보기술(IT) 시스템의 대변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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