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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등장한 근원물가

한희연 기자공개 2011-06-13 11:01:18

이 기사는 2011년 06월 13일 11: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은행이 4년만에 '근원인플레이션'을 언급하고 나섰다.

한은은 1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25%로 올리면서 통화정책방향 성명문에 "근원인플레이션율은 그동안의 유가 및 농산물가격 상승 등의 영향이 가공식품가격, 개인서비스요금 등에 파급되면서 3%대 중반으로 높아졌다"며 "앞으로도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서술했다.

통상 한은은 성명문에 소비자물가의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만을 기술해왔다. 하지만 이달부터 근원물가에 대한 언급을 새로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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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총재는 금통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근원 인플레이션' 언급을 성명서에 추가한 이유에 대해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도 근원 인플에이션을 의결문에 언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태까지 안 넣은 것은 과거에 쭉 소비자물가를 가지고 얘기를 했었기 때문에 안 넣었었다"면서도 "실제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경제학적으로 얘기할 때, 우리가 항상 경계를 해야 되고 막아야 될 것은 인플레이션 수준 뿐 아니라 이것이 만성화 되는 것은 우리가 막아야겠다, 그런 면에서는 근원인플레이션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하반기 근원인플레이션이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몇달전부터 한은에서 지적해 왔던 문제다.

지난 3월10일 한국경제학회 2011년도 정책 세미나에서 이주열 부총재는 "하반기로 가면 석유류와 농축산물을 제외한 근원인플레가 전체 헤드 CPI를 상회하는 2008~09년의 상황이 재연될 것으로 본다"며 "통화정책 운영의 입장에서 앞으로는 물가 불안 심리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공급충격의 2차 효과가 공포가 되고, 이 경우 꽤 가지 않겠는가 그런 판단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4월13일 발표된 수정전망에서 한은은 소비자물가와 근원인플레이션이 내년 연간으로 각각 3.4%, 3.6%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4분기 근원인플레이션이 3.6%, 소비자물가가 3.4% 상승할 것으로 전망, 역전 현상이 4분기에 시작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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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인플레이션은 공급측을 배제한 수요측 인플레이션 기대가 반영된 후행적 지표다. 결국 근원인플레이션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아진다는 점은 물가에서 수요측 압력이 커졌다는 점을 선명히 드러내는 셈이다.

한은은 지난 2000년부터 통화정책 목표대상 물가지수로 근원인플레이션 지수를 사용했었지만 물가안정목표제가 정착되면서 2007년부터는 대상지표를 소비자물가지수로 변경했다. 석유나 음식료 등이 물가에 미치는 요인이 지대하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실생활과의 괴리에 따른 혼란 등을 줄이겠다는 이유였다.

지난 2007년 6월 성명서에서 "물가는 소비자물가와 근원인플레이션 모두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부동산가격의 오름세도 뚜렷이 둔화되고 있다"고 근원인플레이션을 함께 언급했던 부분은, 7월 성명서부터는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농수산물가격 하락 등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며 부동산가격의 오름세도 뚜렷이 둔화되고 있다"고 소비자물가만을 서술하는 형태로 4년을 유지했다.

따라서 한은이 4년만에 통화정책 성명서에 '근원인플레이션'을 다시 언급했다는 점은 다분히 의도적인 행동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반기로 갈수록 수치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점점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여전히 물가걱정을 하고 있다면, 표면적으로는 '물가 낮아지는데 한은은 물가걱정을 하고 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소지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앞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명분히 희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6월 금통위 성명서의 '근원인플레이션' 언급 추가는 장기적으로 통화정책이 속도가 어찌됐든 꾸준한 긴축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시그널인 셈이다. 느리던 빠르던 인상 쪽으로 가기는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이날 금통위에서는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인상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 1년동안 기준금리를 차츰차츰 올리는 과정에서 만장일치로 인상 결정이 내려진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1월에도 만장일치로 인상이 됐지만 강명헌 위원이 동결을 주장하다가 마지막에 의견을 수정했다.

금통위원들이 물가 등 금리 인상 요인을 다시 주목하게 된 것일까, 이 기조가 오래 갈 것인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때그때 요인들을 다 고려해 최적의 결정을 내린다'는 기조 하에 지금껏 움직여온 금통위다.

하지만 '근원인플레이션' 카드를 다시 꺼내든 이상 앞으로 당분간 통화당국의 초점은 다른 어떤 요인보다는 물가에 맞춰질 공산이 커졌다. 하지만 매파와 비둘기파가 오랜만에 공조를 이룬 금통위가 앞으로 몇달이나 한 목소리를 낼 것인가는 또 두고봐야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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